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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쫑이 맘, 예삐 파파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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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나는 왜 쫑이 맘, 예삐 파파가 됐나?"

[개와 고양이의 시선 ①]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바야흐로 '동물의 왕국'이다. 거리를 둘러보면 부모 손을 잡고 걷는 아이들만큼이나 사람의 옆에 꼭 붙어 걷는 반려동물도 많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17.9%로 약 359만 세대에 해당한다. 이를 인구로 환산하면 10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 개체 수는 개 440만 마리, 고양이 116만 마리로 총 556만 마리다. 이제 '반려동물 인구 1000만, 반려동물 500만 시대'이다. 좋든 싫든 이제 반려동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이웃이 됐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의 이웃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행복을 꿈꾸며 시작한 반려 생활은 의도치 않게 보호자와 동물 모두에게 상처만을 남긴 채 끝나기도 한다. 또 반려동물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 마찰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반려동물을 둘러싼 모든 문제는 '이해'의 부족에서 생긴다. 보호자는 반려동물의 습성과 요구를 이해하지 못해서 반려동물과의 소통을 포기한다. 이들은 또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이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이해하지 못해서 대화를 포기한다.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동물을 키우려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 교류를 차단한다.

[개와 고양이의 시선] 시리즈는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서, 반려동물과 반려동물의 보호자,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그 시작은 서로에 대한 이해다. 첫 번째 이야기의 키워드 역시 이해다. 반려동물 1000만 인구 시대의 배경은 과연 무엇인가. 이는 동물이 '가족'이 되어야 할 이유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반려동물의 대표격인 개와 고양이의 시선으로 반려동물의 대한 이해지수를 높이고, 그들의 매력도 알아본다. <편집자>

개와 고양이의 시선
"나는 왜 쫑이 맘, 예삐 파파가 됐나?"
"제가 '똥강아지'가 된 이유를 아시나요?"
나는 어쩌다 '유기 고양이'가 됐나
"나의 딸, 나의 친구, 나의 선생님, 그 이름 '또또'"
우리 냥이 멍이 중성화·성대 수술, 꼭 해야 할까요?
"그냥 같이 살 뿐인데" vs. "그들의 민폐가 싫다"
"식용 개로 팔려가느니…" vs. "0.01% 확률로 암 걸리면?"

▲애견 놀이터에 있는 반려동물들의 모습. ⓒ연합뉴스

'쥐잡이', '파수꾼'에서 인간의 반려자로

"쫑이 어머니 오셨어요."
"요즘 쫑이 밥을 안 먹어요. 우리 아기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의 한 병원. 밥을 통 못 먹는 '아기'가 걱정돼 쫑이 엄마가 한달음에 달려온 이곳은 소아과병원이 아닌 동물병원이다. 쫑이는 생후 6개월배기 고양이다. 여기서 동물의 보호자들은 '쫑 어머니', '예삐 파파'라 불린다. 보호자들도 스스로 그렇게 칭한다. 보호자들에게 그가 키우는 동물은 이미 한 가족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키우는 동물을 '반려동물'이라 부른다.

지금은 개와 고양이를 인간의 가족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들이 인간의 반려자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옛 문헌들은 개와 고양이는 구석기 시대 무렵, 그러니까 시작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옛날부터 인간 곁에서 생활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늘 인간 곁에 가까이 있었어도 가족은 아니었다. 인간의 식량이었거나,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일꾼이었다. 농경사회에서 개는 '파수꾼' 역할을 했고, 고양이는 '쥐잡이'가 주 업무였다. 산업 사회 이후엔 집을 지키거나 쥐를 잡는 일 대신 '살아있는 장난감' 역할을 했다. 그래서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긴다'는 의미의 '애완(愛玩)동물'로 불렸다.

인간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반려동물' 칭호를 얻은 건 지금으로부터 불과 30년 전이다. 오스트리아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 박사가 처음 제안했고, 그의 끈질긴 주장은 1983년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받아들여졌다.

인간을 닮은 동물, 개 그리고 고양이

인간과 동물은 서로 다른 종(種)이다. 그럼에도 인간이 종을 뛰어넘어서까지 동물과 사회학적 개념의 가족을 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혜림(가명·26) 씨는 최근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2년 전 입양한 강아지 '체리' 덕분이다. 체리는 이 집에서 막내딸로 불린다. 이 씨는 "그전까진 가족들끼리 대화가 별로 없었는데, 체리 얘기를 하면서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됐다"며 "집안 분위기가 눈에 띄게 밝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체리 덕분에 폐경기 증후군으로 우울 증세를 보이던 어머니가 활기를 되찾으셨다. 강아지를 키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긍정적 효과로 '사회 정서적 효과'를 꼽는다. 인간은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 하고, 자신의 관심을 표현하는 욕구가 있다. 그런데 인간관계에서는 이러한 표현 욕구가 좌절될 때가 많다. 소통 방법의 차이로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다. 그리고 최근엔 자신의 옆에서 얘기를 들어줄 가족이 줄고 있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2'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이 23.9%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 9%, 2000년 15.5%에 이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에 반비례해 전통적 가정 형태인 4인 가구의 비율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1990년 29.5%에서 2000년 31.1%까지 늘다가, 2010년엔 22.5%로 크게 줄었다.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는 이러한 사회 현상과 맞물려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려동물 키우기가 신드롬이 되면서, 페럿, 햄스터, 이구아나 등 '이색 동물' 수요도 늘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반려동물 선호도 부동의 1, 2위는 개와 고양이다. 개와 고양이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이들이 사회 정서적 효과를 가장 극대화시키는 동물이라는 해석이다. 동물과 교감해 동물의 생각을 보호자에게 전달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국내 1호 박민철 씨는 "개와 고양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 가까이서 생활했기 때문에 인간과의 친밀도 형성이 자연적으로 잘 되고, 인간 친화적으로 진화했다. 때문에 인간과 가장 비슷한 습성을 가지고 있고 느끼는 오감(五感)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자식·손자가 그리운 할머니·할아버지는 '강아지 파'

인간관계에서도 잘 맞는 사람이 따로 있듯, 인간과 동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반려동물과 보호자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효창공원에서 만난 이순옥(72) 할머니. 천천히 공원을 산책하는 할머니 옆에는 반려견 방울이(4)가 있었다. 3년 전 아들 내외가 지방으로 전근을 가고, 동시에 손자들은 해외로 유학을 가게 되면서 얼떨결에 맡은 강아지다.

