메인화면으로
박근혜의 적은 '대선불복 세력'?…바로 '시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박근혜의 적은 '대선불복 세력'?…바로 '시간'!

[주간 프레시안 뷰] 박근혜 정권, 괜찮은가요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현재 <프레시안 뷰>는 프레시안 조합원과 후원회원인 프레시앙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 외 구독을 원하는 분은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유료 구독 신청(1개월 5000원)을 하면 됩니다.(☞ <프레시안 뷰> 보기)



박근혜 정권이 좀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과민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뭔가 서두르고 서툴다는 느낌입니다. 두 가지 건을 보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건'이고, 다른 하나는 '장성택 실각'과 관련해서입니다.

지난 12월 4일, 청와대가 총무비서관실 조오영 행정관을 직위해제했습니다. 조 행정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로 지목되었던 채 모 군의 인적사항을 서초구청 조이제 국장에게 불법 열람토록 하고, 그 사항을 전달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애초 청와대는 관계가 있겠느냐는 식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서초구청 조이제 국장의 진술로 사실임이 확인되자, '서둘러'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청와대는 조 행정관이 '개인적 일탈행위'를 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윗선'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채 전 총장 '찍어내기' 논란이 재개 및 확산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 직원이기에 사과나 유감 표명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그런 언급은 없었습니다. 사과나 유감을 표명한다고 해서 '스타일 구길 일'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는 것이 '개인적 일탈행위'라고 규정한 것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연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와 같은 생각을 할지는 의문입니다. '알아서 긴다'는 말이 있는 만큼 정말 조 행정관의 개인적 일탈행위일 수도 있을 겁니다. 이명박 정권 시기,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에 근무했다는 안전행정부 고위공무원 김 모 씨의 개입설도 제기된 상태인지라, 청와대가 책임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청와대가 조 행정관에 대한 지휘통솔의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역시 '개인적 일탈행위'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대통령이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대변인과 행정관의 위상과 역할이 다르다고 해도 어쨌든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사람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는다 해도 청와대 차원의 공식적 사과나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하는 사안인 것입니다.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무슨 문제가 있을 때마다 사과하고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채 전 총장 건은 여야 대치 정국의 주요 쟁점 중 하나로 국민들이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는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서 청와대가 '신속히' 대응을 하는 것 같긴 한데,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을 남겨 놓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NLL 포기 및 종북 논란을 다룰 때하고는 사뭇 달라 보입니다. 채 전 총장 건과 관련해서는 뭔가 '원숙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국가정보원이나 군과 달리 검찰에 대해서는 장악력이 떨어져 그런 것일까요? 윤석열 전 수사팀장 건을 봐도 그렇고, 검찰은 다른 권력기구와 달리 계속 파열음을 내왔습니다. 청와대가 예상했거나 기대했던 상황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채 군 인적 사항 불법열람 수사도 그다지 달갑지 않을 것입니다. 이 수사가 채 전 총장 사퇴의 성격을 규명하는 것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검찰이 신임 총장이 들어선 상황에서 자꾸 전임 총장 문제에 매달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 것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찍어내기' 여부가 규명되든 안 되든, 채 전 총장 건은 박근혜 정권에게는 계속 부담으로 남을 것입니다. '뭔가 찔리는 게 있기는 있었나 봐, 사생활까지 뒤진 것을 보면…'이라는 식의 '부정적 짐작'이 남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정적 짐작은 민생과 경제 상황이 호전되지 않아 국민들이 정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할 때, '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찍어내기 같은 독단도 눈감아 주었는데, 이 모양이네'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사실 여부가 분명치 않은 사생활을 이유로 -채 군의 인권마저 침해하면서- 채 전 총장을 사퇴시킨 것은 박근혜 정권이 수를 잘못 둔 것입니다.

검찰 내부의 채 전 총장 평판이 좋았던 것을 상기할 때 특히 그러합니다. 마키아벨리의 친구이자 <통치자의 지혜>(이동진 옮김, 해누리기획 펴냄)라는 책을 쓴 프렌체스코 귀치아르디니는 '적이라 여겨지는 누군가를 해하고자 할 때, 그의 친지와 친구까지 해쳐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더 많은 적을 만드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입니다. 채 전 총장 사퇴 과정이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국민적 의혹과 검찰 내부의 반감이라는 적' 말입니다. 아무튼 박 정권으로서는 더 이상의 국민적 의혹과 검찰 내 반감을 사지 않으면서 채 전 총장 건을 잘 마무리해야 할 텐데, 과연 그럴지 지켜볼 일입니다.

