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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태풍 피해, 과연 남의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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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태풍 피해, 과연 남의 일일까?

[주간 프레시안 뷰] 필리핀의 눈물, 밀양의 눈물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현재 <프레시안 뷰>는 프레시안 조합원과 후원회원인 프레시앙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 외 구독을 원하는 분은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유료 구독 신청(1개월 5000원)을 하면 됩니다.(☞ <프레시안 뷰> 보기)



11월 11일부터 2주간의 일정으로 제19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19th yearly session of the Conference of the Parties)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립니다.

기후변화당사국총회는 매년 세계 195개국의 장관급 인사들과 국제기구, 민간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말만 무성했을 뿐, 기후변화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 인류의 가장 큰 숙제는 2020년이면 종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이 논의는 지지부진했습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체결돼 1994년부터 발효된 협약입니다. 이 협약에 따라 1년에 한 번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라는 회의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1997년 3차 당사국 총회가 열린 일본 교토에서 '교토의정서'가 채택됐습니다.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1차 공약기간)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2% 줄이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토의정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책이 되지 못했습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큰 비율을 차지하는 중국(2009년 기준 24%), 인도(2009년 기준 5%) 같은 국가들은 의무감축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 2위 국가인 미국(2009년 기준 18%)은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해버렸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기후변화는 점점 더 심각해졌습니다. 더욱 강력한 합의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열린 당사국 총회에서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2012년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끝난 제18차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된 결과는 초라했습니다.

'교토의정서'를 2020년까지 연장한다는 것에 대해서만 합의가 되었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 등 신흥국가가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격렬하게 대립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2015년까지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협약을 2020년부터 발효시킨다는 것입니다. 선진국들은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에서는 신흥 국가들도 의무감축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신흥 국가들은 지금까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책임을 선진국들이 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와중에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이라는 것이 만들어졌습니다. 개발도상국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선진국들이 돈을 내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기금조성도 제대로 안 된 상황인데, 그 사무국을 인천시가 유치했다고 해서 떠들썩했습니다. 하지만 인천시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녹색기후변화 기금을 유치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인천 같은 해안도시는 기후변화가 가속화될 경우에, 해수면 상승 등으로 많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에 송도 신도시 침수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기상청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보도자료를 내면서, 90년 뒤 서해안의 해수면이 85cm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고, 그 경우에 송도신도시 등 연안지역이 침수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을 충분히 고려해 송도신도시의 제방을 조성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논란이 있을 정도로 기후변화는 이제 현실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후변화 당사국총회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회의입니다.

그러나 <한겨레> 김정수 선임기자는 이번 기후변화 당사국총회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여러 민간전문가들도 비슷한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 '기후변화 회의'에 큰 기대 못거는 이유)

아마도 2015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제21차 당사국 총회가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 이때 실효성 있는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런 대책 없이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바르샤바 총회를 뜨겁게 만들어주고 있는 국가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필리핀입니다. 필리핀은 이번에 슈퍼 태풍 하이옌으로 인해 괴멸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태풍이 덮친 레이테 섬의 참상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렇게 태풍의 강도가 강해지는 것도 기후변화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실제로 필리핀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필리핀의 기후변화 담당관인 나데레브 사노 씨는 단식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협상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는 기후변화의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필리핀을 보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미친 듯이 진행되는 기후변화를 이번 바르샤바 협상을 통해 멈춰야 한다고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 "기후변화 부정하려면 필리핀 가 보라" 유엔기후협약총회서 필리핀 대표 눈물의 호소)

일부 언론에서는 필리핀 기후변화 담당관의 눈물에 대해 보도하면서, 필리핀의 피해주민들을 도와주자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필리핀의 태풍 피해를 구호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태풍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고, 각종 자연재해는 수시로 일어날 것입니다. 식량 위기도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단지 구호의 손길만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한 각국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녹색기후기금을 유치한 대한민국은 어떤가요?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국가가 대한민국입니다. 2010년에는 한 해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이 무려 9.8%나 증가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석탄화력발전소 12개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온실가스 배출의 3분의 1이 발전 부문에서 나오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이런 국가가 '녹색'을 운운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국제적 망신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정부에만 맡겨둘 수는 없습니다. 2014년과 2015년에 열릴 당사국 총회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있을 수 있도록,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인 시민사회가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정치세력들도 기후변화 문제를 정치의 의제로 올려야 합니다. 그야말로 국가적이고, 전 지구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것과 초고압 송전탑은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바닷가에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으면 초고압 송전탑이 추가로 필요하게 됩니다. 실제로 서해안의 당진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가 계속 늘어나는 바람에 새로운 초고압 송전선(34만5000볼트)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전국에서 가장 초고압 송전탑이 많은 지역인데 추가 건설이 계속 추진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원전도 대안이 아닙니다.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에너지가 아닙니다. 우라늄을 채굴해서 제련하고 농축하는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원전이 내뿜는 온배수(냉각수로 쓰고 배출하는 물)는 바다를 데워서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온실가스가 배출되게 합니다.

결국 지속가능한 방법은 석탄화력발전과 원전에 의존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뿐입니다. 그렇다고 전기를 안 쓸 수는 없으니까요.

세계 각국이 재생가능에너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재생가능에너지 투자 세계 1위 국가는 중국입니다. 미국, 일본도 많은 돈을 투자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서 한참 뒤떨어져 있습니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필리핀의 눈물은 대한민국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최형락)

한편, '필리핀의 눈물'은 '밀양의 눈물'을 연상하게 합니다. 선진국들이 많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필리핀 레이테 섬의 주민들에게 재앙으로 다가오듯이, 대공장과 대도시에서 쓰는 전기 때문에 바닷가에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대규모로 건설하고, 그 전기를 송전하기 위해 초고압송전선을 건설하는 바람에 시골 농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오는 23일 토요일 오후 2시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탈(脫) 송전탑, 탈 원전, 탈 방사능을 원하는 시민들이 모입니다. 독일에서는 30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원전을 중단시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먼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독일에서도 처음부터 30만 명이 모인 것이 아니라, 수백 명, 수천 명의 움직임이 확산되어 그렇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는 중학교 3학년인 제 딸도 집회에 참여하겠다고 합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많은 분들을 시청광장에서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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