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학교(교장 유미경, 된장전문가·밥상디자이너)가 전국의 명품 된장농원을 찾아가는 <맛있는 된장농원 여행>을 시작합니다. 첫 번째 된장농원 여행은 3월 30일(토) 당일로, 산들산들 봄바람 따라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전통 된장의 산실 <수진원>과 <광이원>을 다녀옵니다.
우리에게 된장은 무엇인가. 진정한 된장의 맛은 어떠한가. 우리에겐 얼마나 다양한 된장이 살아있을까. 된장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무엇인가. 직접 된장을 담가 먹으면 어떤 맛일까. 내가 된장을 담글 수는 있을까. <맛있는 된장농원 여행>은 우리 된장을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발걸음이며, 우리 된장 문화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 전통 된장의 산실 <수진원> ⓒ수진원 |
된장학교는 올 3월 개교하며, <맛있는 된장농원 여행>은 된장학교 봄 강의의 일환으로 열립니다. 유미경 교장선생님은 대학에서 식품을 전공했지만, 시어머니가 보내주셨던 까만 봉지에 싼 된장을 몰래 버리기도 했던 사람입니다. 훗날 식구들은 물론 주위 사람들도 된장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을 때, 우연히 우리나라가 콩의 원산지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뒤늦게 된장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됩니다.
1999년 12월, 인터넷 된장가게를 운영하면서 장류를 생업으로 삼은 된장농원도 방문하고, 된장을 구입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된장이야말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하는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명지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한국벤처농업대학을 다녔습니다. 인터넷 된장가게(코푸드)를 6년간 운영했으며, <우리콩 세계로 나아가다> <된장 인사이드>를 저술했습니다. 한국콩연구회 운영이사와 기자로 활동하였으며 현재는 콩세계과학박물관 추진위원으로 아직 세상 어디에도 없는, 콩박물관 건립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 장독들, 숨쉬고 있다. ⓒ수진원 |
교장선생님은 <된장학교를 열며> 이렇게 말합니다.
예전엔 집집마다 장을 담갔습니다. 하지만 인구의 상당수가 아파트에 사는 요즈음 장을 담가 먹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해방 이후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진 된장이 보편화되면서 가정에서 담가먹던 우리 전통 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다행히도 전통 장은 보란 듯이 부활하였습니다. 된장농원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한 것입니다.
된장의 주원료는 콩(대두)입니다. 그런데 이 콩의 원산지가 바로 한반도와 만주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된장은 콩의 원산지인 우리 땅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태어난 음식이며,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이 함께 생존과 번영을 누릴 수 있게 도와 준 '지혜의 음식'이었습니다.
된장은 우리 음식의 기본이지만 단순히 먹을거리에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된장에는 우리 민족의 생활방식과 철학이 농축되어 있습니다. 된장은 우리 민족의 홍익(弘益)정신이 잘 구현된,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할 '자랑스러운 음식'입니다.
하지만 된장은 점점 우리 식탁에서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로부터는 더 그렇습니다. 세계화,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바쁜 현대인들은 아침을 거르기가 일쑤고 편리하게 이용하는 외식과 각종 가공식품은 맛과 색깔, 식감 등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때 남용되는 식품첨가제는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밥과 된장 위주의 전통밥상이야말로 그런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최상의 건강식단이기 때문입니다. 된장학교에서는 바로 이러한 된장의 영양학적, 문화적, 인문학적인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전통이기에 된장을 지키자는 게 아니라 가치 있는 전통이기에 지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된장학교에 오시면 세 가지가 확실해집니다.
첫째, 된장이란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게 됩니다.
둘째, 원하기만 하면 누구나 된장을 쉽게 담가 먹을 수 있습니다.