"처음엔 털도 날리고 귀찮아서 강아지를 싫어했는데 유독 방울이가 나를 잘 따랐어요. 이놈이 워낙 손자마냥 곰살맞게 구니까 안 예뻐할 수가 없더라고요. 혼자 사는 게 그리 적적하지도 않고요. 노인회관에도 데리고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인기가 좋아요."

전형적인 '빈 둥지 가족'인 임정식(66) 씨 부부도 개 두 마리를 키운다. 9년 전 자녀들이 모두 결혼해 본가에 사는 식구는 임씨 부부 단둘이다. 이들은 자녀들 출가와 동시에 강아지 시츄 '둘리'와 '또치' 두 마리를 얻었다. 개를 키우는 일은 임씨의 오랜 숙원이었다.

"어렸을 때 떠돌이 개 '와우'를 10년 가까이 길렀어요. 집이 너무 오지라서 학교 끝나고 오면 친구가 없었으니까 와우랑만 놀았지요. 그때 기억이 있어서 자식들 장가보내면 꼭 개를 두어 마리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퇴직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도시에 있는 노인들은 할 일이 없어요. 그래서 강아지들 키우는 낙으로 살아요. 시츄가 튼튼한 편인데도 한 녀석이 벌써 무릎이 삭는 건지 계단에 안 올라가요. 저도 허리가 아프긴 하지만 자식이 안아달라고 하는데 거절할 부모가 누가 있나요. 애들이 있어서 늙어가는 게 외롭지 않아요."

취재하면서 만난 60대 이상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대부분 '강아지파'였다. 특히 이 할머니와 같은 독거노인, 임 씨 부부 같은 빈둥지 부모들은 개를 자신의 자식·손자 대신으로 여겼다. 인간에게 안기고 응석 부리기를 좋아하는 개의 모습이 어린 손자들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또 오랜 양육으로 '돌봄'에 익숙한 노년층은 인간에게 의존하는 개를 키우는 것으로 삶의 보람을 얻는 것처럼 보였다.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TV 쇼 프로그램 화면 갈무리. ⓒ한국방송(KBS)

도시 직장 생활로 바쁜 2030 싱글족은 '고양이파'

'강아지파'가 개의 뛰어난 사교성과 의존적 성향이 불러일으키는 보호 본능에 이끌렸다면, '고양이파'는 고양이의 독립적인 성향을 매력으로 느낀다.

최성림(가명·27) 씨는 2년 차 사회인이다. 지방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취업해 혼자 원룸형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다. 최 씨는 올봄 새끼 고양이 '코야'를 입양했다. 한 번도 혼자 산 적이 없어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외로웠다. 회사 선배들과 지인을 통해 추천을 받은 게 고양이 키우기였다. 외로움을 해소하면서도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소 게을러 집안 청소도 여러 날 건너뛰는 최 씨에겐 딱이었다. 주변 사람들 이야기대로, 최 씨가 코야에게 해줄 일은 사료와 물, 배변 전용 모래를 준비하는 일뿐이었다. 개처럼 크게 짖지도 않아 이웃들은 코야의 존재를 입양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알았다.

"외로운 건 싫은데 그렇다고 솔직히 잘 돌봐줄 자신도 없었어요. 혼자 사는데 제가 직장에 다니다 보니 집을 비우는 시간도 많고요. 그런데 고양이는 사람의 도움 없이도 혼자 자기만의 세계에서 잘 사는 것 같더라고요. 뭔가 해달라고 보채지 않으면서 외롭지 않게 해주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마워요."

고양이는 개에 비해 외로움을 덜 타고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 이러한 실용적인 이유로 고양이는 주로 도시에 거주하는 2030 젊은 층에 인기가 많다. '도시형' 반려동물이라는 인식이 늘면서 집 고양이를 키우는 인구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월 6일 농림수산식품부가 한국사회경제 연구원에 조사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집 고양이의 수가 2006년 47만 마리에서 2010년 62만 마리, 2012년에는 115만 마리로 급증했다. 특히 2010년과 2012년에는 2년 만에 무려 84%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개는 인간을 주인으로 모시고, 고양이는 인간을 하인 취급한다는 말이 있다. 그와 같은 고양이의 특성 때문에,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하인', '집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인, 집사가 될지언정 고양이 반려자들은 고양이와 교감하면서도 서로 독립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생활을 만족해한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박민철 씨는 고양이 반려가족 인구가 느는 데 대해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개는 짖는 문제 등으로 도시 생활에서 갈등 요인이 많은 반면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며 "미국의 경우 개보다 고양이 개체 수가 더 많다. 선진국일수록 고양이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우리나라에서 고양이 반려 가족은 계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와 고양이에 대한 선택은 개인 선호도에 따른 차이일 뿐, 개와 고양이 모두 점점 더 외로워져 가는 인간에게 이로운 따뜻한 동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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