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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가 된 한미동맹,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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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신화'가 된 한미동맹, 이대로 좋은가

[좌담회] 한미동맹-정전협정 60주년을 보내며 ①

2013년은 한미동맹 및 정전협정 6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전쟁이 멈춘 지 6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는 먼 이야기처럼 보인다. 동북아의 국제 정세 역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구상이 현실화되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냉전적 구도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프레시안>과 코리아연구원은 2013년을 돌아보며 한미동맹과 정전협정을 중심으로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역학구도를 점검하고, 정전협정 극복과 동북아 현안을 해결할 지혜를 모으는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는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 최종건 연세대학교 교수, 박인규 <프레시안> 언론협동조합 이사장, 강태호 <한겨레> 기자가 패널로 참석했으며 사회는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이 맡았다.

좌담회는 10월 29일 <프레시안>편집국에서 진행됐다. 이날 진행된 좌담회를 두 차례 나누어 소개한다.<편집자>

▲ 좌담회 참석자. 왼쪽부터 김준형 한동대 교수, 최종건 연세대 교수,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 강태호 한겨레 기자, 박인규 프레시안협동조합 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김창수 : 올해는 정전 60년, 한미동맹 60년이 되는 해다. 사실 정전 60년과 한미동맹 60년이 같은 해라는 것은 함께 존재하기 힘든 일종의 형용 모순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전 60년 한미동맹 60년을 보내는 소감이랄까? 우리가 한번 되새겨봐야 할 의미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김준형 : 올 한 해를 돌아보면 한미동맹과 관련된 행사는 꽤 많이 한 것 같다. 또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전에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도 방한했다. 그런데 정전체제와 관련해서는 별로 눈에 띄는 것이 없었던 것 같다. 동맹 60주년 관련 행사는 정부 차원에서 많이 한 것 같은데, 정전체제 이야기는 평화체제 문제와 연결되다 보니 정부보다는 시민단체 쪽에서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아무래도 정전체제를 기념할수록 이것이 잘못됐다는 점이 더 부각되기 때문에 동맹보다는 덜 기념되는 것 같다. 보통 '몇 주년 기념' 이라고 하면 특정한 일이 완료된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전체제가 60년이 됐다는 것은 전쟁을 멈춘 현 상태가 60년이나 지속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을 완전히 멈춘 것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지속되는 묘한 부조리의 시간이 굉장히 오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이다.

최종건 : 지난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 전후로 한미 동맹 관련 여러 세미나 및 행사들이 있었는데 비판적 발표와 토론을 했다. 일단 동맹의 좋은 이야기는 많이 나온 것 같다. 60년 동안 동맹이 유지됐다는 것은 우리의 안보적 차원에서 보면 좋은 측면도 있겠으나 또 한편으로는 동맹이 상당히 신화화된 측면도 있다고 본다.

한반도 정전체제 극복을 위해 평화, 교류, 상호 이해, 상호 인내보다는 대북 억지가 너무 강조되면서 동맹이 신화화되고 일종의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되는 것 같다. 남북관계가 안 좋거나 북핵문제가 생기면, 동북아의 안정에 문제가 생기면 동맹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인지적 의존성이 강화된 것 같다.

물론 동맹 60주년은 상당히 의미 있는 숫자다. 하지만 그만큼의 한계도 있다. 이를 재점검해봐야 한다. 동맹이 우리에게 이익을 줬다면 그동안 사용했던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안보 국면에서 북한 문제는 일종의 상수가 됐는데, 여기에 대해 우리가 방위비 분담금을 얼마나 낼 것인지,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와 MD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미·일 동맹의 결과로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지지해주는 문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등의 문제점도 나온다. 이러한 사례들을 비추어 볼 때 현재 우리가 동맹의 비용과 한계는 생각하지 않고 신화화만 한다는 것이 문제다. 동맹이 신화화되면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다.

강태호 : 정전 60년과 한미동맹 60년은 보는 시각에 따라 형용모순으로 볼 수도 있다. 정전이 아직도 전쟁상태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정전 60주년이 평화체제로 전환되지 않는 이상 동맹을 강화하는 필요성을 오히려 부각시킬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정전과 동맹은 상호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이라고 볼 수도 있고, 상호의존적으로 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올봄에 북한이 정전협정마저 무효화하면서 전쟁위기가 고조됐는데 이로 인해 동맹을 보는 시각도 군사적인 관점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올 한 해를 되돌아봤을 때 정전협정이 아직도 유지되느냐는 관점보다 오히려 필요성이 더 부각되는 것 아닌가 싶다. 10월 1일 국군의 날을 기점으로 건군 65주년이 더 부각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보인다.

