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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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1대1로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초등학생 같은 질문이지만, 지난 한 주 동안 화제가 되었던 질문입니다. 그것도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들이라고 하는 국회의원과 군 수뇌부 사이에서 말이죠.
논란의 불씨는 국방부의 조보근 정보본부장이 지폈습니다. 그는 11월 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남한과 북한이 전쟁을 하면 누가 이기느냐"는 질문에 "현재 작전계획에 따라 한미 동맹으로 싸우면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남한 독자적인 군사력으로는 우리가 불리하다"고 답했습니다. 이 발언이 "남북이 1대1로 붙으면 (남한이) 진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되었는데요. 민주당의 정청래 의원은 "1년 국방비가 북한은 1조 원, 남한은 34조 원으로 남한이 북한의 34배나 되는데, 남한이 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부적절하고 황당한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지난 1일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우상화'한 것으로 보이는 게시물을 공개하며, "지금 국방부의 사이버전이 이런 식"이라며 "누가 이걸 보고 '김관진 장관 대단하다' 하겠나?"라고 비난했다. 국감 기간 중 김관진 장관의 말 하나하나가 화제가 된 데에는 국방부의 현실감 없는 사고도 한몫했다. ⓒ김광진 의원실 |
논란은 이틀 후에 더 커졌습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우리가 단독으로 전쟁하면 북한을 충분히 응징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그렇다. 전쟁을 하면 북한은 결국 멸망하게 된다"고 답했습니다. 같은 질문에 대해 군 수뇌부가, 그것도 국방부 최고위 관료들이 이틀 사이에 전혀 다른 답변을 내놓은 것이죠. 그런데 김 장관의 답변이 더욱 가관입니다. 북한의 국방비는 약 1조 원으로 남한의 3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나라 전력은 북한의 대개 80% 수준"이라며 앞뒤가 안 맞는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이를 두고 <한겨레>의 곽병찬 대기자는 이 말이 사실이라면 군 수뇌부가 "세금도둑이거나 사기꾼"이라고 힐난했습니다.
(☞ 똥별들, '부끄러운 줄은 아셔야죠')
'남북한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걸 확인해보기 위해 전쟁을 해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많은 연구 기관들은 국가 간의 군사력 비교도 해보고, 전쟁 시뮬레이션도 해봅니다. 1994년 한반도 전쟁 위기 당시에 미국 펜타곤이 여러 차례에 걸쳐 '워 게임(war game)'을 해봤다고 하는데요. 한미동맹과 북한이 싸우면 90일 이내에 북한을 제압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주한미군 사망자 5만 명, 한국군 사망자 50만 명, 한국의 경제적 손실 1조 달러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 이후 북한의 전쟁 수행 능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평가이기도 합니다. 1994년 전쟁 위기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윌리엄 페리는 99년 의회 청문회에서 "한반도에서의 군사력 상태는 94년 위기 당시보다 훨씬 한미동맹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에도 이러한 평가는 유지되었는데요.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는 "남한이 북한보다 재래식 군사력과 전쟁 수행능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했고,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은 "북한의 비행 훈련은 연 12~15시간인 반면에, 한국군은 월평균 15시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윌리엄 펠런 태평양 사령관은 "북한은 재래식 군사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어 장기간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과거보다 확실히 줄어들었고, 특히 남한의 군사력 강화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바로 이러한 이유, 즉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이 갈수록 노후화되고 또 남한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독립적인 군사력 평가 연구기관은 <글로벌파이어파워> 역시 남한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고 평가합니다. 군사력과 경제력 등 40가지의 변수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남한은 세계 8위인 반면에 북한은 29위라는 거죠. 아래 주소를 클릭하면 68개국의 순위를 볼 수 있습니다.
(☞ Our full ranked list puts the military powers of the world into full perspective)
그런데 남한 군 당국의 평가는 신뢰하기도 힘들고 일관성도 없습니다. 2004년에는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의 88%에 불과하다는 것이었고, 2008년에는 북한보다 10% 가령 앞선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랬다가 오늘날에는 또다시 북한보다 20%나 뒤떨어지고 있다고 하니, 아니 군사력 평가가 무슨 고무줄도 아니고 이렇게 늘었다 줄었다 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더구나 지난 5년 동안 남한은 북한보다 약 140조 원이나 많은 군사비를 썼습니다. 그런데 군사력은 거꾸로 떨어졌다고 하니, 한 마디로 기가 막힐 뿐입니다.
이러한 황당한 평가의 저면에는 평가 방식의 오류와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습니다. 군은 여전히 낱알세기(양적인 평가)를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요. 이렇다 보니 남한의 압도적인 질적인 우위와 훈련 수준, 그리고 경제력 등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되는 것이죠. 정치적인 의도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북한보다 열세에 있다고 계속 우겨야 국방비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고요. 남한 단독으로는 안 되니 미국이 중요하고 그래서 전시 작전권 환수를 늦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로 넘어가 볼까요? 여러분은 남북한이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진다', '이긴다'의 기준을 무엇으로 보십니까? 북한의 남침을 격퇴하고 북한에게 큰 타격을 입히는 것이라면 남한이 이길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남한의 피해 역시 만만치 않겠지요. 그런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북한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것,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표현한 '북한의 멸망'을 추구하는 것을 '이긴다'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남한이 이길 수 없을 겁니다. 북한 영토의 80%가 산악지형이고 1만 개 안팎의 지하터널이 있으며 총 쏠 수 있는 사람이 900만 명이라고 하니 무력 점령은 고사하고 기나긴 전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여기에서 두 가지 중대한 변수가 있습니다. 하나는 남한 군 수뇌부가 독자적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지적인 능력이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미군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한국군의 전투 능력은 세계 최강이라고 하죠. 그러나 한국군 수뇌부는 개별적인 전투 능력을 종합해 지휘통제해본 경험도 없고 의지도 없습니다. 의지가 없으니 당연히 능력도 부족하겠죠. 이러한 사례는 세 차례의 서해교전과 연평도 포격전에서 여실히 입증된 바 있습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북한의 핵무기입니다. 북한의 핵무장이 전력화된다면 남북한 군사력 비교 및 한반도 유사시 그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가령 북한이 핵미사일로 남한의 핵발전소를 공격한다면, 한반도는 그야말로 '아마겟돈'에 직면하게 되겠죠.
결론적으로 남북한 전쟁이든, 미국과 중국까지 끼어든 국제전이든,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모두가 지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우리에게 전쟁은 '정치의 연속'이 아니라, '민족공동체의 소멸'을 의미한다는 거죠. 하여 남북한이 모두 이기는 길은 평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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