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민 교장선생님은 유명한 음식칼럼니스트로, 음식 칼럼집 <맛에 끌리고 사람에 취하다>가 있으며, 최근에 술 칼럼집 <태초에 술이 있었네>가 출간되어 절찬리에 팔리고 있습니다.
제21강의 요점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수업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제1일>
* 스쿨버스 안에서 교장 선생님의 산나물 음식과 영양의 역사문화 개괄
* 영양읍 최고 <고은한정식>에서 산채정식으로 점심
* 국보 제187호 입암리 봉감모전오층석탑 관람
* 우리나라 3대 민가 전통정원 <서석지> 탐방
* 주실마을의 청록파 시인 <조지훈문학관> 관람
* 영양군 수비면의 아주 시골스러운 <선미식당>에서 저녁
* 버드내숲 자연의학연구원 고재섭 선생님의 <몸살리기> 강의
* 수하산촌생태마을 펜션에서 총총한 별을 보며 하룻밤
<제2일>
* <수하반딧불이 휴게소식당>에서 구수한 다슬기 된장국으로 해장
* 수비면 신암리의 숨겨진 숲길 <재산길> 느릿느릿 걷기
* <영양산나물축제> 탐방 및 싱싱한 산나물 구입하기
* 예천 <백수식당>에서 육회비빔밥으로 원기 보충 점심
▲ 산높고 골깊은 영양은 일교차가 커 몸에 좋은 나물이 많이 나는 자연의 혜택을 입었다. Ⓒ영양군 |
<5월 19일(토)>
영양으로 가기 위한 스쿨버스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5월 19일(토) 아침 7시 30분 서울에서 출발합니다. 7시 20분까지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음식문화학교> 버스에 탑승 바랍니다. (김밥과 식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운동화 등 가벼운 트레킹 차림에, 1박에 필요한 세면도구(세수수건 포함) 등을 가져오시기 바랍니다. 차가운 밤공기에 적당한 재킷도 한 벌 필요합니다.
[영양군(英陽郡)] 영양군은 경상북도 북부에 있는 군으로, 도서 지역인 울릉군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기초자치단체이다(1만 9천여 명). 경상북도 동북부 태백산맥의 내륙지역에 위치하여 동쪽은 울진군과 영덕군, 서쪽은 안동시, 남쪽은 청송군, 북쪽은 봉화군 등 5개 시군과 경계하고 있는 산세로 인해 각종 나물의 산지로 유명하다. 태백산맥이 동남 방향으로 뻗어 많은 대소 계곡을 형성, 북고남저의 산간분지 모습을 이루고 있으며, 해발고도가 경북에서 가장 높다. 영양군은 '지조론'으로 유명한 청록파 시인 조지훈과 보수주의 소설가 이문열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며, 특산물로 고추가 잘 알려져 있다. 옛날에는 이곳에 신호등이 없었으나 최근 들어 신호등이 딱 1개만 설치되어 '스펀지퀴즈'로도 나올 정도였다. 영양(英陽)의 옛 이름으로 '고은(古隱)'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고은은 흔히 '풍광이 수려해 선비가 숨어살기 좋은 곳'으로 풀이한다. <정감록>의 10승지(十勝地)에 나올 법한 말이다. 봉화·청송과 더불어 경상북도의 3대 오지 중 하나이니 이런 이름이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12시. 버스는 먼 길을 달려 영양읍에 닿습니다. 때마침 산나물 축제기간이라 이 작은 고을이 좀 시끌벅적할 것 같습니다. <고은한정식>에서 영양의 첫 산나물을 만납니다. 온갖 산나물 반찬에 막걸리 한 잔도 있어야 하겠지요. 참고로 영양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양조장이 있습니다.
