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강의 준비중입니다.
오페라학교(교장 진회숙. 클래식전문가, 음악평론가)가 새해 봄학기 강의를 마련합니다. 강의 주제는 <비바! 베르디!...베르디 탄생 200주년 특강>입니다.
진회숙 교장선생님은 봄학기를 준비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비바! 베르디!2013년은 이탈리아의 오페라 거장 베르디가 탄생한지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베르디는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의 세계화에 기여한 작곡가이지요. 그는 로시니의 뒤를 이어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을 확립하고 푸치니에게 이것을 계승했습니다.
베르디의 오페라는 '피끓는 멜로드라마'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의 오페라는 근원적인 인간의 감정을 아주 직접적으로 명료하게 드러냅니다.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극적인 사건들이 매우 빠르게 전개되지요. 성격 묘사, 극적인 통일성, 선율의 창의성, 모든 부문에서 베르디는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라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입니다.
올해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맞아 국내외의 여러 무대에서 베르디의 오페라가 집중적으로 공연될 예정입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추어 오페라학교에서도 이번에 베르디의 대표작들을 집중적으로 감상하려고 합니다.
ⓒ오페라학교 |
교장선생님은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음대에서 서양음악을,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악이론을 공부했습니다. 1988년 월간 <객석>이 공모하는 예술평론상에 <한국 음악극의 미래를 위하여>라는 평론으로 수상, 음악평론가로 등단했고, <객석> <조선일보> <한국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 매체에 예술평론과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이후 KBS와 MBC에서 음악프로그램 전문 구성작가로 활동하며 MBC FM의 <나의 음악실> KBS FM의 <KBS 음악실> <출발 FM과 함께> KBS의 클래식 프로그램 <클래식 오디세이> 등의 구성과 진행을 맡기도 했으며, 요즘은 평화방송의 <FM 음악공감> 중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인 <SPO>의 편집장이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 중입니다. 저서로는 <클래식 오딧세이> <나비야 청산가자> <영화로 만나는 클래식> <보면서 즐기는 클래식 감상실>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나를 위로하는 클래식 이야기> <예술에 살고 예술에 죽다> 등이 있습니다.
2013년 봄학기 강의는 3월 25일부터 5월 20일까지 매주 월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총 8강입니다.
제1강[3월25일] 잔인한 인과응보의 드라마 <리골레토>
만토바 공작은 소문난 바람둥이입니다. 그는 듣기 싫은 충고를 하는 신하보다 자기 말을 잘 듣는 광대 리골레토를 더 총애합니다. 리골레토는 공작의 바람기를 부추기고, 그에게 여자를 갖다 바치는 악역을 도맡아 했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삽니다. 하지만 이런 악행이 나중에 자기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요. 사랑하는 딸 질다가 공작에게 농락을 당한 겁니다. 리골레토는 공작에게 복수하려고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하지만 공작 대신 자신의 딸이 죽습니다. 마지막에 죽은 딸을 안고 절규하는 리골레토의 모습은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인과응보의 법칙을 피해갈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제2강[4월1일]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으로 유명한 <나부코>
<나부코>는 3막에 나오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으로 유명한 오페라입니다. 베르디의 오페라 중에서 성경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유일한 작품이기도 하지요. 나부코는 <구약>의 열왕기 하에 등장하는 바빌로니아의 왕 느부갓네살(느부카드네자르)의 이탈리아식 이름입니다. 그는 BC 587년 예루살렘을 완전히 유린한 뒤, 유대인들을 바빌론으로 줄줄이 끌고 가 노예로 삼았습니다. 이 오페라의 시대적 배경은 나부코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되었던 BC 587년입니다.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때문에 이 오페라를 유대인들의 수난을 그린 오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부코의 딸 아비가일레와 나부코의 권력다툼을 그린 오페라지요. 아버지를 내쫓고 자신이 권좌를 차지하려는 아비가일레는 나부코가 여호와의 응징으로 정신이상이 된 틈을 노려 자신의 야망을 성취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나부코가 제 정신을 찾고, 그에 의해 아비가일레는 최후를 맞습니다.
