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남자학교>를 개교합니다"

[알림] 교장에 이석명 교수, 중국문화의 원형 탐구학교

다음 강의 준비중입니다.

올 가을에, 인문학 체험공동체 인문학습원에 <회남자학교>가 개교합니다. 교장선생님은 도가사상(道家思想)을 전공한 동양철학자이며 <회남자> 연구전문가인 이석명 교수입니다. <회남자>는 흥미롭고도 중요한 중국의 고전이지만 우리에겐 아직 낯선 세계입니다. 우리는 <회남자>를 통해 한나라 초기 문화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중국 문화의 원형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석명 교장선생님은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자락에 깃들어 있는 작은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대학은 영문과에 진학하였습니다. 그러나 대학시절 내내 삶의 근본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면서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결국 동양사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경기도 마석 지둔리 골짜기에 있는 태동고전연구소(일명 지곡서당, 芝谷書堂)로 들어가, 청명(靑溟) 임창순(任昌淳) 선생님의 문하에서 3년 동안 한문 공부에 몰두하였습니다. 이 시절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비롯해 여러 동양 고전들을 두루 읽고 익혔습니다.

서당 공부를 마친 후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동양사상을 연구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학원의 원전강독모임에서 우연히 <회남자(淮南子)>를 접하게 되면서 <회남자>에 깊이 빠지게 됩니다. 그 결과 석사와 박사 학위논문 모두 <회남자>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박사학위를 마친 후 중국으로 건너가 북경(北京)대학에서 1년 6개월 동안 '박사후 과정'을 보내면서 중국문화의 진수를 맛보게 됩니다. 이 기간에 중국의 여러 지역, 특히 노자와 장자를 비롯한 도가사상과 관련된 지역들을 답사하면서 도가사상의 발생 배경 및 그 형성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회남자> 연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노자>와 황로학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게 됐으며 그 결과물로 <노자와 황로학>이 출판되었습니다. 요즘은 장자 사상을 현대적으로 풀이하고 설명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장자>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고려대, 경희대, 강원대 등에서 강의하였고, 강원대학교 연구교수, 전북대 HK교수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노장(老莊)의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틈틈이 고전번역 저술 강의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회남자-한대(漢代)지식의 집대성> <노자, 비움과 낮춤의 철학> <노자와 황로학> <백서노자>, 번역서는 <회남자>(1, 2) <노자도덕경하상공장구> <문자> <도가를 찾아가는 과학자들> <마음의 문을 여는 삶의 지혜> <배 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잠자라> 등 다수가 있습니다.

ⓒ회남자학교

교장선생님으로부터 <회남자학교를 열며> 취지 설명을 들어봅니다.

"<회남자>를 아시나요?"
"…"
어쩌면 대부분의 일반인들에 '회남자'는 생소한 이름일 수 있습니다. 노자나 장자 또는 공자나 맹자라는 이름은 들어 봤으나, '회남자'는 금시초문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이지요. 어떤 이는 심지어 누구냐고, 어떤 책을 쓴 사람이냐고 묻기도 합니다. '회남자'를 노자나 공자처럼 고대의 어떤 사상가의 이름으로 오해한 것이지요.

아직도 <회남자(淮南子)>를 들어본 적도 읽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에게 <회남자>를 꼬~옥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군요. 누구든 (적어도 동양 고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접하게 되는 순간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임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입니다.

