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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주5일, 비정규직 주6일 일하는 현대하이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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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규직 주5일, 비정규직 주6일 일하는 현대하이스코

[박점규의 동행]<16> 시간제 '알바'로 저질 일자리만 늘리기 전에…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에 다니는 박정훈(44) 씨는 지난주 월요일부터 5일간 일하고 토요일 하루를 쉬고 다시 일요일부터 일을 합니다. 10년 전인 2004년 7월부터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됐고, 20인 이하 사업장도 2011년부터 주 40시간 근무를 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일하는 그에게 주5일 근무는 딴 세상 이야기입니다.

철강 회사는 공장이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교대 근무를 합니다. 정훈 씨는 3조 3교대로 일합니다. 1근 근무는 오전 7시에서 오후 3시, 2근은 오후 3시부터 밤 11시, 3근은 밤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일합니다. 5일 단위로 3근, 2근, 1근으로 바뀌면서 근무를 합니다. 정훈 씨는 지난주 1근 근무를 했고, 이번 주에는 밤샘 야간 근무를 합니다.

정훈 씨는 2000년 6월부터 13년 넘게 이 공장에서 자동차, 전자 제품에 사용되는 냉연코일을 포장하는 업무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현대하이스코 소속이 아닌 '지산 PKC'라는 사내하청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그가 처음 입사했을 때 휴일은 한 달에 3일이었습니다. 2005년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을 하면서 임금도 오르고 휴가도 하루가 늘었습니다. 휴가와 연월차를 쓸 수 있지만 생산량에 차질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직장 동료들과 휴가를 조정하기 때문에 주말이라는 개념도 없고, 일요일마다 쉴 수도 없습니다.

주 5일 근무제는 딴 세상 이야기

▲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모습. ⓒ연합뉴스
정훈 씨는 일이 힘들어서 연차는 쓰지 못하더라도 될 수 있으면 한 달에 나흘은 쉬려고 합니다. 그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하루 208시간(8시간×26일)으로 연간 2496시간입니다. 명절과 여름휴가를 제외해도 2400시간에 이릅니다.

주당 노동시간은 평균 49시간으로 근로기준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주당 52시간을 넘지 않지만 5일 단위로 근무가 바뀌기 때문에 어떤 주는 58시간을 일하기도 합니다.

크레인 운전 작업을 하는 다른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훨씬 심각합니다. 동료가 일요일에 휴가를 쓰면 앞 조 근무자가 4시간, 뒤 조 근무자가 4시간씩 추가 근무를 합니다. 상시근무를 하는 사람으로 따지면 주6일 근무에 일요일도 4시간씩 근무를 하는 것입니다.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물론 법에 따라 연장, 야간, 휴일 근무에 대해 50% 할증된 임금을 받습니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불규칙한 교대제로 인해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들의 몸은 말이 아닙니다.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 못하는 대기업 노동자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조 3교대로 일하는데 정규직 노동자들은 4조 3교대 근무를 합니다. 1~3조가 8시간씩 근무를 하는 것은 비정규직과 똑같습니다. 하지만 3개 조가 도는 비정규직과 달리 4개의 조가 돌기 때문에 휴가가 두 배로 늘어납니다.

즉 8시간씩 5일을 일하고 나면 52시간을 쉬고 다시 근무에 들어가게 됩니다. 일주일에 이틀 이상을 쉬고 다시 5일간 일을 하는 것입니다. 정규직 노동자가 4조 3교대 근무를 하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넘은 2002년부터입니다.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업무는 정규직에 비해 훨씬 힘들고 고됩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주로 공정별로 컴퓨터 시스템을 운전하는 오퍼레이터 일을 합니다. 대부분 자동화가 되어 있어서 크게 힘든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전기 정비, 기계 정비, 크레인 운전, 냉연코일 포장과 청소 등 힘겨운 일들을 도맡아 합니다. 현대하이스코 201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은 6800만원인데, 사내하청 노동자는 3500만 원에서 4000만 원으로 정규직의 절반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규직은 4조 3교대, 비정규직은 3조 3교대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에는 정규직 노동자 316명, 사내하청 노동자 500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참다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올해 4조 3교대 근무를 요구했습니다. 임금과 단체교섭을 하면서 파업을 하기도 했고, 노조 간부들이 단식과 삭발을 하며 싸웠습니다.

하지만 현대하이스코와 하청업체 사장들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3조3교대를 하고 있는데 작은 철강회사가 먼저 4조 3교대를 할 수는 없다며 버텼습니다. 결국 노동자들은 월 1일의 유급 휴가를 더 주는 것으로 타협을 했습니다.

한국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연간 219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49시간보다 무려 40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하이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400시간 이상으로 OECD 평균보다 600시간 이상 많습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1년 동안 유럽 노동자들보다 50일을, 현대하이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두 달하고도 보름을 더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럽 노동자들보다 75일 이상 더 일하는 하이스코 비정규직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와 새누리당은 '근로시간 단축 및 일자리 나누기 동반성장전략 추진'을 약속하며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근로기준법상 초과 근로시간 한도 지키기, 휴일근로 초과근로시간 산입,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축소, 장시간 근로를 강제하는 교대제 개편 등 정책 추진을 공약했습니다.

