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금융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오후(현지시각)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금융위기 극복, 기후변화 공동대처 등 지구촌의 공동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눴다.
이 대통령과 반 총장의 회동은 지난 4월 이 대통령 방미 때와 7월 반 총장 방한 때 이어 이번이 세 번째로, 이 대통령과 반 총장은 이날 오후 5시부터 30분 동안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우선 남북문제와 관련, 반 총장은 "북한의 핵 포기와 인권개선을 위해 유엔 또한 인내심을 갖고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고, 이 대통령은 "북한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된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을 우리가 공동제안한 상태인 만큼 앞으로 계속 상황을 지켜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이 최근 군사분계선(MDL)을 통한 육로통행을 제한하고 판문점을 경유한 남북직통전화를 단절하는 등 대남 강경책을 구사하고 있지만 북한의 이런 조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원칙을 갖고 당당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련해선 이 대통령이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 세계가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급변한 경제환경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유엔이 역할을 강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반 총장은 "이 대통령이 지난 7월 일본 도야코 G8(선진 8개국) 정상회의에서 밝힌 저탄소 녹색성장이 유엔과 국제사회의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같은 정책 기조가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호응했다.
반 총장은 그러면서 "내년이 교토의정서 대체 협약을 체결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면서 이 대통령에게 내년 유엔 총회와 정상회의에 참석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와 함께 반 총장은 최근 해적이 출몰하고 있는 소말리아 해협 퇴치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고, 이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한국은 ODA(공적개발원조)와 PKO(유엔평화유지활동) 등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약속을 지속적이며 꾸준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접견에 앞서 이 대통령은 반 총장과 인사말을 나누면서 "(반 총장을) 자랑할만 하잖아요"라면서 "특히 지난 7월 고향에 가서 젊은 학생들에게 희망을 줬다. 한국 젊은이들이 국제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는데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또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이슈, 아프리카 가난한 국가들의 식량문제 등 가장 중요한 국제적 이슈 2가지를 유엔에서 하고 있으니까 이번 금융위기도 유엔에서 관여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고, 반 총장은 "오늘 저녁때(G20 금융정상회담) 그런 내용을 중심으로 얘기하려고 한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반 총장 접견 후 G20 금융정상회의 참석 20개국 정상들과 상견례를 겸한 만찬에 참석, 미국과 프랑스 등 각국 정상들과 금융위기 해법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참가국 정상들은 만찬에서 이번 금융정상회의가 굳건한 국제공조를 토대로 실현가능한 그리고 내실있는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번 금융위기를 이유로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데 공감을 표시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각국의 협조와 협력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선진국과 신흥경제국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국제공조를 이뤄내자"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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