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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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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결

[한윤수의 '오랑캐꽃']<219>

"마음은 비단결"이란 속담이 있다. 생긴 건 우락부락하게 생겼어도 마음이 비단결처럼 곱다는 뜻이다.
오늘 소개할 사람이 바로 이 속담에 맞는 이다.

재고용 약속을 받고 일시 출국했다가, 영영 못 들어온 태국인이 둘 있다. 왜 이런 황당한 일을 당했냐 하면 태국에 가있는 그 짧은 동안에 회사가 도산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절망했다. 재입국도 못하고 퇴직금도 못 받았으니까.

두 사람은 퇴직금이라도 받아달라고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했다.
한국에 있는 그 친구가 나를 찾아온 것인데, 보니 인상이 험하다. 해결사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니, 말 다 했지.

어쨌든 그 사나이에게 일렀다.
"태국에 연락해서 회사 이름, 주소, 전화번호, 근무기간을 적어 보내라고 하고, 비행기 티켓과 여권을 복사해서 보내고, 진정서. 위임장, 진정취하서 양식을 줄 테니 그것도 사인해 보내라고 해요. 그리고 태국은행에 계좌도 만들어 놓고."
그는 내 말을 일일이 종이에 적었다. 의외로 꼼꼼한 성격이다.

관련 서류가 다 도착하는데만 무려 다섯 달이 걸렸다. 한국에 있는 그 사내, 프라팁이 빠진 서류 하나하나를 챙겨오느라 무진 애를 썼다, 나는 그 무렵 친구를 위해서 애쓰는 프라팁에게 점점 반해가고 있었다.

서류가 다 갖춰졌을 때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안내 멘트가 나오는데 들으니 없는 전화번호란다. 회사가 망했으니 없는 전화번호가 맞지!


고용지원센터에 알아보니 회사가 도산한 지 이미 오래다. 어찌어찌하여 그 회사를 퇴직한 한국인 직원과 연락이 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이미 체당금(替當金)을 신청한 상태였다. 체당금이란 도산한 회사를 대신해서 정부가 근로자에게 체불임금 일부를 지급해주는 것을 말한다.


▲ ⓒ한윤수

한국인 직원 소개로 노무사와 연락이 닿았다.
"노무사님, 태국 사람 둘 추가할 수 있죠?"
"예. 하지만 수수료 10프로를 미리 내셔야 합니다. 체당금 받고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있어서요."
"한 사람당 수수료가 얼마죠?"
"정확한 건 계산해봐야 알겠지만 *24만 원 정도 될 겁니다."

두 사람이면 약 48만 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태국에 있는데 누가 48만 원을 내나?

할 수 없이 프라팁에게 난처한 사정을 말했다.
"수수료를 누군가 내야 하는데 누가 내지?"
그는 시원하게 말했다.
"내가 내죠."
멋진 놈!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나중에 돈 나와도, 친구 통장으로 다 들어갈 텐데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요! 태국 가면 주겠죠 뭐."

그 순간이었다.
옛 속담이 떠오른 것은.

"마음은 비단결이다!"

*24만 원 : 체당금은 나이에 따라 지급액이 다르다. 30세 이상 40 세 미만은 240만원이므로 수수료는 그 10프로, 즉 24만원이다. 출국한 태국인은 둘 다 30살은 넘고 40은 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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