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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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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찍고

[한윤수의 '오랑캐꽃']<224>

발안에 있던 투이가 창원으로 내려간 데는 이유가 있다.
투이는 키와 같은 공장에서 일했다.
투이는 외출할 때 항상 양복바지를 입고 구두를 신는 멋쟁이다. 그러나 키는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는 헙수룩한 스타일이다.
공장장은 투이를 귀여워했다. 하지만 키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술 한 잔 걸치러 갈 때도 투이만 데려가고 키는 데려가지 않았다.

투이가 술 한 잔 먹고 온 날 키가 시비를 걸었다.
"니가 그렇게 잘 났냐?"
투이가 찌려보자
"왜 째려 임마!"
주먹이 날아왔다.
둘은 치고 박고 싸웠다.
나이가 많아서 힘이 딸린 키가 식당에서 식칼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 찌르진 않았다. 겁이 난 투이는 그 길로 도망쳐서 고향 친구가 있는 창원까지 갔고, 그곳에 정착했다.

투이는 밀린 월급을 달라고 회사에 전화했다. 그러나 사장님은 무단이탈한 사람에게는 돈 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이탈하는 바람에 생산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투이는 수원 노동부에 진정했다.

창원에서 수원까지 가장 빠른 길로 와도 340킬로, 왕복하면 680킬로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천 7백리.
수원 그냥 찍고 내려가도 하루 종일 걸린다. 하물며 수원 노동부에서 조사까지 받는다면 답이 안 나온다.

투이가 창원 터미널을 출발한 것이 오전 7시 반.
*오산 터미널 도착한 것이 12시 15분.

12시 38분에야 통화가 되었다.
베트남어에 능통한 우리 직원 K과장이 주의사항을 일러주었다.
"오산역에서 전철 타고 성균관대역에서 내려. 괜히 수원역에 내리지 말고!"

12시 55분.
성균관대역.
기다리던 K과장이 투이를 픽업해서 노동부로 데려갔다.

1시 30분.
노동부에 출석하자 감독관이 말했다.
"사업주가 *이미 117만원을 입금했다는데요."
"아, 그럼 잘 되었네요."

2시 10분.
투이는 간단한 조사를 받고 근로감독과를 나왔다.
노동부 정문.
수원 찍고 가는 기념으로 *우리 직원들과 사진을 찍었다.

▲ ⓒ한윤수

K과장이 성균관대역으로 데려다 주며 말했다.
"미안해. 바빠서 같이 밥 못 먹어. 오산역에서 밥 먹고 버스 타고 내려가."
"예."
"창원까지 얼마나 걸릴까?"
"다섯 시간 반 정도?"

저녁 8시 6분
투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창원 터미널 도착했어요."
"수고했어."

저녁 8시 20분
마지막 전화가 왔다.
"이제 기숙사 와서 밥먹으려구요."

긴 하루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오산 터미널 : 왜 하필 오산 터미널일까? 외국인들은 자기가 잘 아는 터미널을 기점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투이는 발안에서 창원으로 내려갈 때 오산 터미널에서 창원행 버스를 탔다. 따라서 올라올 때도 역순(逆順)으로 잘 아는 오산 터미널까지 일단 와서 그 다음 행선지로 향하는 것이다. 또한 오산 터미널은 오산역과 붙어 있어서 전철 타기에도 편리하다.

*이미 117 만원을 입금 : 사업주는 출석치 않고 체불금을 입금했다는 전화만 해왔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해보니 입금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우리 직원들 : 투이 사건을 맡았던 K과장이 퇴직할 예정이라, 사건을 인계인수하기 위해 두 사람이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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