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혀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인도주의는 남북간 어떤 사안보다 우선"
이 내정자는 '인도적 대북 지원을 검토할 의사가 있느냐'는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의 질문에 "6자회담의 상황을 보면서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최근 탈북자의 63%가 대북지원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고 지적하자 이 내정자는 "물론 적절한 규모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앞으로 인도적 지원은 더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내정자는 인사말을 통해서도 "같은 민족 간의 인도주의는 평화적 공존이나 신뢰 구축을 위해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처한 심각한 현실, 이산가족들의 사무치는 고통, 분단과정에서 야기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인도주의 문제는 남북 간의 그 어떤 사안보다도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핫라인 설치'-'장관급 회담 재개' 등 의지
이 내정자는 "남북 장관급 회담은 반드시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측에 적절한 통로를 통해 우리의 의사를 전달하겠다"라고 밝혔다. 남북 장관급 회담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7월 이후 중단됐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이 "현재 남북 간 핫라인은 마비된 상태다. 핫라인이 있어야 남북 간 충돌이나 갈등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문하자 이 내정자는 "공감한다. 그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에 대해 이 내정자는 "두 사업은 안보상으로도 대단히 중요하며 반드시 지속돼야 한다"며 "특히 개성공단 사업은 사실 우리의 경제적 이익도 매우 클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현장교육이라는 측면에서도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 "반미성향…한미관계 잘 되겠나"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재정 내정자가 지난 15일 서울 타워호텔에서 열린 강연에서 "부시 정부도 북한의 체제붕괴를 유도하는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념공세도 빠지지 않았다.
박진 의원은 "강의에서 붕괴가 아니라 파괴(demolition)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며 "이 내정자는 미국이 북한을 파괴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몰아쳤다.
김용갑 의원은 "송민순 외교부장관 내정자와 함께 이 내정자가 반미적이라는 시각이 많다"며 "두 사람이 이러한 대미관을 갖고 있는데 앞으로 한미관계가 잘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 내정자는 "당시 영어로 강의를 하는 가운데 붕괴(collapse)라는 단어를 그렇게 잘못 표현한 것"이라며 "당시 발언의 의미는 미국이 6자회담뿐 아니라 북미 양자회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무성 의원은 "이 내정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기독교 사회주의자'라고 규정했다"며 "또한 성공회 대학교에 재직하면서 김동춘, 조희연, 정해구 교수 등 운동권 출신 좌파 학자를 대거 기용했다"고 이념공세를 퍼부었다.
고흥길 의원도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이 내정자는 '김일성 전 주석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며 "내정자의 이념적 성향에 대해 회의를 품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덕룡 의원은 "이 내정자를 두고 '제2의 이종석 장관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며 "북한의 핵실험 이후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 내정자는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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