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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를 위하여 스스로를 불태울 수 있는가"

[알림] 범일국사와 대관령 성황신, 강릉 일대 폐사지를 가다

폐허로부터 받는...뜻밖의 힐링-.
지난 3월 개교한 폐사지학교(교장 이지누. 폐사지 전문가·전 <불교신문> 논설위원)가 제2강을 준비합니다. 오는 6월 1일 토요일, 강원도 대관령에서 강릉 쪽으로 내려가며 범일국사와 대관령 성황신, 그리고 강릉 일대 폐사지를 답사합니다(5월 답사는 학교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6월 답사로 미뤄졌습니다).

폐사지(廢寺址)는 본디 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향화가 끊어지고 독경소리가 사라진 곳을 말합니다. 전각들은 허물어졌으며, 남아 있는 것이라곤 빈 터에 박힌 주춧돌과 석조유물이 대부분입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것들은 불탔거나 삭아버렸으며, 쇠로 만든 것들은 불에 녹았거나 박물관으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폐사지는 천 년 전의 주춧돌을 차지하고 앉아 선정에 드는 독특한 경험으로 스스로를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주춧돌 하나하나가 독락(獨樂)의 선방(禪房)이 되는 곳, 그 작은 선방에서 스스로를 꿰뚫어보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혜안을 얻는 길, 폐사지로 가는 길입니다. 아울러 폐사지 답사는 불교 인문학의 정수입니다. 미술사로 다다를 수 없고, 사상사로서 모두 헤아릴 수 없어 둘을 아울러야만 하는 곳입니다.
▲ 생명력 넘치는 대관령 옛길 Ⓒ이지누

이지누 교장선생님은 1980년대 후반, 구산선문 답사를 시작으로 불교를 익혔으며 폐사지와 처음 만났습니다. 90년대 초반에는 분단 상황과 사회 현실에 대하여, 중반부터는 민속과 휴전선 그리고 한강에 대하여 작업했습니다. 90년대 후반부터 2002년 초반까지는 계간지인 <디새집>을 창간하여 편집인으로 있었으며, 2005년부터 2006년까지는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나라 안의 폐사지와 마애불에 대한 작업을, 2007년부터 2008년까지는 한강에 대한 인문학적인 탐사 작업을 했습니다. 2009년부터는 동아시아의 불교문화와 일본의 마애불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2012년부터 폐사지 답사기를 출간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충청도의 폐사지 답사기인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 <돌들이 끄덕였는가, 꽃들이 흔들렸다네>, 그리고 <나와 같다고 옳고, 다르면 그른 것인가>를 출간했으며, 다른 지역들도 바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 대관령성황제를 지내고 신목을 메고 내려가는 모습. 신목이 범일국사이다. Ⓒ이지누

교장선생님은 <폐사지학교를 열며> 이렇게 말합니다.

전각은 무너지고 법등조차 꺼진 폐사지(廢寺址)는 쓸쓸하다. 그러나 쓸쓸함이 적요(寂寥)의 아름다움을 덮을 수 없다. 더러 푸른 기운 가시지 않은 새벽, 폐사지를 향해 걷곤 했다. 아직 바람조차 깨어나지 않은 시간, 고요한 골짜기의 계곡물은 미동도 없이 흘렀다. 홀로 말을 그친 채 걷다가 숨이라도 고르려 잠시 멈추면 적요의 무게가 엄습하듯 들이닥치곤 했다. 그때마다 아름다움에 몸을 떨었다. 엉겁결에 맞닥뜨린 그 순간마다 오히려 마음이 환하게 열려 황홀한 법열(法悅)을 느꼈기 때문이다.

비록 폐허일지언정 이른 새벽이면 뭇 새들의 지저귐이 독경소리를 대신하고, 철따라 피어나는 온갖 방초(芳草)와 들꽃들이 자연스레 헌화공양을 올리는 곳. 더러 거친 비바람이 부처가 앉았던 대좌에서 쉬었다 가기도 하고, 곤두박질치던 눈보라는 석탑 추녀 끝에 고드름으로 매달려 있기도 했다. 그곳에는 오직 자연의 섭리와 전설처럼 전해지는 선사(禪師)의 이야기, 그리고 말하지 못하는 석조유물 몇 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또 아름답다. 텅 비어 있어 다른 무엇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화선지 같으니까 말이다.

꽃잎 한 장 떨어져 내리는 깊이가 끝이 없는 봄날, 주춧돌 위에 앉아 눈을 감으면 그곳이 곧 선방이다. 반드시 가부좌를 하지 않아도 좋다. 모든 것이 자유롭되 말을 그치고 눈을 감으면 그곳이 바로 열락(悅樂)의 선방(禪房)이다. 폐허로부터 받는 뜻밖의 힐링,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혜안을 얻는 길, 폐사지로 가는 길은 파수공행(把手共行)으로 더욱 즐거우리라.

▲ 신복사지의 삼층석탑과 보살좌상 Ⓒ이지누

이지누 교장선생님으로부터 5월 답사지에 대한 설명을 들어봅니다.

매년, 음력 4월 15일이 되면 대관령 마루는 시끌벅적합니다. 대관령산신제와 성황제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산신제를 먼저 유교식으로 지낸 후, 신목(神木)을 잡고 성황당으로 모셔 온 후 성황제를 치릅니다.

