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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금

[한윤수의 '오랑캐꽃']<230>

스리랑카 노동자 기츠리(가명)는 퇴직금을 덜 받았다.
삼성(퇴직보험금)만 받고 차액 70만원을 못 받았다.
회사가 넘어가고 새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챙겨주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대신에 위로금 94만원을 받았고, 마지막 달은 14일만 일하고도 한 달치 월급을 받았다.
아, 미숙한 회사여!
위로금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말고
"퇴직금 차액이야."
하고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트집도 안 잡히는 건데!

다른 스리랑카인 3명은 아무 불만이 없었다.
실제론 법정 퇴직금보다 더 받았으니까.
하지만 기츠리는 공공연히 불평을 하고 다녔다.
퇴직금 덜 받았다고!

기츠리는 퇴직금을 더 받아달라고 K시의 센터를 찾아갔다.
K센터에서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퇴직금 덜 주셨나요?"
"대신에 위로금 줘서 줄 게 없는데요."
"아, 그렇군요."
▲ ⓒ한윤수

기츠리는 K시에서 재미를 못 보자 발안으로 찾아왔다.
우리 직원이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퇴직금 덜 주셨나요?"
"대신에 위로금 줘서 줄 게 없는데요."
"아, 그렇군요."

기츠리가 일요일에 다시 왔다.
직원이 설명했다.
"우리 센터 기츠리 일 안 해."
"왜요?"
"기츠리, 다른 센터 갔었지?"
"예."
"다른 센터에서 시작한 일, 우리 안 해."
"다른 센터에서 잘못했는데두요?"
"....."
"잘못한 건 고쳐주셔야죠!"
"....."

논리 싸움에서 직원이 밀리는 것 같아서 내가 나섰다.
"기츠리, 네가 직접 달라고 해."
"왜요?"
"본인이 먼저 달라고 해야 하는 것 알지?"
"예."
"달라고 말하는 건 네 책임이야!"
"알아요."
"그래도 안 주면 그때 다시 와."
"예."

아마 그는,
다시는 안 올 것이다.
어차피 회사에는 말을 안 할 테니까.

돈 더 받았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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