제3강[4월8일] 근거없는 의심이 부른 비극 <오델로>
<오델로>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오페라로 만든 것입니다. 바로 직전에 썼던 <아이다>가 장대하고 스펙터클한 비극이라면, 이 작품은 오델로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대단히 내면적이면서도 긴장감에 넘치는 드라마입니다. 주인공 오델로는 신하 이아고의 간계로 아내인 데스데모나를 의심하게 되지요. 질투에 눈이 먼 오델로는 결국 아내를 죽이는데요, 아내가 죽고 나서 자신의 의심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 때문에 오델로는 무척 괴로워하지요. 흔히 <오델로>는 '가수의 오페라'라고 합니다. 오델로, 데스데모나, 이아고 역을 맡은 가수에게 풍부한 표현력과 가창력, 드라마틱한 목소리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오델로의 고뇌와 번민에 찬 독백, 데스데모나의 순결한 기도, 이아고의 악마적인 성격이 베르디의 탁월한 음악 속에 절묘하게 녹아 있는 작품입니다.
제4강[4월15일] 유쾌하고 호탕한 희극 <팔스타프>
셰익스피어의 희극 <윈저의 유쾌한 아낙네들>을 바탕으로 만든 <팔스타프>는 베르디의 마지막 오페라이자 유일한 희극 오페라이기도 합니다. 윈저의 늙은 뚱보 기사 존 팔스타프는 두 명의 유부녀에게 똑같은 내용의 연애편지를 보냅니다. 편지를 받은 여자들은 팔스타프의 뻔뻔스러움에 치를 떨며 그를 골려주기로 하지요. 여자들은 주변 인물들과 합심해서 팔스타프를 골려주지만 나중에 모든 것이 밝혀졌을 때 "세상은 농담 같은 것"이라고 노래합니다. 평생토록 역사와 인생의 진실을 밝혀내는데 헌신했던 베르디가 마지막 작품을 이토록 유쾌하고 호탕한 희극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제5강[4월22일] 오페라처럼 쓴 미사곡 <레퀴엠>
레퀴엠은 가톨릭에서 죽은 자를 위해 치르는 미사나 혹은 그 미사에서 연주되는 음악을 말합니다. 모차르트, 베르디, 브람스, 포레, 베를리오즈를 비롯한 많은 작곡가들이 레퀴엠을 썼는데, 그 중에서 베르디의 레퀴엠이 유명합니다. 평생 오페라 작곡에만 집중했던 베르디가 레퀴엠 같은 종교음악을 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만 그의 레퀴엠을 들어보면 그 수수께끼가 풀립니다. 종교음악보다는 오페라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기 때문입니다. 초연은 성공했지만 너무나 드라마틱해서 종교음악을 빙자한 오페라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지요.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입니다.
제6강[5월6일] 파멸을 부르는 욕망의 드라마 <맥베드>
세익스피어의 비극 <맥베드>를 바탕으로 만든 오페라입니다. <오델로>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오페라에서도 베르디는 등장인물의 심리묘사에 주력합니다. 주인공 맥베드는 들판에서 우연히 만난 마녀들로부터 장차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되지요. 이것이 잠자고 있던 그의 욕망에 불을 지핍니다. 그 후 그는 자신보다 더 강렬한 야망의 소유자인 아내의 지원을 받으며 피에 피를 부르는 살인을 거듭합니다. 하지만 욕망의 끝이 대개 그렇듯 나중에 스스로 파멸하고 말지요. 이 오페라에서는 맥베드 못지않게 맥베드 부인 역할이 중요한데, 특히 죄책감을 못 이기고 실성한 그녀가 펼치는 광란의 장면은 보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던져줍니다.
제7강[5월13일]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힘>
<운명의 힘>은 제목 그대로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쳐 보았자 결코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오페라입니다. 칼라트라바 후작의 딸 레오노라는 알바로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하지만 알바로가 실수로 레오노라의 아버지를 죽이면서 레오노라의 오빠 돈 카를로스와 원수지간이 됩니다. 결국 돈 카를로스와 알바로가 결투를 벌이는데, 여기에서 알바로는 레오노라의 오빠 돈 카를로스를 죽이고, 이어서 레오노라마저 죽입니다. 이렇게 해서 세 사람이 모두 죽게 되지요. 이 오페라에서 유명한 것은 막이 오르기 전에 연주하는 서곡입니다. 이것을 듣고 있으면 운명 앞에 무방비 상태로 서 있는 인간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정말 인간은 운명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요?