그런데 이 대관령국사성황신이 구산선문(九山禪門) 중 사굴산문 굴산사(堀山寺)를 개창한 범일국사입니다. 더구나 신목으로 변한 범일국사는 대관령 옛길을 따라 산 아래로 내려 와 자신이 태어난 학산리에 들렀다가 자신의 색시인 대관령국사여성황신과 합방을 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대관령국사여성황당에 머물다가 세계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가 벌어지면 둘이 같이 굿청에 나가 단오제의 주신(主神) 역할을 합니다. 또 단오굿이 치러지는 동안 매일 이른 아침에 유교식 제의인 고유제(告由祭)를 올립니다. 이는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종교인 유(儒) 불(佛) 무(巫)가 동시에 어우러지는 독특한 경우입니다.

신목으로 변한 범일국사가 걸었던 길을 따라서 그가 머물렀던 사찰로 향하는 걸음은 남다를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모두 폐사지가 되었지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석조유물들이 순례자들을 반깁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복사지의 삼층석탑과 석조보살좌상입니다.

탑 앞에 앉아 공양을 올리는 희견보살(喜見菩薩) 혹은 약왕보살(藥王菩薩)은 이곳 명주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형식입니다. 더구나 월정사의 그것이 옛 모습을 잃어버려 이제는 신복사지의 것이 유일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불태워 그 빛으로 세상을 밝힌 소신공양(燒身供養)의 감동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한 신복사지, 그곳에서 나는 누구를 위하여 스스로를 불태울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잡아 보시기 바랍니다.

이날 답사 코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 압구정동 공영주차장→대관령휴게소(옛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휴게소)→대관령 성황당과 산신당→대관령 옛길 트래킹→반정→안국사지→점심식사→굴산사지→신복사지→서울 압구정동 공영주차장

▲ 굴산사지 석조 당간지주 Ⓒ이지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6월 1일 토요일>
07:00 서울 출발 (6시 50분까지 서울 강남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폐사지학교> 버스에 탑승바랍니다. 아침식사로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답사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제2강 여는 모임
09:30 대관령휴게소 도착. 걷기 준비
09:40 휴게소 출발
걸어서 성황당으로 향합니다. 시멘트 길로 완만한 오르막입니다.
10:00 대관령 성황당(산신당) 도착
강릉 일대의 단오문화와 민간신앙과 불교, 그중에서도 단오와 불교에 대하여 강의를 듣습니다. 또 범일국사가 성황신이 되고, 세계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의 주신(主神)이 되어 굿판에 나선 까닭 등에 대한 설명도 듣습니다.
10:30 성황당 출발
대관령 옛길 트래킹. 내리막길입니다
11:30 반정 도착
(버스로 이동합니다)
12:00 안국사지 도착
5층 석탑과 석불대좌가 남은 곳에서 독특한 가람구조에 대하여 강의를 듣습니다.
13:00출발
(버스로 이동합니다)
13:20점심식사 겸 뒤풀이(강릉 <청기와> 한정식)
14:00 출발
14:20 굴산사지 도착
신라 말, 고려 초에 형성된 선종(禪宗)의 아홉 파(派)인 구산선문(九山禪門) 중 사 굴산문을 개창한 범일국사가 머물렀던 곳입니다. 보물 제85호 승탑, 나라 안에서 크기로는 으뜸인 보물 제86호 당간지주, 강원 명주 지역의 독특한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강원문화재자료 제38호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 범일국사의 잉태설화를 간직한 석천(石泉)이 남아 있습니다.
15:20 출발
(버스로 이동합니다)
15:30 신복사지 도착
굴산사에 머물던 범일국사가 개창하였다고 전하는 곳입니다. 드물게 탑 앞에 보살상이 공양을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며, 이러한 모습은 강원도 월정사와 신복사지 두 곳에만 남아 있습니다. 공양을 올리는 보살은 희견보살(喜見菩薩) 혹은 약왕보살(藥王菩薩)이며 그 내용은 <법화경(法華經)> '약왕보살본사품(藥王菩薩本事品)'에 등장합니다. 보물 제84호 석조 보살좌상, 보물 제87호 삼층석탑을 둘러 본 후 30분 가량 약왕보살과 선정에 들거나, 절터를 거닐며 명상에 젖어 보시기 바랍니다.
16:10 서울 향발. 제2강 마무리모임
19:30 서울 도착
(예정)
▲ 폐사지학교 제2강 답사로 Ⓒ폐사지학교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차림(가벼운 등산복/배낭/등산화), 스틱, 무릎보호대, 식수, 윈드재킷, 우의, 따뜻한 여벌옷, 충분한 간식(초콜릿, 과일류 등), 자외선차단제,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 신복사지 보살좌상과의 대화 Ⓒ유동영

폐사지학교 제2강 참가비는 10만원입니다(왕복 교통비, 식사와 뒤풀이, 강의비, 운영비 등 포함). 버스 좌석은 참가 접수순으로 지정해드립니다. 참가신청과 문의는 사이트 www.huschool.com 전화 050-5609-5609 이메일 master@huschool.com 으로 해주십시오.

☞참가신청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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