오후 1시 30분, 점심을 마치니 한결 느긋해 집니다. 입암면 산해리에 있는 국보 오층석탑을 보러 갑니다. 오층탑이 들어선 마을 이름이 '봉감'이고, 돌을 다듬어 벽돌처럼 쌓았다 하여 '모전(模塼)'이라 '봉감모전오층석탑'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
[봉감모전오층석탑(鳳甘模塼五層石塔)] 경북 영양군 입암면 산해리 강가의 밭 가운데에 서 있는 탑으로, 이 마을을 '봉감'이라 부르기도 하여 '봉감탑'이라 이름 붙여졌다. 국보 제187호. 석탑 주변의 논밭에 기와조각과 청자조각이 많이 흩어져 있어 이 일대가 절터였음을 알 수 있다. 탑은 벽돌 모양으로 돌을 다듬어 쌓아올렸으며, 1단의 기단 위에 5층의 탑신을 올린 모습이다. 기단은 흙과 돌을 섞어 낮게 바닥을 깔고, 10여 개의 길고 큰 돌을 짜서 쌓았다. 그 위의 탑신은 몸돌과 지붕돌 모두 벽돌 모양의 돌로 쌓았다. 1층 몸돌에는 불상을 모시는 감실(龕室)을 두었는데, 감실 양쪽에 둔 2개의 화강암 기둥과 이맛돌의 섬세한 조각이 장식적인 효과를 더해주고 있다. 2층 이상의 몸돌은 독특하게도 중간 정도의 높이마다 돌을 돌출되게 내밀어 띠를 이루고 있다. 지붕돌은 전탑의 양식에 따라 아래 윗면 모두 계단 모양의 층을 이루고 있으며, 처마의 너비는 좁아져 있다. 1단 기단의 모습과 돌을 다듬은 솜씨, 감실의 장식 등으로 미루어 보아 통일신라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적인 균형과 정연한 축조방식을 갖추고 있으며, 장중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 우수한 작품이다.
2시 30분. 동래정씨 문중의 민가에서 조성한 전통정원 <서석지>를 보기 위해 떠납니다. 서석지는 전남 완도군 보길도에 있는 윤선도의 부용동, 전남 담양군의 소쇄원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민가 전통정원의 하나입니다.
[서석지(瑞石池)] 정영방이 광해군 5년(1613)에 조성한 것으로 전해지는 연못과 정자이다. 자양산의 남쪽 완만한 기슭에 위치한 연못을 중심으로 경정·주일재·수직사·남문 등의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경정은 넓은 대청과 방 2개로 되어 있는 큰 정자이며, 주일재는 '운서헌'이라고 쓴 현판이 걸려있는 서재이다. 주일재 앞에는 연못 쪽으로 돌출한 석단인 '사우단'을 만들고 소나무·대나무·매화·국화를 심었다. 연못은 사우단을 감싸는 'U'자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 연못의 동북쪽 귀퉁이에는 산에서 물을 끌어들이는 도랑을 만들었고, 반대편의 서남쪽 귀퉁이에는 물이 흘러나가는 도랑을 만들었다. 각양각색으로 솟아있는 연못 안의 크고 작은 돌을 '서석군'이라 하는데, 이 연못의 이름은 서석군에서 유래하였다. 돌 하나하나에 모두 이름이 있어 정영방 선생의 학문과 인생관은 물론, 은거생활의 이상적 경지와 자연의 오묘함과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심취하는 심성을 잘 알 수 있다. 중요민속문화재 제108호.
▲ 아름다운 전통정원 서석지 Ⓒ영양군 |
4시. 아쉬움 속에 서석지 탐방을 마치고 간난의 우리 현대사에서 민족의 정신적 스승으로 우뚝 서셨던 조지훈 선생을 만나러 갑니다. 조지훈 선생은 시기는 달리하지만 똑같이 영양이 고향인 소설가 이문열 씨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삶을 사신 분입니다.