정전체제와 한미동맹은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유지되는 것만이 아니라 상호적으로 작동하는 측면이 있다. 한미동맹의 적이라고 불리는 북한이 이러한 부분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반도 위기를 조성하는 시점과도 일치됐다. 한반도 내부에서 한미동맹과 북한 위협 간 적대적 상호 의존성이 결과적으로 동맹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동했다고 본다.

또 하나의 측면으로 미·중 간 패권을 다투는 과정 속에 힘의 균형이라는 차원에서 짚어볼 수 있다. 아시아로의 이동(Pivot to Asia)을 내걸은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로서 한미 동맹을 생각할 수 있다. 한미동맹 60주년을 기념하는 시점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한다는 미국 입장이 나왔고, 우리는 우리대로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는 쪽으로 이 기제가 작동됐다. 냉전 시대 미-소 양 진영의 최전선에 있었던 한미 동맹이 냉전이 끝났음에도 작동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들이 있다고 본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로의 이동이 동맹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존재 이유를 부여하고, 이러한 측면에서 동맹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 김준형 한동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김준형 :
정전체제가 동맹을 강화시킨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하지만 정전체제에는 또 다른 함의가 있다. 정부가 정전체제는 이야기하지 않고 동맹만 이야기하는 이유는 정전체제는 평화체제로 가야 한다는 당위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전체제에 대해 한쪽 측면만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정전체제 이야기 자체를 꺼내지 않는 것이다. 만약 정전체제가 동맹을 강화하기만 한다면 정전체제를 많이 선전할 것이다.

한미동맹이 60년 동안 이어지면서 '중독'이 된 것 같다. 한미동맹이 신화, 관성, 이데올로기로 굳어지는 것 같다. 가만히 보면 북한도 그렇고 한국도 정치 갈등이 좌우의 이념 대립이 아니라 권력을 잡는 데 얼마만큼 유리한지를 따지는 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 한미동맹이 부각되는 이유도 한국에서 동맹이 보수를 결집시키고 정권을 잡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안보 담론이 평화 담론을 완전히 지배하는 안보 포퓰리즘이 동맹 강조와 연결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큰 역할을 한 것이 북한의 도발이긴 하지만, 사실 그게 없더라도 안보 담론이 한국을 크게 지배한 것 같다.

박인규 : 일단 사람들이 정전 60주년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곧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닌가 싶다. 정전, 그리고 이에 따른 남북 간의 대결상태가 비정상적인 것인데 이것이 비정상이라는 느낌, 이 비정상적 상황을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절박함 등이 정치지도자들은 물론 우리 국민들 사이에 별로 없는 것 같다.

사실 6.25는 동북아 냉전의 시작이다. 남북 간의 군사대결이 미·중 간의 군사대결로 확대되면서 동북아 냉전이 굳어진 것 아닌가. 더 나아가 6.25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군사화되는 결정적 계기였다. 1950년 4월 마련된 미 국가안보문서 NSC-68은 소련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미 국방력의 대대적인 확충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할 명분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6.25가 터지고 소련의 세계 적화 음모가 드러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미국의 국방예산이 4배나 늘어났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외정책이 군사주의로 나아가게 됐다. 이에 대해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딘 애치슨은 "코리아가 나타나 우리를 구해주었다"라고 말하지 않았나. 이렇게 남북 대결은 동북아 냉전을 고착화시킨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그런데 이것을 아직까지 못 풀고 있다. 6.25를 계기로 적대 상태에 들어간 미국과 중국은 1971년 닉슨의 중국 방문으로 화해에 성공에 성공했는데, 남북 간의 대결상태는 국제 냉전이 종식된 지 20여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남북 대결 상태가 미·중 간 새로운 군사대결의 빌미가 되고 있다. 물론 남북대치 상태가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은 북핵 문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남북 대치 상태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 간의 군사대결에 또다시 끌려들어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남북관계의 정상화가 한반도의 장래에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국민적 또는 정치 지도자 사이에서의 합의가 없는 것 같다. 김대중 정부 때는 그런 문제의식이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

정전이라는 사태가 굉장히 비정상적인, 문제가 많은 상황인데도 그런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국민들이 몸으로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종북 장사'다. 작년 대선 승리를 비롯해서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라든가 국민연금 개혁 문제 등 국내 정치에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박근혜 정부는 NLL 포기 논란 등 북한을 끄집어내서 국내정치에 얼마나 많이 활용했나.

