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이라는 표현을 쓰며 재판 중인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사법부에서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정부가 개입한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다.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예정에 없던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며 "북한은 공식매체를 통해 우리의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세력까지도 민주세력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통합진보당을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으로 규정한 셈이다. 또 김 대변인은 북한이 "대정부 투쟁을 위한 정당·단체 간 연대를 노골적으로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의 이러한 행태가 "북한 스스로 우리 내부의 특정세력을 조종해 왔음을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남한 사회 내에 반정부투쟁을 부추기고자 하는 시대착오적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통일부가 예정에 없던 성명까지 발표하면서 북한에 대해 날을 세운 것은 최근 북한이 박근혜 정부를 유신독재로 규정하고 남한 내 반정부투쟁을 선동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으로 11월 21일자 새벽에 나온 조국전선중앙위원회 호소문 내용을 보면 '유신독재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남조선에 민주세력들이 반정부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나와있다"면서 "이는 단순한 비방이 아닌 우리 정부에 대한 반정부투쟁을 선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성명에서 밝힌 '헌정질서를 부정하려는 세력'이 통합진보당을 지칭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특정 정당을 거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북한이 현재 남한에서 수사 및 기소를 당한 세력들을 민주세력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밝혀 통진당을 헌정질서를 부정한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 당국자는 "판단은 사법부에서 최종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북한이 이런 세력을 민주세력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나름대로 입장을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남한 내 갈등을 조장하는 북한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정부의 설명이 있었지만, 통일부는 예정에도 없던 성명을 갑자기 내놓고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례브리핑에서 이에 대한 질문도 받지 않으려 했다. 이런 태도는 성명을 발표한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공안기관에 이어 행정부의 부처까지 공안몰이에 가담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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