셋째, 내 입에 딱 맞는 된장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된장학교가 세상에서 가장 맛난 된장을 드실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 3만 평의 드넓은 콩밭 ⓒ수진원 |
<맛있는 된장농원 여행>의 첫 번째 행선지 <수진원>은 우리나라 '전통장류업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농원으로, 각 가정에서만 담가왔던 장을 수백 개의 항아리를 두고 생산하는 방식을 처음 선보였던 곳입니다. '콩밭에서 장독대까지' <수진원>의 장 담그는 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수진원>에서 10여 분 떨어진 곳에 <광이원>이 있습니다. <광이원>도 장을 만든 지 20여 년이 넘는 곳으로, 2년 숙성된 전통 장을 기본으로 '농가맛집'을 운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광이원>에서는 된장, 간장을 이용한 요리비법을 배우고 뽁작장정식으로 점심식사를 합니다. 자연숙성 전통 장으로 만든 뽁작장과 제철 반찬으로 맛있게 즐기는 농가형 전통식사 한상차림입니다.
<광이원>에서 10여 분 떨어진 곳에 천년 고찰 용문사가 있습니다. 한적하게 용문사와 인근의 양평친환경농업박물관, 솔향기카페 등을 돌아보며 몸과 마음의 힐링 시간을 갖습니다.
<맛있는 된장농원 여행> 제1기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당일 일정이지만 서울에서 그리 먼 곳이 아니므로 평소보다 조금 늦은 오전 8시 30분에 출발하겠습니다. 8시 20분까지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의 <된장학교> 버스에 탑승하시기 바랍니다. 걷기 편한 차림으로 오시되, 날씨에 따라 따뜻한 여벌옷 준비도 잊지 마세요.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버스로 이동하면서 <맛있는 된장농원 여행> 제1기 여는 모임을 갖습니다.(수업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서울 근교 최고의 드라이브코스로 꼽히는 6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팔당댐을 지나, 양 길가로 멋진 물길이 펼쳐집니다. 양평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입니다. 한때 양평은 경기 일대에서 가장 장(場)이 많이 서는 곳으로도 유명했습니다. 현재는 우리나라 최초로 친환경농업특구로 지정된 지역입니다. 양평에는 전통장류업을 일찍이 시작한 <수진원>과 <광이원>도 있지만 1994년 농협장류를 처음 선보였던 지제농협도 건재해 있어, 양평을 가히 '물의 고장' '장(醬)의 고장'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다.
오전 10시. <맛있는 된장농원 여행> 첫 탐방지로 '전통장류업'이란 장르를 개척한 <수진원> 농원에 도착합니다. <수진원>의 장(醬)은 '태광'이란 콩으로 만듭니다. 우리나라 장류업체 중에서 콩의 품종을 명시하고 판매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양지바른 비탈길에 700여 개의 장독들이 놓여 있는 광경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고향의 향수를 진하게 느끼게 합니다. <수진원>은 '전통장은 우리 민족의 정신'이란 기치를 내걸고 1970년 이래 양평의 황무지를 개간하여 된장농원으로 일군 곳입니다.
1980, 90년대 전통장을 담그기 시작한 사람들은 거의 누구나 <수진원>에서 된장농원의 꿈을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말표 구두약 사장이었던 정두화 옹은 농장의 '큰 머슴'을 자처하며 농장을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누구 할 것 없이 전통장에 대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눠주었습니다.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가는 간장은 최소 5년은 묵혀야 한다"면서 근처의 산수유 가지를 꺾어 장맛을 보여주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3만 평의 넓은 콩밭을 둘러보고 저장고, 약수터, 연구실, 발효실, 장독대로 옮겨가면서 된장과 간장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답사합니다. 이어 <수진원>의 1년, 5년, 10년 된 생간장을 시음하는 행사도 진행합니다. 정두화 옹은 허영만 씨의 만화 <식객> 제18권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정두화 옹이 생존해 계실 때는 수시로 농장 입구에 태극기를 내다 걸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 명품 된장을 꿈꾼다. ⓒ수진원 |