나 역시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회남자>의 '회'자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1990년대 초 본격적으로 동양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을 들어갔더니 여러 개의 원전강독팀들이 운영되고 있었고, 그 중 한 곳에서 <회남자>를 강독하고 있더군요. 처음에는 단지 부족한 한문 공부나 보충할 셈으로 참가하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깊은 맛을 느끼게 하는 그 무엇처럼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 감칠맛이 더해 갔고, 급기야 나는 대학원 시절 내내 <회남자> 연구에만 몰두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 <회남자>의 무엇이 나를 그토록 깊이 빠져들게 했을까요? 음… 한마디로 콕 집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아무래도 그것이 지닌 다양한 논제와 웅대한 스케일이 아닐까 싶군요. 위로 천문(天文)을 논하는가 하면 아래로 지리(地理)를 논하고 또 중간으로 인사(人事)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또 국가 경영의 문제를 논하는가 하면 개인의 자유와 양생(養生) 문제를 논하고 있으며, 도가의 초월적 경지를 논하는가 하면 어느새 유가나 법가의 현실적 도리를 논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종횡무진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를 두루 섭렵하는 그 광대한 사유와 스케일이 나를 경탄케 했던 것이지요. 동양의 고전들 중 자유로운 사고와 장대한 스케일로는 <장자>를 으뜸으로 치지만, <회남자>에는 그 나름의 또 다른 자유로운 경지와 웅장함이 들어 있습니다.

이런 외형적 특징 외에 또 하나 중요한 게 있습니다. 그것은 <회남자>를 통해 중국 문화의 원형을 엿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회남자>가 쓰여진 한대(漢代)는 중국 역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현재 중국인들이 자기네 민족을 '한족'(漢族)이라 부르고 그들의 글자를 '한자'(漢字), 그들의 언어를 '한어'(漢語)라고 말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대는 중국 민족과 문화 현성의 주요 근간이 됩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중국 문화와 사상의 원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천여 년 전의 한나라 문화와 사상부터 접근해야 합니다.

<회남자>는 한나라 초기 한고조 유방의 손자이자 한무제 시대 지방 제후였던 회남왕 유안(劉安)의 주도 하에 여러 학자들이 함께 저술한 집체(集體) 저작입니다. 유안은 천하의 인재들을 초빙하여 일종의 '두뇌 집단'을 구성하였는데, 그 중 학문과 사상에 뛰어난 사람들을 따로 뽑아내 유안 자신이 그들과 서로 어울려 토론하면서 함께 저술 작업에 참여하였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회남자>이지요.