제8강[5월20일] 죽음으로 영원한 사랑을, <아이다>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입니다. 이집트에 포로로 잡혀 있는 이디오피아 공주 아이다와, 그녀를 사랑하는 이집트 장군 라마데스, 그리고 라다메스를 사랑하는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 오페라는 음악도 훌륭하지만 호화찬란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이집트 왕실과 군대의 위용을 보여주는 개선의 장면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 4월 29일은 휴강일임을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강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1층 문화센터 제1강의실에서 열립니다(아래 약도 참조). 자세한 문의와 참가 신청은 www.huschool.com 또는 전화 050-5609-5609 이메일master@huschool.com으로 해주세요.
<강의실 오시는 길>
오페라학교 약도 |
진회숙 교장선생님은 <오페라학교를 열며> 이렇게 얘기합니다.
대학 3학생 때인 1977년, 단성사에서 <겨울여자>라는 영화를 개봉했습니다. 조해일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그렇고 그런 통속영화였는데, 서울 인구가 600만이던 당시 5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기록을 세웠다고 하네요. 저도 그 56만 명의 대열에 끼어서 영화를 보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지금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짐짓 순진함을 가장한 여배우의 가식적인 연기와 목소리에 손발이 오그라들었던 기억만 납니다. 옛날 한국영화의 여주인공들은 정말 가증스럽게 내숭을 떨었거든요.
오페라를 얘기하는데 웬 뜬금없이 <겨울여자>냐구요? 왜냐하면 이 영화에 유명한 오페라 합창곡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바로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에 나오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인데요, 사실 이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이런 곡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우리 세대 사람들에게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겨울여자>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고 얘기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겨울여자>는 한국의 중년세대에게 오페라 합창곡의 백미를 알려준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나부코>는 기원전 6세기 바빌론을 통치한 '느부카드네자르'의 이탈리아식 이름입니다. 느부카드네자르는 유대왕국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통해 예루살렘을 함락하고 수많은 유대인들을 바빌론으로 잡아왔지요. 이후 유대인들은 근 2,000년 동안 이 나라 저 나라를 유랑하며 살았는데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이들이 유프라테스 강가에서 고향을 그리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베르디는 이탈리아에서 오스트리아의 압제에 항거하는 애국운동이 한창일 때 이 오페라를 작곡했습니다. 방대한 스케일과 스펙터클한 무대를 마음껏 구사하며 유대왕국 몰락의 역사를 재현한 베르디의 오페라는 대중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오페라가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게 된 배경에는 당시의 사회 분위기도 한 몫을 했습니다. 폭군의 지배 하에서도 민족의식과 신앙심을 잃지 않았던 유대민족의 이야기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고 있던 이탈리아 사람들의 애국심에 불을 댕겼던 겁니다. 그 중에서 하이라이트는 단연 "가거라. 그리움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었지요. 관객들이 "비바! 베르디!"를 외치며 난리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제가 오페라 강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장황하게 <나부코>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오페라가 단순히 음악만으로 존재하는 예술 장르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합스부르크 왕조의 지배 아래에서 <나부코>가 만들어졌던 것처럼, 오페라는 시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오페라를 통해 한 시대를, 그 시대의 역사와 사회상, 인물, 사상은 물론 심지어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행과 이데올로기까지 알 수 있습니다.
오페라는 '이야기'가 있는 음악입니다. 이야기의 소재는 작가나 작곡가가 완전히 허구로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고, 유명한 문학작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이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 이야기, 아니면 유명한 영화나 춤, 그림, 조각과 같은 예술작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멋진 음악과 무대, 연출, 연기가 더해지면서 비로소 총체예술인 오페라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페라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줄거리만 따라가서도 안 되고, 음악만 들어서도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음악'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요.
오페라는 음악과 문학, 미술, 연극, 춤의 종합예술입니다. 그래서 공부할 것도 많고, 느낄 것도 많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요? 오페라도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공부한 만큼 '감동'이라는 이름으로 보답할 겁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