남북관계 정상화가 한반도의 평화 안정에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 담론 수준에서는 많이 나오는데 정치 하시는 분들이나 국민들은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최근 보수세력이 북한을 끌어들여 국내 문제를 해결하려는 종북 장사를 하고 이것이 먹혀들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우리 국민이 정전 60주년을 정말 절박하게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물론 여기에는 북핵 문제 등 여러 변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정전체제, 남북 대치상황 등이 굉장히 비정상적이고 앞으로도 문제가 많은 것이라는 의식이 없는 것만은 사실이다.

정전체제 극복, 가능한 것인가

김창수 : 정전체제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나? 정전체제의 극복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박인규 : 현재 동북아에서는 미·중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촉매제는 결국 남북화해다. 남북대립과 북핵문제가 이어지면 미·중 간 군사대립을 촉발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생각을 정치권 인사들도 하고 있는지 여부다. 종북 장사가 되다 보니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사실 국내정치와 관련해 민주주의라든가 경제, 복지 문제 등 다른 부문에서 보수세력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별로 없다 보니 국민들의 반북 정서에 기대는 것이다. 종북몰이를 통해 국내의 반대세력을 제압하려 하고, 결국 보수정권의 안위를 위해 남북 대결이 계속 고착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미·중 간 군사적 대립도 격화될 것이다.

동북아 냉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냉전 해소의 시작은 남북 간 화해인데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북핵문제나 국내정치적인 문제가 있긴 하지만, 동북아 냉전 해소에 대한 깊이 있는 각성이 있어야 한다.

최종건 : 분명히 정전은 상황적 현실이다. 그런데 정전이 아니라 동맹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야기를 한다. 동맹을 이야기하는 곳에서 정전협정을 이야기하면 소위 "잔치판에 왜 정전협정을 이야기하느냐, 김 새게"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정전이라는 단어는 동맹이라는 단어만큼 이념화되어 있다. 정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 "북한이랑 화해하자는 거지? 북한이랑 뭐 해보자는 거지?" 라고 본다. 결국 정전협정이라는 문제가 발언하는 사람의 사상을 점검하는 이른바 '리트머스 시험지'가 돼버린 것 같다.

재밌는 현상은 동맹의 발전을 이야기하면서 구체적으로 그 발전이 무엇인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이 이대로 가는 것이 진정한 발전인지, 아니면 대북 억지라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 발전인지, 그것도 아니면 동북아 안정의 일종의 린치핀(핵심축)인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수사(레토릭)는 많지만 정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정전의 개념이 무엇인지, 정전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강태호 : 정전협정이 냉전의 재생산 속에서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거기에 의탁하고 있다. 이런 측면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지향점을 가져갈 수 있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또 하나의 측면에서 정전협정이 사문화 되는 무력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동맹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확대 재생산된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냉전적 대결 구도들이 전 세계적으로 해체되어 나가는 과정에서 정전협정과 동맹 속에 포함되어 있던 적대관계 부분들이 무너지니까 남북대화로의 전환이 이루어졌던 측면도 있다. 노태우 정부 때 탈냉전의 흐름 속에서 동맹 개편이라는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적대관계의 해소라는 큰 구조 속에서 동맹과 정전협정 문제들이 다시 거론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로 왔을 때는 적대관계가 심화되고 대립적인 측면이 부각됐다. 이런 상황에서 동맹 60주년을 맞았다는 시기적, 상황적 요인들이 지금 우리가 동맹이나 정전협정을 바라보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무엇이든 오래 지속되는 것은 그것이 가능한 내적 시스템이 뒷받침을 해주거나 그것을 필요로 하는 상황적 요인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의 핵심 지배층이 동맹과 정전협정 속에서 자기 존재근거를 갖고 현실인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과 동맹에 대한 문제를 이러한 관점에서 보고 있고 그에 대한 정책 결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전협정이 자기 재생산할 수 있는 내부적인 시스템을 갖고 끊임없이 재생산된 측면이 있다.