중요한 것은 <회남자>가 '선진 시대'에서 '한나라 시대'로 접어드는 역사의 길목에 서서, 선진 시대의 사상을 종합 정리하고 새로운 한나라 문화를 여는 핵심적인 기틀을 제공하였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회남자>는 선진의 제자백가 사상을 종합적으로 수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대 초기에 유행한 다양한 사상적 조류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회남자>를 통해 한나라 초기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중국 문화의 원형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2012년 가을 학기는 9∼11월 격주 금요일 저녁 7∼9시 총 6강으로 열립니다.
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강(9월14일) 회남왕 유안, 천하의 인재들을 초빙하다 : <회남자>의 탄생
<회남자(淮南子)>라는 불후의 걸작이 탄생하는 과정, 거기에 얽힌 인물들과 고사, 그리고 이 책의 문화사적 의미에 대해 강의한다.
회남왕 유안(劉安)은 천하의 인재들 즉 '3천 빈객'을 불러모았고, 그중 특별히 우수한 다수의 인재들을 선발하여 그의 직접적인 주도하에 <회남자>라는 대작을 완성하였다. <회남자>는 여러 지식인들이 참여한 일종의 집체(集體) 저작이 되는 셈이다. 한편, 개인사적으로 보면 회남왕 유안은 참혹한 비극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아버지 유장(劉長)은 한고조 유방(劉邦)의 사생아로, 자기 어머니의 비극적인 죽음 문제로 고민하고 방황하다가 결국 역모를 꾸몄다는 혐의를 받고 자살하였으며, 유안 자신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결국에는 그의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다시 걷게 된다. 이러한 배경을 안고 태어난 <회남자>는 문화사적으로 보면 중국 문화의 원형을 품고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제2강(9월28일) 만물의 근원은 기(氣)다 : 기화우주론
<회남자>에 깔린 세계관인 '기화우주론'(氣化宇宙論)에 대해 강의한다.
동양의 전통적인 세계관에서 '자연과 인간은 하나'로 인식된다. 그 근거는 인간을 포함한 우주 만물이 모두 기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양의 전통적인 우주론은 <회남자> 이전에 단편적으로 전해오다가 <회남자>에 이르러 비로소 체계적으로 완성되었다. 우선 만물은 태초의 기운인 태시(太始) 또는 허확(虛廓)으로부터 형성되어 나왔다고 본다. 나아가 사계절의 변화라든가, 바람이 불고 눈비가 내리는 일체의 자연 현상들이 기의 작용으로 이해된다. 또한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것, 울고 웃고,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것 등도 기의 작용으로 이해한다. 이처럼 자연 세계와 인간 세계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은 기의 작용이며, 자연과 인간은 궁극적으로 서로 감응하고 소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화우주론적인 세계관은 오늘날에도 암암리에 유행하는 풍수지리사상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제3강(10월12일) 생명은 형기신(形氣神)으로 구성되어 있다 : 양생론
<회남자>의 생명관 및 양생관에 대해 강의한다.
<회남자>에서 인간의 본성은 '고요함'으로 이해된다. 선천적으로 우리의 생명은 고요함을 지니고 태어나는데, 사물에 대한 욕망과 같은 외물에 의해 그 고요함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인간의 생명은 기본적으로 형(形)과 기(氣)와 신(神)의 3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생명의 온전한 유지를 위해서는 마음의 고요함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며, 아울러 형·기·신 삼자의 균형적인 조화와 양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중 특히 <회남자>의 형기신 조화의 양생론은, 형체의 온전함보다는 정신의 온전함을 강조하는 <장자>의 입장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제4강(10월26일) '무위'(無爲)는 'non-action'이 아니다 : 신무위론(新無爲論)
노장사상(老莊思想)의 소극적인 무위론을 극복하는 <회남자>의 '신무위론'에 대해 강의한다.
노자나 장자의 무위사상은 소극적이고 정태적이다. 이 때문에 도가는 대개 탈세속적이고 현실도피적인 사상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무위'라는 말은 고요히 머물며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회남자>는 이러한 기존의 소극적인 무위사상으로부터 벗어나 현실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적극적인 무위사상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회남자>는 천하통일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무위' 개념을 정립하여, '막힌 무위'로부터 벗어나 '열린 무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제5강(11월9일) 인간은 '때'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 : 시령론(時令論)
<회남자>에서 제시되는 인간의 바람직한 삶의 방식인 '시령론'에 대해 강의한다.
인간의 이상적인 삶의 방식은 무엇인가? 동양의 전통적인 사고에서 그것은 '법천'(法天) 즉 자연을 본받아 사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런데 <회남자>에서는 기존의 '법천'사상을 보다 구체화시켜 시령(時令)사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막연히 자연을 본받는다가 아니라, 인간은 자연의 리듬 즉 계절의 변화와 때를 살피고 거기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시령사상은 당시에 유행한 음양오행론과 결합되어, '때에 맞지 않은 행위를 하면 하늘의 재앙이 내린다'고 하는 일종의 주술적인 '재이론'(災異論)으로까지 발전된다.

제6강(11월23일) 황로학(黃老學)을 완성하다 : 신도가(新道家)
<회남자>와 황로학과의 관계에 대해 강의한다.
황로학은 전국 중기부터 조금씩 유행하다가 전국 말기에 이르면 하나의 시대적인 조류가 된다. 그 결과 한제국이 막 성립한 한대(漢代) 초기 60∼70년 동안 황로학은 한제국을 경영하는 통치이념으로까지 부상하게 된다. 그것은 '다스림 없이 다스린다'(無爲而治)는 황로학의 무위정치론이 당대의 시대 상황에 매우 적합하였기 때문이다. <회남자>는 이러한 황로학을 집대성하고 있다. 즉 기존의 단편적인 황로학적 사고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새로운 황로학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강의는 인문학습원 강북강의실(서울 중구 장충동 2가 186-28 우리함께빌딩 6층 '우리는선우' 강의실,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약 2분, 아래 약도 참조)에서 열립니다. 자세한 참가 안내와 문의는 가인문학습원 사이트 www.huschool.com 전화 010-9794-8494 또는 050-5609-5609 이메일 [e-mail]을 이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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