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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여전히 여권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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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여전히 여권의 중심?

[정치 깊이읽기] '배제냐 동승이냐'에서 '전면이냐 2선이냐'로

여전히 여권 정계개편 방향의 관건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지난주 노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를 전격 예방한 것을 두고선 통합론에 무게를 싣는 해석이 나왔으나, 그 뒤 친노계 의원들의 간헐적인 전언 형식으로 전해진 노 대통령의 의중은 '도로 민주당에 대한 확고한 반대'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노무현 배제론'과 '동승론'이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가운데 각 세력은 '노심 읽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확한 갈피를 잡기 힘든 노 대통령의 의중에 대해 청와대는 지금까지 단 세 문장만 밝혔다.
  
  "대통령도 한 사람의 당원이다."
  
  "지역분할 구도가 강화되는 쪽으로 가는 것은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당 내의 통합신당론이 어떤 모양을 갖고 있는지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가 입장을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윤태영 대변인이 이따금씩 전한 단서다. 해석의 여지가 많지만 요약하면 "노 대통령도 정계개편에 대한 의견이 있고, 때가 되면 밝힐 것이다. 다만 민주당과 명분 없는 재통합은 반대한다"는 것 정도가 된다.
  
  노무현 3원칙의 핵심은 '도로 민주당 반대'
  
  노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으로 최근 친노세력 결집을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백원우 의원은 9일 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도로 민주당' 반대 △탈당 불가 △전당대회 결과 승복이라는 이른바 '노무현 정계개편 3원칙'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백 의원은 "정계개편에 대한 친노그룹의 생각은 새롭게 큰 틀의 집을 짓자는 것에 반대하지 않고, 당명을 버릴 때도 됐다는 것이며 대통령도 이 같은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의원 자신은 노 대통령의 정확한 언급을 따져묻는 언론의 질문이 쇄도하자 "노 대통령의 생각을 '정치인 백원우'가 정리해서 말한 것이지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다"고 한 발 물러섰다. 청와대 역시 "대통령의 생각과 다르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그렇다고 딱 저런 식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는 얘기다.
  
  그러나 원점에서 두 사람의 설명을 비교해보면, 윤 대변인의 3문장과 백 의원의 3원칙 사이에는 '도로 민주당 반대'라는 공통분모가 확연하다. 또한 '전당대회 결과 승복'은 이미 지난 달 22일 노 대통령을 만나고 나온 천정배 의원의 입에서도 나온 이야기다.
  
  결국 노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통합에는 원칙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진로가 결정되면 통합론에 승복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기서 '탈당 불가'는 여권의 정계개편 흐름에 손 놓고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는 수석당원으로서의 의지의 표현으로 읽을 만하다.
  
  김두관 전 최고위원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평생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통합을 정치일생의 신념으로 가진 분이다. 우리당이 찢어져서 갈리는 것이 지역주의를 심화시킨다거나 정치개혁과 정책정당에 역으로 간다고 싶을 때는 수석당원이자 현직 대통령의 무게를 통해 의중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움직이는 친노진영
  
  '민주당과 명분 없는 재통합을 반대하는 수석당원'으로서 노 대통령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지난달부터 문희상, 김혁규, 천정배, 김한길 의원 등 중진들이 청와대 문턱을 넘는 일이 잦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생각은 소위 노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감지되는 경우가 더 많다.
  
  안희정, 여택수 등 측근 인사들은 전국을 훑고 다니며 "대통령도 신당창당의 불가피성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무조건적인 민주당과의 재통합에 반대할 따름"이라는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 노사모도 최근 새 대표를 뽑으며 조직을 정비했다.
  
  노 대통령이 지난 6월경 "향후 우리당이 영남에서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세력 구축에 올인 해야 한다", "퇴임 후에도 언론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는 보도에 비춰보면 상당히 누그러진 태도다.
  
  청와대에서도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 한결같은 증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우리가 정권재창출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착실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신뢰가 깊은 여당 인사도 "대통령이 요즘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전했다. 이는 바꿔 말하자면, 노 대통령이 '퇴임 후'가 아니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실정치의 논란에 개입해 자기 자리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열망이 훨씬 강해졌다는 말로도 풀이될 수 있다.
  
  이해찬의 컴백, 그리고 동교동 방문
  
  하지만 원칙의 변화인지 작전상 후퇴인지는 분명치 않다. 노 대통령은 지난 달 27일 우리당의 떨떠름한 표정에도 불구하고 정무특보단을 출범시켰다. 당청 소통 확대 등의 고전적 명분과 함께 5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했지만 핵심은 이해찬 전 총리였다.
  
  출범 후 2주가 지나도록 특보단은 공식적 회의 한 번 안했지만 이 전 총리는 물밑에서 활발히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는 친노-비노의 대립이 격화되자 "자중지란을 막도록 중진들이 나서자"고 설득했고, 이에 따라 김원기, 문희상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권 일각에선 4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만남을 두고 "이날 회동도 이 전 총리의 작품"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청와대에선 '언론의 정치적 해석은 모두 소설'이라고 손사래 쳤지만 두 사람의 회동으로 힘을 얻은 것은 친노진영이었다.
  
  김혁규 의원은 아예 "정계개편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중심이 되는 '그랜드 디자인'을 지향해야 한다"며 "두 분이 주축이 된 영호남 화합의 신당 창당을 목표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당대회 勢 대결'로 가는가
  
  이 같은 정황은 노 대통령이 정계개편 흐름에 지속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찾아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만하다. 이에 따라 이제부터 정계개편 논의의 관건은 '노 대통령이 정계개편의 전면에 서느냐, 뒷줄에 서느냐'로 옮아간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 내에선 일단 정계개편에 개입하지 말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김근태 의장과 천정배 의원의 '벤치론'이 나왔고 김한길 원내대표도 "국정운영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여론도 노 대통령의 정계개편 개입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압도적이다. 조인스닷컴, 미디어다음, 리서치앤리서치가 8일 발표한 여론조사(전국 700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4%가 노 대통령의 개입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17.2%로 집계된 찬성 의견의 4배 가까운 수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에게서는 그 비율이 찬성 42.2%, 반대 51.7%로 나타났다. 10%도 차이가 안 난다. 해볼 만한 논란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최근 친노계 의원들이 "전당대회를 대비해 이제부터는 세 싸움"이라고 밝힌 것도 당원-지지자들의 여론이 상층부의 여론과는 다를 수도 있음을 암시한 대목이다.
  
  일단 엉킨 실타래와 같은 정계개편 논란의 와중에서 처음에는 오직 '배제의 대상'으로 지목될 뿐이던 노 대통령이 어느덧 움직일 여지를 만드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이 10.25 재보선 참패 이후 급격히 부상해 보름 이상 여권을 뜨겁게 달군 정계개편 논란의 중간결산 쯤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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