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과 마지막 달 월급을 못 받았단다,
"급여명세서 있죠?"
퇴직금 계산을 위해서 급여명세서를 달라고 했다. 그러나 마지막 달 3개월은 명세서를 받지 못했단다.
"그럼 은행 통장 있어요?"
"예."
내놓는데 보니 광주은행 통장이다. 하지만 통장 정리가 안 되어 있다. 마지막 석 달 임금이 여기서도 파악이 안 된다. 이래가지고는 퇴직금 계산도 못하는데.
"통장 정리 해와요."
"어디 가서요?"
생각해보니 갑갑하다. 광주은행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지.
광주은행은 경기도에는 단 한 곳도 없다. 아, 지방은행 통장을 갖고 있으면 이래서 힘든데! 지방은행은 그 지방이나 서울에 가야 구경할 수 있는데 어디 가서 찾지?
그가 말했다.
"차라리 내가 한 번 광주에 내려갔다 올까봐요?"
"가만있어요."
나는 그를 일단 말렸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서울 역삼역에서 선릉역 쪽으로 600미터쯤 가면 광주은행 강남지점이 있다. 그러나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화성에 있는 외국인들은 수원버스가 지나가는 강남역 근처는 더러 알아도 역삼역 근처라면 알기 어렵다.
다시 검색해보니 양재지점이 있다. 양재동은 수원버스가 지나가는 지역이니까 훨씬 찾기 쉬울 것 같다.
<영업점 찾아가기>에 써있는 대로
"양재역 3번 출구에서 뱅뱅 사거리 쪽으로 70미터!"
라고 해보아야 못 알아들을 것 같아서 달리 아주 쉽게 설명했다.
"발안에서 수원역 가는 건 알죠?"
"예."
"수원역에서 강남역 가는 3000번 버스 타요."
"예."
"강남역 다음에 양재역에서 내려요."
"예."
"한국 사람한테 이 약도 보여주고 가르쳐 달라고 해요."
나는 인터넷에서 뽑은 광주은행 양재지점의 약도를 들려주었다.
2주 후 그는 통장 정리를 완벽하게 해왔다.
광주은행 양재지점을 무사히 다녀온 것이다.
태국인이 그 복잡한 강남을 무사히 다녀오다니!
너무나 대견해서 물었다.
"길 찾기 어렵지 않았어요?"
"어렵긴요?"
그는 그까짓 게 뭐가 어렵냐는 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길 잘 아는 친구가 데려다 준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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