▲ 정전협정 60년을 맞이한 2013년, 한반도는 어느 때보다도 높은 긴장에 휩싸여 한 때 전쟁위기설까지 나오기도 했다. 사진은 북한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고 판문점대표부 활동도 전면 중지하겠다고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전협정이라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동맹으로서만 한미동맹이 지금까지 존재해왔다면 현실 정치와는 불일치가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동맹의 성격에 대한 새로운 역할 규정들이 계속 부여되면서 동맹이 대체될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내적 근거들을 확보하지 못해왔다. 한미 동맹이 미래비전, 전략동맹으로 변화했고 한반도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인, 군사적인 측면만이 아닌 포괄적인 동맹으로 변화됐다. 이렇게 동맹의 새로운 동기와 역할이 부여된 것이다.

지속되는 것은 그 지속성에 의해 그것을 유지시켜 나갈 수 있는 내부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집단들을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전체제 극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상당히 공허한 이야기가 되지 않겠나 싶다.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밝히고, 최근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라고 해서 북한을 포함한 대륙 국가들과의 새로운 협력이라는 지향성을 갖고 있다고 했을 때 동맹이 갖고 있는 모순점이 있다. 일단 북한과 적대적인 관계가 문제가 된다. 현 정부는 튼튼한 안보 위에서 북한과 대화한다는 논리를 펴면서 모순점이 없다고 말하지만, 중국을 견제하는 동맹의 성격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의 정책과 모순되는 측면이 존재한다.

또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웠던 공약을 만들었던 집단들이 실제로 당시 공약을 정책적인 차원에서 이를 계속 밀고 나갈 수 있는지 여부도 문제다. 현재 정부의 외교안보팀은 군부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들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북한을 제압하며 때로는 중국도 견제할 수 있는 역할로 동맹을 설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가져왔던 방향성과 현재 외교안보팀 구성을 보면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한미 동맹, 실적으로만 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가 더 좋았다

김창수 : 한미동맹에 대해 평가해본다면? 김대중 노무현 시대의 한미동맹 재조정과정에 대한 평가 또는 이명박, 박근혜 시대의 한미동맹 현주소는 어떠한가?

김준형 : 동맹이라는 것은 국가 전략 중 상호 간의 이익의 접점을 찾아 하나의 수단으로 맺어지는 것인데 우리한테는 한미동맹이 신화가 되어 있다. 전쟁억지, 대북억지 등 동맹을 묶어줬던 공통의 위협인식이 흔들렸을 때는 동맹이 흔들리는 것이 당연하다. 실질적으로 탈냉전이 왔을 때,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동맹이 흔들린 것은 그런 측면에서 당연한 결과다. 그걸 재조정을 통해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동북아에서 미국을 우방국으로 갖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군사주의는 축소되어야 한다. 동맹 초기에는 미국도 여기에 동의했고 한국도 남북관계 개선되면서 군사주의 축소를 통한 재조정에 상당히 동의했다고 본다. 그런데 미국이 냉전 이후 세계를 다스리는 데 있어 생각보다 평화롭지 않았다. 맘대로 잘 안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그동안 반세기 이상의 쌓아온 동맹 자산을 버리기가 너무 아까웠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9.11 테러가 일어나면서 미국은 기존의 동맹을 다 부활시켰다.

그런데 그것이 마치 한국의 진보정권이 한미 동맹을 망쳤다는 식으로 덮어씌워졌다. 북한에 대한 위협인식이 약해진 것, 그리고 그동안 일방적으로 형님-동생의 관계로 맺어진 한미 간 보장 조약이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 이 두 가지 주제가 한미 동맹을 위기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진보정권 다음에 등장한 한미 간 전략 동맹은 이런 것들을 다 극복하자는 것이었다. 동맹은 다시 냉전적이어야 하고, 군사적이어야 하고, 친미적이어야 하고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전략 동맹에는 문제가 있다. 한국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미국의 세계 전략에 말려들어 간다는 것이다.

