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나 퇴직금을 못 받은 노동자가 돈을 받아달라고 노동부에 진정하면, 근로감독관이 노동자와 사업주 양쪽에 출석요구서를 보낸다.
그러면 *노동자와 사업주는 반드시 둘 다 출석해야 한다. 한쪽 말만 들어서는 진실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주가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 돈을 주지 않거나 시간을 끌기 위해서다.
어제 오후와 *오늘 오전 사이에,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S노동부에 3번 출석했다. 하지만 3번 다 사업주가 나오지 않아서 3번 다 하릴없이 돌아서야 했다. 백 프로 헛걸음을 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나? 3건을 차례로 보겠다.
11월 11일 15시 30분. 캄보디아 노동자 사리, 민행 사건
사업주가 안 나올지 몰라서 오전 중에 두 번 전화했다. 그러나 감독관이 출장 중인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확인을 못하고 출석했다.
역시 사업주가 나오지 않았다.
감독관이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왜 안 오세요?"
"*출석요구서를 못 받았는데요."
내주에 다시 출석하기로 하고 철수했다.
발안으로 돌아오는데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얼굴이 흙빛이다. 회사 일이 바빠서 겨우 빠져나왔는데, 내주에 다시 빠질 생각을 하니 아득하기 때문이다.
11월 11일 16시. 태국 노동자 라오싱 사건
미리 감독관에게 전화했다.
"사업주가 나올까요?"
감독관이 대답했다.
"나오겠죠. 출석요구서도 보내고 문자도 보냈으니까요."
더 이상 채근할 수 없어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사업주는 나오지 않았다.
이틀 후 다시 출석하기로 하고 철수했다.
11월 12일 오전 9시 반. 태국 노동자 솜퐁 사건
사업주가 나올지 몰라서 전날 미리 전화했다.
오후 6시에야 통화가 되었다.
"사업주가 나오겠죠?"
"글쎄요, 문자만 보내고 확인 못했는데요."
아침 9시, S노동부에 거의 도착하여 Y성당 모퉁이를 막 도는데 감독관한테서 전화가 왔다.
"안 와도 되요. 사업주에게 전화했더니 못 나온대요."
이럴 때 최고로 김이 빠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근로감독관들이 출석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거나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물론 감독관들이 바쁘고 지쳐있는지는 안다. 하지만 공익을 위하는 사람들이 한 걸음 더 뛰어야 하지 않겠는가?
S노동부의 감독관들은 양질인 편인데도 이러니, 다른 노동부는 어떻겠는가? 형편없는 감독관도 있다. 심지어 I노동부의 어느 감독관은
"출석요구서 보내면 다 한 거지,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한 적도 있다.
"확인해 보셔야죠."
하자 감독관이 기막힌 이야기를 했다.
"대체로 처음 출석해서는 해결이 안 됩니다."
감독관이 이렇게 생각한다면 보통일이 아니다. 처음 출석은 예고편이고 두 번째부터가 본영화란 말인가? 시간이 돈이라는 말도 모르는가?
만일 감독관 수가 태부족하여 격무에 시달리는 바람에 확인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면, 높은 분들께 부디 부탁한다. 감독관 수를 늘려 달라고!
*노동자와 사업주는 반드시 출석 : 근로감독관은 특별사법경찰관이므로 노동자와 사업주는 공권력에 협조하는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오늘 : 이 글은 11월 12일 목요일에 썼으므로 12일 현재.
*출석 요구서를 못 받았다 : 출석요구서를 등기로 보내지 않고 보통 우편으로 보내기 때문에 간혹 늦게 도착하기도 하고 수취인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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