11시 30분. 두 번째 행선지 <광이원>에 도착합니다. <광이원>은 1991년부터 전통장을 담기 시작한 곳으로 경기, 강원도산 콩만을 엄선하여 양평 용문사 기슭의 맑은 물을 이용해 장을 담가 왔습니다. 멀리 용문산을 배경으로 평지에 놓여진 700여 개의 장독들은 둥근 지붕의 건물들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당당한 풍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광이원>은 20년 동안 전통장 재현에 매진해 왔으며 1995년 팔도장류품평회에서 된장과 간장이 수상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2001년 '냄새 없는 청국장'을 개발하기도 한 <광이원>은 철저한 관리를 고수하여 경기도 지사 인증 G마크와 농림수산식품부 전통식품 인증도 받았습니다. 최근엔 전통장과 효소를 이용한 식단을 개발하여 '농가맛집'도 운영하고 장담그기 프로그램, 음식만들기 체험교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인과의 만남'을 통해 <광이원> 김광자 원장으로부터 장을 담는 마음, 장 담는 법, 항아리 관리하는 법, 장을 담을 때 실패하는 원인, 이를 고치는 방법 등에 대해 직접 들어봅니다. 음식 체험은 한식을 비롯, 여러 자격증을 취득한 김 원장의 따님이 전담하고 있습니다. 장을 이용한 요리비법에 대해서 설명을 들은 다음, 조별로 '된장소스에 재운 삼치구이'를 직접 실습해봅니다.
▲ 광이원 전경 ⓒ광이원 |
오후 1시.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점심시간. 고소하고 바삭하게 지져낸 호박전, 청국장과 상큼한 오디효소 드레싱이 어우러진 샐러드, <광이원> 텃밭에서 기른 유기농 채소와 대추청으로 맛을 낸 돼지간장불고기, 여러 과일과 채소 효소를 넣은 깊은 맛의 김치, 12시간 불린 콩을 약한 불에 천천히 볶아 더욱 고소하고 바삭한 식감이 인상적인 콩자반, 된장소스에 재운 삼치구이 등의 반찬이 한껏 구미를 당깁니다. 청국장에 명란젓으로 간을 하여 끓인 청국명란찌개나, 갖은 야채를 넣고 뽁작뽁작 끓였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뽁작장정식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은행잡곡밥과 함께 점심식사를 합니다.
<광이원>과 담 없이 이어지는 바로 옆집에는 풀향기허브농장이 있습니다. <광이원>의 장독대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허브농장까지 둘러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후, 인근의 용문사로 이동합니다.
오후 3시. 용문사 도착. 용문사는 신라 진덕여왕 3년(649)에 원효대사가 세웠다고 합니다. 건립된 지 1,300여 년이 넘는 절이지만 여러 번 소실되고 재건되어 정작 사찰보다는 용문사를 지키는 은행나무가 더 유명한 듯합니다.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호로 높이 42m, 둘레 14m이며, 수령은 1,100년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미 조선 세종 때 당상직첩(堂上職牒) 벼슬을 받은 나무랍니다.
용문사의 은행나무에는 여러 가지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麻衣太子)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는 설과,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고 갔는데 그것이 자랐다는 설도 있습니다.
인근의 양평친환경농업박물관은 2007년 10월 개관했는데, 양평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알 수 있는 '역사실'과 친환경먹을거리를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친환경농업실'을 상설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솔향기카페에 들러 차 한 잔의 운치도 살려보세요.
▲ 용문사의 봄. 수령 1,100년의 은행나무가 손짓하신다. ⓒ용문사 |
오후 4시 30분. 서울로 돌아오는 길입니다. 다시 6번 국도의 석양이 서울로 흐르는 물길을 붉게 물들이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한껏 봄기운도 느껴보고 좋은 음식도 맛보고 아름다운 농원을 돌아본 하루가 행복할 것입니다.
된장학교의 <맛있는 된장농원 여행> 제1기 참가비는 9만원입니다(강의비, 사찰입장료, 식사대와 뒤풀이, 실습비, 교통비, 운영비 등 포함). 참가 신청과 문의는 홈페이지 www.huschool.com나 전화 050-5609-5609, 이메일 master@huschool.com으로 하시면 됩니다.
☞참가신청 바로가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