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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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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호소

[한윤수의 '오랑캐꽃']<205>

스리랑카인은 정에 약하고 섬세한 사람이 많다.

디네쉬는 4년 반 동안 싱크대 공장에서 일했다.
그 동안 고국에 두 번 다녀왔다.
3년 마치고 갔다 온 것은 여느 노동자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지난 연말 휴가를 다녀온 것은 순전히 아내 때문이다.

아내는 외로움을 많이 탄다.
아직 아기가 없어서 그런지 더 쓸쓸해 한다.
남편이 없으면 좌불안석이다.

▲ ⓒ한윤수

아내는 지금 시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문제는 고부 사이가 좋지 않다는데 있다. 자주 말다툼을 한다. 스트레스가 보통 심한 게 아니다. 그래서 매일 울며 국제전화를 해대는 것이다.

결혼 초기에 그녀는 이렇게 전화했다.
"나 한국 데려가요. 부부는 같이 살아야 하는 법 아니에요?"
남편의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데려올 수 있으면 진작 데려 왔지. 방법이 없다니까."

최근에는 이렇게 전화한다.
"데려가지 못할 거면 차라리 당신이 들어와요. 혼자는 못 살아."
디네쉬는 말문이 막히고 숨이 막히다가 드디어 귀국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 ⓒ한윤수

디네쉬가 나를 찾아왔다.
"돌아가야겠어요. 퇴직금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 좀 해주세요."
내가 물었다.
"돌아가면 뭐하려고?"
"아직 아무 생각이 없어요."
"걱정이네."
"내 마음 이미 한국 떠났어요. 일도 손에 안 잡혀요."
"가서 돈 못 벌어도 괜찮아?"
"안 괜찮지만, 할 수 없어요."
"힘들 텐데."
"힘들어도 (아내와) 같이 있어야겠어요."
"그러면 할 수 없지."
퇴직금이 얼마나 될지 대략 계산해주었다.

일주일 후 그는 스리랑카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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