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이 구역을 서해까지 확장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국익에 초점을 맞춰 대응하겠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지 않았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확장을 강행할 경우 이어도와는 차원이 다른 한중 간 갈등의 소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서해와 남해로 확대하려는 조짐이 있다는 질문에 "이 문제 관련해서는 어떻게 하면 우리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고민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하지만 외교부에 주어진 고민의 시간이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중국 내 대표적인 강경파인 인줘(尹卓) 해군 소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각) 중국 관영방송인 CCTV에 출연해 앞으로 반드시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해는 우선적으로 설정한 것이고 황해(서해), 남해 이런 관련 해역들에 대해서도 앞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게 될 것"이라며 확대 의지를 강하게 시사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서해로 확장된다면 우리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해는 현재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곳일 뿐만 아니라 군사훈련도 자주 실시되는 지역이다. 이런 탓에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서해 확장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게다가 이어도 상공에 설정한 방공식별구역 문제는 아직 중국과 제대로 된 협의 한 번 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우리가 이어도를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으로 포함시킬 경우 일본이 이에 반발해 독도를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와 정부의 운신 폭이 그리 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 대변인은 일본이 독도를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킬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와 같은 발상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어도로 방공식별구역을 확장하면 일본이 독도를 포함한 동해의 방공식별구역을 넓히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는 이렇다 할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 움직임과 일본의 공세에 정부의 외교적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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