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물이 석유보다 귀하다"
현재 지구촌에서 가장 큰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자원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물'이다. 지표면에 얹혀 있는 H2O의 양 자체가 줄어들었을리는 없다.
문제는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깨끗한 음용수 나아가 경작에 쓸 수 있는 관개용수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일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1970년대 초 이래 급격하게 진행된 농업 분야에서의 '녹색 혁명' 그리고 1980년대 중반 이래 전 세계적 규모에서 벌어지고 있는 급격한 산업화 등은 수자원에 대한 수요의 폭발적 증가와 동시에 깨끗한 물의 부존량의 급격한 감소를 동시에 가져오게 됐다.
그래서 이렇게 생명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개선하고 확보할 것인가가 중대한 문제가 되었고, 이것이 전세계 다국적 기업의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의 장의 하나로 돌변한 것이다.
<포춘>지의 표현에 따르면,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석유가 아니라 물이 될 것이다"라는 말이 횡행할 정도가 된 것이다.
'물 비즈니스'로 '물 부족' 해결하겠다?
하지만 여기에는 묘한 논리적 비약이 숨어 있다. 수자원의 부족에 대한 걱정이 UN 등을 통해 지구적 차원에서 제기되고 또 지구적 차원에서의 공동의 노력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이미 1970년대 후반의 일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러한 "공동의 노력"이 물 사유화를 통한 다국적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의 확대로 귀결되어야 하는 것일까. 각국 정부의 협력과 여러 공동 사업을 통해서 세계적 규모에서의 수자원 관리가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여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1980년대 이후 지구 정치 경제에서 지배적인 세계관으로 작동한 신고전파 경제학의 논리 즉 고전적인 '희소성(scarcity)'의 접근이다.
즉 물이 희소한 자원으로 된 이상 그 희소한 자원이 최적의 합리성과 효율성으로 관리되고 생산되고 또 분배되는 방법은 그 희소한 자원을 시장의 상품으로 만들어 '가격'을 붙이는 것이라는 사고 방식이다.
그래야 무절제한 물 낭비를 막을 수 있고 또 공급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약속됨으로써 서비스의 확대와 개선이 저절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시장 만능주의적인 해법이었다.
대학 경제학과의 강의실에서나 나올 법한 이러한 사고 방식이 그런데 전 세계적 차원에서의 하나의 규범(norm)처럼 된 데에는 IMF 특히 세계은행(World Bank)의 공로가 혁혁했다.
세계은행에서 1992년에 나온 <세계 발전 보고서 1992년(World Development Report 1992)>는 이미 수자원을 상품화하여 가격을 붙이는 것이 최상의 방법임을 역설하고 있으며, 이후 자신들에게서 돈을 빌어가는 제 3세계 국가들에게 대부의 조건으로 주요 도시나 지역의 상하수도를 민영화하여 서방의 다국적 기업에게 운영을 넘길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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