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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주간 프레시안 뷰] 박근혜, '쿨한 대통령' 변신 가능할까?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현재 <프레시안 뷰>는 프레시안 조합원과 후원회원인 프레시앙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 외 구독을 원하는 분은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유료 구독 신청(1개월 5000원)을 하면 됩니다.(☞ <프레시안 뷰> 보기)


▲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박근혜-문재인. 한 사람은 51.6%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다른 한 사람은 패자의 고배를 마셨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대선 불공정' 시비가 붙은 요즘, 문재인 의원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이번 주부터 주간 정치전망을 맡게 된 김윤철입니다. 지난주 첫선을 보인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와 번갈아 한 주간의 정치를 평가하고 전망하는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합니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지난 18대 대선이 불공정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그 불공정의 수혜자'라고 돌직구를 던졌습니다. 야권의 후보로서 지난 대선의 당사자였던 문 의원은 그간 국정원 정치개입 문제와 관련해 입장표명을 자제해왔습니다. 자칫하면,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것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민주당 내부에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정계 은퇴하라는 주장까지 있었던 터라,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발언으로 문 의원이 정국의 한복판에 나선 모양새가 만들어졌습니다.

문 의원의 가세가 적절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일단 비판적인 평가가 다소 우세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문 의원은 대선 당사자였던 관계로, 새누리당의 대선불복 공세에 휘말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문 의원의 성명 발표 직후, '대선 불복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또 '져놓고 말이 많다'는 보수 유권자들의 승부에 관한 편견 앞에서도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 대통령의 책임 있는 조치를 끌어내고 국정원과 군, 검찰이라는 기구를 실제로 개혁하기 위해선 적어도 합리적 보수 유권자들의 공감과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문 의원의 가세는 대통령의 책임 있는 조치와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를 보수 유권자들이 민주당, 특히 친노 세력의 '정부 여당 흔들기'와 '재등장'이라는 정략적 맥락에서 이해할 여지를 제공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문 의원이 나선 것은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대선 패자임에도 불구하고 야권을 통틀어 가장 눈길을 끄는 정치인이라는 것입니다. 그 힘이나 의미가 퇴색되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지만, 어쨌든 문 의원은 야권의 단일 후보로서 득표율 48%를 기록한 정치인입니다. 또 집권세력이 NLL 문제 등을 갖고 끊임없이 시비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계승자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쟁 꾼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이 대야 전략을 바꾸지 않는 한, 문 의원은 정국을 뒤흔드는 핵심 쟁점의 관계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이 대선 이후 새로운 정치인을 내세워 자신이 주도하는 국민적 의제를 만들어 냈다면, 아마도 상황은 달랐을 것입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새 정치를 구현해 갈 대오를 만들어냈어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현재 그럴 수 있는 시간도, 자원도, 능력도 갖고 있지 못한 듯합니다. 당분간 상황의 변화가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 때문에 문 의원이 향후 행보를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일회성의 충정 어린 권고로 끝날지, 아니면 본격적으로 야권의 대표 선수 역할을 수행할지 말입니다. 본인의 의지도 관건이겠으나, 일단은 박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지 않나 싶습니다. 박 대통령이 그야말로 충정어린 권고를 받아들인다면 문 의원은 일상적인 의정 활동으로 돌아갈 공산이 큽니다. 언젠가 또다시 중대 발언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때까지는 그러할 것입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충정을 헤아려 권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입니다. 문 의원으로서는 꽤나 머쓱해지겠지요. 이미 청와대는 문 의원의 성명서에 대해 '입장 없다'고 피력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문 의원이 '대정부-대여 공세'의 강도를 높이면서 정치투쟁에 나설 여지를 높이는 것이기도 합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대한민국의 현실을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규정한 이상,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을 선보이기도 해야 합니다.

▲ <주간 프레시안 뷰> 11호(10월 24일 발행). 표지 사진으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다뤘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검찰 내부의 갈등은 '항명'과 '외압'이라는 두 개의 시선으로 갈렸다. ⓒ프레시안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과 전략은 언제 달라질까요? 경쟁자의 충정어린 권고를 선뜻 받아들이는 '쿨한 대통령'으로의 변신 말입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야 정쟁에 거리를 두면서 외교와 민생 문제에 집중하는 명실상부한 '국가 원수'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로지 허구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행보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분명히 세계 정치·경제 질서에서의 위치가 달라졌습니다. 더이상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위계적 분업구조에 기댄 채, 선진국의 사양산업을 도맡아 성장을 도모할 수가 없습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첨예한 경쟁구조에 완전히 노출된 '중상국'의 위치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애플'과 '삼성'의 치열한 쟁투는 그러한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사회양극화는 해소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강자독식구조가 공고화되고 있습니다. 혁신과 투자의 능력도, 의지도 없는, 그래서 점차 경쟁력이 고갈되어가고 있는 사회경제적 강자들이 자신들의 살길을 골목마저 장악하는 '독점지배'에서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으로서 외교와 민생 문제에 집중해야만 하는 환경과 조건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실제 잘 하고 있든 아니든 간에 아직도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박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그러한 대내외적 환경과 조건에 일견 부응하고 있다는 평가 때문일 것입니다. 내부의 후진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국가의 나와 자식들의 명운이 걸려 있는 문제에 집중하는 대통령 말입니다. 국민들 사이에는 분명 대통령이 정쟁의 당사자가 되거나 정쟁을 주도하는 것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는 것이지요. 이런 마음에 기초해 지지율이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한, 박 대통령의 변신은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는 한에서도 그렇겠지요.

아마도 박 대통령의 변신은 민심이반이 뚜렷이 감지되고, 새누리당 내부가 당권과 대권을 둘러싸고 시끄러워질 때 이루어질 것입니다. 지방선거를 거치면서겠지요. 새 정부 들어 치르는 첫 전국 규모의 선거로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을테 니까요. 하지만 변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미 점점 커지고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치 정국이 계속되면서 민생 문제의 개선이 지체되면, 정쟁 해소를 위한 대통령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에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정쟁과 거리를 두려고 해도 결국 정쟁의 한 가운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보수와 진보, 여와 야 진영 구분 없이 대부분의 정치학자를 비롯한 정치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대통령의 리더십 발휘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처지에서 볼 때, 더 늦기 전에 직접 나서서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로운 상황에 다다른 것입니다.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고 대선 승리의 정당성까지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 지배적일 때, 문제를 빨리 정리하고 가는 것이 좋다는 것이지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2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현 사태에 정부 여당에게 책임이 있다'며, '국민의 오해가 없도록 모든 방법을 활용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정 의원의 발언은 하나의 신호일지 모릅니다. 민심 이반의 가능성을 우려한 당 내부의 호각 불기, 혹은 차기 당권과 대권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부 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말입니다. 설사 그것을 의도한 발언이 아니었다고 해도, 박근혜 대통령 주변과 새누리당에 민심에 예민한 정치인이 있다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여러 모로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선 불복이냐'는 식의 대응을 멈추고 여야가 시민들과 함께 국정원과 군과 검찰을 개혁해가자는 식으로 나아가는 것이 향후 정국 주도권과 선거승리를 위해서라도 좋을 것입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야당을 평소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이라고 해도 집권세력의 일방독주와 오만함을 심판하기 위해서 야당에게 표를 던질 줄 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균형감을 갖춘 영리한 유권자인 것이지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2010년의 지방선거가 바로 그랬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들을 위해서 꼭 기억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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