미국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상호성이다. 이는 우리의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는 상호성이다. 우리는 겉으로 격이 좀 높아지는 대신, 상당 부분 미국의 전략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동맹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심지어 야당이나 진보들도 한미동맹은 꼭 유지되어야 한다고 전제를 하고 간다. 문제는 한미동맹은 지지해야 되고 깊어져야 하고 발전되어야 한다는 전제는 있는데 그게 어떤 방식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전혀 없다는 점이다.

▲ 최종건 연세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최종건 :
동맹을 평가할 때 동맹의 '업적'이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 파병도 했고 한미 FTA도 추진했다. 군사적, 경제적 조치에서 미국과 협조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전략적 유연성까지 마련했었다.

서울이나 워싱턴에는 동맹이라는 화두를 놓고 장사를 하는 이른바 '동맹 장사꾼'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의 보수적인 학자와 관료들은 한국이 한미동맹의 하부조직이어야 하고 미국의 요구에 대해 순응적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편다. 미국 입장에서는 늘 말을 잘 듣던 친구들이 협상을 하려고 하니까 일 못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한미 동맹을 두고 "후졌다, 퇴색되는 것 같다" 라는 레토릭을 형성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실적은 좋은데 오히려 동맹에 대해 폄하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다루기는 힘들었지만 실적은 나았다. 또 이들 정권이 미국의 세계 전략에 공헌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들보다 순응적이었다고 하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이렇다 할 실적은 없다. 단지 한미 동맹이 좋았다는 레토릭만 나왔을 뿐이다.

여기서 동맹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의 문제가 나온다. 업적을 놓고 평가할 것인지, 아니면 양쪽 수도에 있는 주요 학자들과 관료들의 말로 평가할 것인지. 양국에서 오가는 '말'로 동맹이 좋았다, 나빴다 혹은 복원됐다 라는 평가를 한다면 이는 우리가 동맹의 실체를 간과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실적 차원에서만 보면 이명박 정부는 전임 정부들보다 더 안 좋았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전시작전권을 빨리 한국에 주고 싶은데 한국은 안 가져간다면서 미국에 자꾸 의존하려고 하지 않았나. 국내 경기도 좋지 않았던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이런 한국의 의존이 상당히 거추장스러웠을 것이다. 동맹을 평가하는 방법에 대해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는 레토릭만 강화된 이명박 정부 시즌2가 되거나 여전히 평가할 덩어리가 좀 부족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전작권 문제가 MD 문제 등을 봤을 때 이명박 정부와 한 기차를 탄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도 손을 들어준 것이고.

김준형 :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방미 직전까지 미국에 대해 날카롭다가 미국에 다녀온 이후에 순응적으로 태도가 바뀌었다. 이명박 정부는 레토릭이 워낙 좋았고.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이 레토릭도 좋게 만들고 실적도 잘 내려고 작정을 한 것 같다. 오바마 2기 정부는 초기에 박근혜 정부에 대해 상당히 의심했다. 중국 이야기하고 신뢰 이야기하니까. 존 케리 국무장관이 한국에 와서 한미 정상회담 하기 전에 우리 신뢰외교가 너무 앞서가면 안 된다고 계속 설득했었다.

김창수 : 동맹을 실적과 레토릭으로 구분을 했을 때 실적을 본질이라고 한다면 레토릭은 포장인데, 본질에 의해 평가되기보다는 포장에 의해 평가된다는 측면이 많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안보 역시 마찬가지로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안보 포퓰리즘으로 변형돼서 국내 정치적으로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평가되는 것 같다.