▲ 사진 왼쪽은 '혼외 아들' 논란으로 지난 9월 13일 자진 사퇴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진 오른쪽은 지난 12월 5일 '제50회 무역인의 날'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프레시안

12월 3일, 국정원이 중국이나 일본의 소식통과 달리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인 '장성택의 실각'을 공개하고 기정사실화했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간담회에 참석해 이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군은 경계태세를 강화하였습니다. 그런데 국정원의 정보 공개 시점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여야가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 관련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국정원이 개혁의 칼을 피하기 위해 '중대 정보'를 수집하는 '쓸모 있는 국가기구'임을 보이기 위해 그런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또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을 비롯한 종교계 일각이 정권퇴진 요구를 들고 나오는 등 정권에 대한 비판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 위기감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정치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류 장관은 중국과 일본의 소식통과 달리 '장성택 실각' 건을 조기 공개한 것에 대해 어떤 것이 분명한 사실인지를 짚기 위한 것이라고 했고, 국정원 관계자는 외신을 통해 알게 되면 또다시 국정원에 대한 비판이 높아질 것이기에 앞서 공개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공개를 하면 사실 여부를 짚을 수 있다는 류 장관의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습니다. 집단지성을 기대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정부가 알 수 없는 정보를 외교통일위 국회의원들과 국민들이 알고 있다는 것인지 말입니다. 둘 중 어느 것이든 간에 정부의 대북 정보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실토한 꼴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국정원은 스스로 개혁 요구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자인한 셈입니다.

대북 정책 및 외교가 지지율을 지탱해준 박근혜 정권답지 않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툴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설사 '장성택 실각'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래서 뭐?'라는 질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정원은 너무나 보이는 수를 두었을 뿐만 아니라, 그렇다고 시인까지 해버렸고요. 물론 대북문제를 국회에서 함께 공유하고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또 대외정세를 내치 혹은 기관 유지를 위해 활용하는 것을 숨길 일도 아닙니다. 숨긴다고 숨겨질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안보 위기감 조성이 목표가 아니라면,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이고 어떻게 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함께 나와야 할 문제입니다. 실각 여부를 기정사실화하기에 앞서, 충분히 잘 대응하고 있으며, 언제·어떻게 함께 대응해 갈 수 있도록 방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일정과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단지 소식을 전달하는 '우편배달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11월 30일~12월 1일에 실시된 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는 40%대로 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대부분 지지율 하락의 이유를 여야 대치 정국의 지속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여전히 독단을 부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 지지율 지탱의 요소였던 '외교'가 타격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동북아 외교가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권 초 개성공단 문제로 불거졌던 대북문제도 이견이 있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잘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장성택 실각' 건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대북문제 역시 지지율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박근혜 정권은 지지율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정국 주도권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제 NLL 포기 문제는 어쨌든 쟁점으로서의 유효기간이 끝났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이 '종북 몰이' 전략인데, 이것이 집권 2년 차에도 유효한 대야 전략으로 지속될 수 있을까는 의문입니다. '통일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진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종북주의 타파를 단지 대야 전략 혹은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한 방편으로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급변할 때, 남한이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남한 내부의 응집력을 높여야 하는데, 이때 종북 세력이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 '종북 시비(是非) 전략'을 통해 정국을 관리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집권 1년이 끝나고 2년째가 시작되면, 국민들은 성과를 따져볼 것입니다. 시대착오적이지만 나의 삶에 실제적인 위협이 된다고 생각되지는 않는, 게다가 별다른 힘을 갖고 있지도 않은 종북 세력이 히틀러 치하의 유태인처럼 공공의 적이 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독일인들이 패전과 공황을 겪으며 쌓인 한과 분노를 유태인에게 풀었던 것처럼, 종북 세력을 '이용'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고용과 소득불안정을 겪으며 쌓인 우리네 국민들의 한과 분노는 정치권, 특히 정권을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민생과 경제상황을 분명히 개선하거나, 공격적이고 독단적인 통치 전략과 스타일에 변화를 주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11월 29일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민 70%는 박근혜 대통령 하야 요구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박 대통령 지지율은 아직 50%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박 대통령은 야당도 종북도 아닌, '시간'이라는 적을 맞이하게 됩니다. 야당이 아닌 민심이라는 '진짜 심판자'가 등장하는 때가 온 것입니다.

따라서 박근혜 정권이 고심해야 할 것은 야당이나 하야를 요구하는 사회 내부의 반대자들이 아닙니다. 성과가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되는지를 냉혹하게 측정하는 '보통 사람들'입니다. 민생을 야당이나 사회 내 반대자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방편으로만 사용해서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습니다. 이제 주변을 정돈하고 정비해야 합니다. 민생을 개선하고 대외 정세에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벌여놓은 이런저런 정치적 시빗거리에 발목이 잡히지 않도록 말입니다. 아직까지는 박근혜 정권의 행보에 단지 정권만의 운명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의 운명이 걸려 있다 생각해서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묻습니다. 박근혜 정권, 괜찮은가요?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