[조지훈(趙芝薰)]1920.12.3.~1968.5.17. 본명 동탁(東卓). 경상북도 영양(英陽) 출생. 엄격한 가풍 속에서 한학을 배우고 독학으로 중학과정을 마친 후 혜화전문학교(현 동국대학교)를 졸업하였다. 1939년 <고풍의상(古風衣裳)> <승무>, 1940년 <봉황수(鳳凰愁)>로 <문장(文章)>지의 추천을 받아 시단에 데뷔했다. 고전적 풍물을 소재로 하여 우아하고 섬세하게 민족정서를 노래한 시풍으로 기대를 모았고, 박두진·박목월과 함께 1946년 시집 <청록집(靑鹿集)>을 간행하여 '청록파'라 불리게 되었다. 조지훈은 현실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이승만과 박정희 독재에 저항하는 민권수호국민총연맹, 공명선거추진위원회 등에도 적극 참여했다. 시집 <역사 앞에서>와 유명한 <지조론>은 시인의 현실의식을 반영한 글들이다. 1962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소장에 취임하여 <한국문화사대계>를 기획, <한국문화사서설> <신라가요연구논고> <한국민족운동사> 등의 논저를 남겼으나, 그 방대한 기획을 완성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서울 남산에 시비(詩碑)가 세워져 있다.
6시. 수비면 소재지에 있는 아담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갑니다. 숙소는 수하산촌생태마을에서 운영하는 펜션입니다. 이 마을은 전국에 30개밖에 없는 산림청 지원 생태체험마을입니다. 언제나 밝고 맑은 목소리로 우리 학교의 이번 기행에 도움을 주었던 귀농 아줌마 루치아 씨가 관리 책임자입니다.
7시 30분. 배정 받은 방에 짐을 풀고 펜션 앞마당에 모입니다. 한 시간 가량 버드내숲 자연의학연구원 고재섭 선생님의 <몸살리기> 강의가 있습니다. 고 선생님은 루치아 씨의 남편 되는 분으로, 농민운동을 하다가 그 역시 영양이 좋아 영양으로 내려왔습니다.
[버드내숲 자연의학연구원 몸살리기 단식프로그램] 고재섭 원장은 1996년 국내에 처음으로 '커피 관장' 및 '디톡스 건강법'(detox.co.kr)을 소개하고, 직장이나 가사 일을 하면서도 스스로 단식할 수 있는 '버드내숲 디톡스 단식프로그램'을 개발, 전국에 보급해왔다. 이 단식법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엄격히 제한하되, 채소와 과일의 생즙을 마시면서 인체의 독소 제거와 조직세포 생성에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 같은 영양소는 듬뿍 섭취하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을 도입한다. 이 프로그램은 첫날의 예비단식, 이어지는 7일 단식과 그 다음날의 보식 등 모두 9일 과정으로 이루진다. 1년에 4차례 개설된다.
저녁 8시 30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고재섭 선생님의 강의를 끝내고, 하늘 높이 총총히 뜬 별을 세며 나머지 추억을 만들어 갑니다. 졸졸졸 시냇물 따라 동네 오솔길을 거닐어도 좋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소곤소곤 막걸리 잔으로 정을 나누어도 좋겠습니다.
▲조지훈 선생이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주실마을 Ⓒ영양군 |
<5월 20일(일)>
아침 8시 30분. 시골 마을에서의 꿈같은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을 먹으러 갑니다. 휴게소의 잡화 판매를 겸한 식당이지만, 주인아주머니 해장국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집입니다. 지난밤의 숙취가 남아 있는 분들은 특히 만족할 것입니다.
9시 30분. 아침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근처 숲길 <재산길>을 느릿느릿 걷겠습니다. 재산길은 아주 걷기 좋은 길인 청송-영양-봉화를 잇는 옛 보부상 길을 되살린 <외씨버선길>의 영양 쪽 첫 코스입니다.
11시 30분. 다시 어제 점심을 먹었던 영양읍내로 향합니다. 서울로 출발하기 전에 1시간 쯤 틈을 내어 산나물 축제를 구경하고 싱싱한 산나물을 구입하기 위해서입니다. 점심이 좀 늦어질 수 있으므로 장터에서 주전부리를 좀 해도 괜찮습니다.
오후 1시. 1박2일의 제21강 일정을 모두 마친 음식문화학교는 영양을 뒤로 두고 서울로 향합니다. 예천쯤에서 그 유명한 <백수식당> 육회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을 생각입니다. 밀리지 않는다면 6시 전후에는 서울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음식문화학교 5월 참가비는 20만원입니다(교통비, 숙박료, 4회 식사비 및 뒤풀이, 강의비, 여행자보험료, 운영비 등 포함). 좌석은 접수순으로 지정해 드립니다. 참가신청과 문의는 사이트 www.huschool.com / 전화 050-5609-5609 / 이메일 master@huschool.com 으로 해주세요.