이를 통해 연간 노동시간을 1900시간까지 줄이겠다고 했고, 지난 10월 7일 정부와 새누리당은 주당 노동시간을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16시간 줄이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을 비롯한 사용자 5단체는 여야 원내대표를 찾아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기업의 생산 차질과 노사 갈등이 우려된다며 노사 자율에 따른 점진적 단축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민주당 소속 신계륜 환경노동위원장은 지난 20일 국회를 찾은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 대표 10여 명과 한 간담회에서 "이 법안이 무리하게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여러분의 의사를 무시하고 이 법을 추진하지도 않겠다"며 약속했습니다.

결국 올해 정기국회 통과가 예상됐던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은 사용자 단체와 여야 정치권의 야합으로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습니다.

사용자와 여야 야합으로 노동시간 단축 법안 무기한 연기

현행 근로기준법 53조 연장근로의 제한 1항에는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50조의 근로시간인 40시간을 합하면 일주일에 총 5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1주일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에서의 연장근로시간에는 휴일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행정 해석을 해 왔습니다. 즉,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2시간을 근무한 노동자에게 휴일에 8시간을 일을 시켜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연장근무수당 50%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휴일근무도 연장근무에 포함된다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해 노동시간을 줄이기로 했다가 사용자들의 반발로 법안 처리를 연기한 것입니다.

그런데 올해 6월 서울고등법원과 9월 대구고등법원에서는 현행 근로기준법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이 잘못됐다며 "휴일근로가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일주일에 52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무에 대해 연장근무수당 50%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남아 있지만 하급심에서 일치된 판결이 나왔다는 점에서 뒤집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법원 판결에 따라 행정 해석을 바꾸고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근로 감독을 통해 휴일근무에 대한 연장근무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면 됩니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겠다는 고용노동부와 새누리당의 당정협의는 중소기업에 법원 판결 이행을 유예시켜주는 불법에 지나지 않습니다.

▲ 자동차 생산용 냉연코일. ⓒ연합뉴스

휴일근무가 연장근무에 포함된다는 법원 판결

사용자들은 고용노동부의 행정 해석을 악용해 왔습니다. 하루 10시간씩 주5일을 근무하면 50시간으로 52시간을 넘지 않기 때문에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고 토요일과 일요일을 휴일근무로 계산해 하루 8시간씩 일을 시키고 휴일근무수당 50%만 지급했습니다.

법원은 이에 대해 토요일과 일요일에 일한 16시간이 연장근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50%의 가산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시급 5000원을 받는 노동자가 평일에 연장근무의 한계인 52시간을 일하고, 1년에 60일 정도의 휴일근무를 하루 8시간씩 했다고 가정하면 이 노동자가 돌려받아야 할 임금은 360만 원(60일×8시간×2500원×3년)입니다.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행정 해석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매년 100만 원 이상의 임금을 받지 못해 왔다는 것입니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정훈 씨도 자신과 동료들이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행정 해석 때문에 휴일근무에 따른 연장근무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는지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매년 100만 원 이상의 임금을 체불하게 만든 고용노동부?

정부는 요즘 입만 열면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아르바이트'와 다를 바 없는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라고 속이고 있습니다. 정훈 씨는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이 아주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순천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5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3조 3교대에서 정규직과 똑같은 4조 3교대로 바꾸면 단순 계산해 170명의 일자리가 생겨납니다.

사내하청 노동자가 5000명에 달하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는 1700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 전국에서 3조3교대 근무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4조 3교대, 4조 2교대로 바꾼다면 2~30%가량 일자리를 늘리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워 망한다고요? 현대하이스코는 매출액이 2009년 4조4233억 원에서 2012년 8조1703억 원으로 두 배가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544억 원에서 2602억 원으로 다섯 배가량 늘었습니다.

4조 3교대로 바꾸면 20~30% 일자리 늘어

그런데 현대하이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주5일 근무는커녕 당장 일자리를 잃을 것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를 통합하기로 했고,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통해 이를 발표합니다.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은 현대제철 순천냉연공장으로 바뀝니다. 하지만 냉연제품이 아니라 경량화 제품을 만드는 케이알시스라는 사내하청업체의 노동자 43명은 현대제철로 인수되지 못할 상황입니다. 이 노동자들은 고향과 가족을 떠나 머나먼 충남 당진으로 가지 않으면 해고당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현대하이스코가 10년 전에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실시한 4조 3교대를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도 적용하면 단 한 명도 고향을 버리거나 해고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청춘을 바쳐 일해 온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나누겠다며 입만 열면 일자리 타령을 하는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오늘도 3조 3교대 근무를 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을 알고 있을까요? 정훈 씨는 가슴이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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