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유럽 순방 발언을 두고 북한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북핵과 경제건설은 양립할 수 없으며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북한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15일 담화를 통해 박 대통령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 경제건설과 핵무력강화의 병진로선이 《성공불가능》하다느니, 《북의 핵보유를 인정해서는 안된다.》느니, 가긍하고 알량한 제 처지에서 《북의 핵무기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느니 하고 희떱게 줴쳐댔다"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변인은 "우리의 핵과 미싸일은 미국의 핵전쟁참화를 막기 위한 강대한 억제력이며 나라와 겨레의 운명을 수호하기 위한 자위적 보검"이라며 "우리더러 핵을 포기하고 미싸일을 페기하라는 것은 결국 자주와 존엄을 내던지고 제국주의의 노예가 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변인은 "우리의 핵에 대하여, 우리의 병진로선에 대하여 더 이상 함부로 재잘거리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대변인은 "그 누구의 《변화》를 유도한다고 주제넘게 놀아대지 말아야 한다"며 "《변화》는 우리가 아니라 유신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박근혜와 그 추종세력들이 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번 국방위 대변인 담화는 북핵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는 성격이었지만, 곳곳에 박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담겨 있다. 대변인은 "박근혜는 옷차림새도 유치한 통속잡지뚜껑이나 흥행물광고판처럼 얼룩덜룩 잡탕으로 골라잡았다고 한다", "외국행각 때의 박근혜의 처사는 휘파람을 불면 주인의 사타구니를 맴돌며 꼬리를 젓고 먹이를 내보이면 아양떠는 삽살개의 모양 그대로였다"며 유럽 순방 시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북한이 입에 담기 민망한 단어를 골라가면서 박 대통령의 행적에 날을 세운 데에는 자신들을 더이상 자극하지 말라는 함의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대화상대로 인정할 거면 최소한 상대방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노선과 체제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핵 문제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발언에 북한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과 관련해서 장 선임연구원은 "현재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과 중국이 협의하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 한국이 나서서 발목 잡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6자회담 재개를 놓고 중국이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이 끼어들어 상황을 그르치게 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한편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방위 대변인 담화에 대해 "북측이 사용한 저속한 표현들이 북측의 지도자에게 그대로 사용된다면, ´자신들이 어떻게 반응했을까´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며 "백해무익한 비방을 중단하고,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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