김학민 교장선생님은 <음식문화학교를 열며> 이렇게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인간은 요리하는 동물>
최초의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연 상태 그대로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불의 발견을 계기로,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슬기를 발휘하여 서서히, 또한 독특하게 식생활 체계를 세웠으니, 이것이 음식문화입니다. 이로써 인간은 '요리하는 동물'로 진화되어, 각기 살고 있는 곳의 기후와 풍토에 따라 제각각의 음식문화권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음식문화의 자연스런 분화와 발전이 있었으므로, 인류의 보편적 정서와 규범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한, 한 인간이 무엇을 어떻게 먹든 그것은 그의 자유입니다. 또 특정한 먹을거리를 특별하게 먹게 된 것도 그 공동체 고유의 살아온 환경과 문화, 역사의 소산이므로 자기만의 잣대를 들이밀어 왈가왈부할 일도 아닙니다.
흔히 "모두가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원초적 과제들을 의·식·주로 나누어 그럴 듯하게 분화하였지만, 그건 어느 정도 문명화된 시기의 이야기이고, 사실은 식(食)의 문제, 곧 먹을거리 문제가 인간 실존의 근원입니다. 먹을거리 문제는 질서와 규범 속에서 평화롭게 조절돼 가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매일 매일의 사회면 기사의 행간을 뜯어보면 그 이면에는 모두 먹는 문제가 개재되어 있고, 국가 사이의 전쟁, 민족 사이의 분쟁도 땅과 자원의 문제가 대부분을 차지하니, 그 끝을 파보면 결국 먹는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아는 만큼 맛있다>
우리 사회는 이제 먹을거리 문제의 극단에서는 벗어나 있습니다. 그러나 먹을거리의 질과 독점을 둘러싸고는 계속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 거대 식품산업이나 외식사업 등에서 양산되는 각종 인스턴트 식품들이 우리 식탁에 도전해 오고 있고, 세계 각국의 먹을거리들도 그 나라의 문화요소들과 함께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먹을거리의 홍수 속에서 음식문화학교는 우리 전통 먹을거리를 낳게 한 사회문화적 배경, 그리고 특정 먹을거리와 그를 갈무리하는 맛깔스런 음식점, 그리고 그 주인과 공동체에 얽힌 이야기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곧 '먹을거리 이야기'를 넘어 '이야기가 있는 먹을거리'를 찾는 여정이 음식문화학교가 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문화유산 답사의 개척자 유홍준 교수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유 교수의 어법을 빌려 말한다면, 음식도 아는 만큼 맛있습니다.
<음식문화학교는...>
음식문화학교는 요리법을 가르치는 곳이 아닙니다. 음식문화학교는 문화 속의 음식, 음식 속의 문화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음식문화학교는 음식의 현장을 찾아가 문화를 즐기거나, 문화의 현장을 찾아가 음식을 즐기는 기행의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곧 '금강산과 식후경의 조화'가 저희 음식문화학교의 교훈입니다.
앞으로 김치, 젓갈, 된장, 두부, 등심, 갈비, 불고기, 육회, 토종닭, 홍어, 비빔밥, 산나물, 막걸리 등 숱한 우리 전통 먹을거리의 명품, 명소를 찾는 기행이 쭉 이어집니다. 전문가 또는 교장의 음식문화 강의 후 맛있는 음식을 즐기게 되며, 재래시장 장보기, 산나물 뜯기, 쭈꾸미 잡기, 콩 털기 등의 체험행사도 함께 하며 유명 음식축제 여행으로 변화를 꾀하기도 하겠습니다.
음식문화학교는 월 1회, 셋째 토요일(1박2일은 셋째 토, 일요일)에 여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사정(명절, 연휴, 장날, 음식축제 등)에 따라 날짜를 옮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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