박인규 : 한미 관계를 '동맹'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냉정하게 본다면 한국은 미국의 피후견국(client state)이었다. 해방 이후 오랫동안 미국의 경제, 군사원조로 유지돼 온 것 아닌가. 물론 이제는 한국의 국력도 신장돼 보다 대등한 관계를 추구하려 하지만, 현재의 상태가 제대로 된 동맹인지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동맹'이라는 말 자체가 신화화의 요건인 것 같다. 얼마 전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군사력보다 정보력이 더 중요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미국은 북핵의 실체를 알고 있으면서 정작 중요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핵에 대응을 미국의 국익에 맞게 조정해 간다는 것이다. 이번에 스노든 사태를 봐도 미국의 진정한 동맹국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독일도, 프랑스도 모두 도청당하지 않았나. 진정한 동맹이라면 정보도 공유해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미국과 정보공유 협정을 맺은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이른바 앵글로색슨계 국가들만이 미국의 진정한 동맹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미군이 동북아에서 균형자 역할을 분명히 해왔고 미군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1970년대 미·중 화해 당시 키신저가 중국 지도부에게 주일 미군은 중국에 대한 일본의 군사행동을 억지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미군이 중국과 일본의 군사행동을 모두 억제하는 이중의 봉쇄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 지난 1991년 김용순 당시 북한 외상이 미국과 협상을 하면서 한반도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의 존재를 용인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의미는, 이전까지는 주한미군이 북한의 남침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북한에 대한 한국의 군사행동을 억제해 달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9.11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이 한층 더 군사화되면서 한미 관계라는 것이 우리의 국익과 관련된 남북화해라는 데 있어 별로 도움이 된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이러한 부분을 해치면서 동맹이 강화되는 것이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동맹이라는 표현 자체도 문제라고 본다. '종북' 이라는 표현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표현을 쓰면서 중독되는 것 같다. 그래서 한미동맹보다는 한미 '관계'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냉정한 판단인 것 같다.

강태호 : 우리 내부에서 "동맹이 바뀌어야 한다" 라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단지 미국의 필요에 의해서 그랬던 적은 있다. 70년대 베트남전 패배 과정에서 닉슨이 주한미군 철수하겠다고 하면서 동맹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드니까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갖고 동맹이 불가피하게 조정될 수밖에 없었다. 또 미국의 국방비 부담이라는 문제, 방위비 분담 문제도 나왔었고.

동맹 재편과 관련해 우리 스스로의 입장을 갖고 나갔던 것은 전작권 문제가 있다. 노태우 정부 때부터 제기됐었고 그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노무현 정부의 2012년 전작권 환수 결정으로 이어졌다. 동맹 재편 과정에서 우리 목소리를 낸 것이다. 동시에 남북관계가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동맹 재편이 진행됐기 때문에 우리의 요구와 국제적 탈냉전의 흐름을 반영한 재편 과정으로 갈 수 있었다고 본다.

이 과정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방향이 있었다. 대등하고 자주적인 입장에서 과거의 냉전형 동맹과 다른 동맹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동북아에서 양자적인 군사동맹 차원이 아닌 다자적인 안보질서로서의 보완이라는 측면으로 발현됐고, 이것이 9.19 공동성명과 6자회담 합의 속에서 6자회담이 동북아 다자안보체제의 맹아로서 기능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미국의 동의라는 지향성을 갖고 있었다고 본다.

동맹의 역할이 확대되고 성격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미국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추진한 부분이 있다.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것을 중시했는데 한반도에 주둔한 미군이 중국 견제를 비롯해 신속 배치군으로서 중동의 전쟁에도 개입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동맹의 상호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도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곳에는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됐고 그래서 이라크 파병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이야기한 대등한 동맹, 자주적인 동맹의 성격이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와 갈등 요소가 있었던 것이다. 이명박-오바마 정부는 이러한 충돌에 문제가 있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오바마 정부는 기존에 자신들이 일방주의적으로 요구하고 강요했던 것을 한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쪽으로 접근한 것이고, 이명박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비롯해 한미 동맹을 대등하게 만들어가자는 것이 미국을 자극했다고 보고 우리 입장을 후퇴시킨 것이다. 이러한 부분들이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가 합의했던 동맹의 미래비전 속에 담겨있다고 본다.

현실적인 흐름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명박-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6월에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확장억지'라는 개념이 있다. 지금 우리가 킬체인과 관련한 논의를 하는 것은 당시 합의됐던 확장억지 개념,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과 핵 위협에 대한 군사적 후속 조치로서 진행되어온 것이다.

동맹을 쉽게 부정할 수 없는 이유는 미국이 동맹의 성격을 끊임없이 바꾸면서 마치 한국의 위상이 강화된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동맹의 변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에게 부여했던 긍정적인 면들이 국민들 머릿속에는 우리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고, 세계적 차원에서 한국이 갖고 있는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수행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부여했던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과거의 냉전 동맹이 아닌 미국에 의해 변화된 동맹이 내부적으로 계속 동의를 얻어나가는 측면이 있지 않나 싶다.

*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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