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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아! 꽃처럼 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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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아! 꽃처럼 피어라!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52> 재희

사진가 고현주 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소년원 아이들이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청소년예술지원센터 '꿈꾸는 카메라'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몸짓은 '몸 말함' , 눈짓은 '눈 말함'이다.

눈 말함은 타인과 관계맺음을 위해서 영혼의 스킨쉽을 하는 행위이다. 눈짓은 몸짓보다 더 강렬하고 열절함이 담겨있는 침묵의 언어이다. 그래서 봄seeing은 아름다운 관계맺음의 씨앗이다.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이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것을 대부분 사람들은 잊고 지낸다. 여기 '바라봄'만으로 카메라를 잡는 순간만큼 행복했던 10명의 어여쁜 소녀들이 자신들이 1년 동안 찍은 사진들을 모아서 전시회를 연다.

해마다 소녀들과 전시한 지가 어느덧 5번째가 되었다. 거창한 목적이나 목표 따위는 없다. 처음에는 소녀들에게 '자존감 회복'이니 '희망'이니 하는 바램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당위성을 포장하느라 급급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소녀들을 만나 사진 작업을 한지 5년째, 난 또 다시 그네들을 통해 깨닫는다. 어설픈 구호나 목적 따위로 그네들을 변화시키겠다고 하는 게 얼마나 알량한 오만이었는지... 그저 카메라를 통해 나도 내 자신을 알아가게 되고, 소녀들도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어떠한 거창한 변화를 기대하지 않기로 마음을 내려놓은 순간 오히려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어린 마음이 열려옴을 경험했다.

사색하는 힘이 약한 아이들에게 난 바라보기를 할 수 있게 도와주었을 뿐이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오래, 천천히, 깊이 바라볼 수 있을 때만 자신의 상처를 솔직히 드러낼 수 있으며 드러내야 타인의 마음이 열려 함께 가기가 가능해진다. 아이들에게 '바라보기' '드러내기' 다가서기' '함께하기'는 내가 사진을 가르치는 단계이다. 한 단계가 끝날 때마다 아이들 사진이 달라진다. 사진의 본질은 잘 찍고, 못 찍고의 문제가 아니다. 카메라를 들고 렌즈를 통해 세상을 응시하는 순간 직관적으로 셔터를 누른다. 손가락 끝에 그 사람의 과거가 겹겹이 쌓여져있어 셔터를 누르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은 어쩌면 자신의 지나온 삶의 흔적을 누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사진은 쉽지 않은 거다.

▲ 아련함 시리즈 ⓒ재희

소녀들이 어느 시점부터 시리즈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해보라고 권유하지 않았다. 이번 학기에는 시리즈 작업이 유난히 많다. 할 말들이 많았으리라. 마음 속 응어리들을 풀고 싶었으리라. 그 이야기를 듣고 이번 전시는 시리즈를 가지고 어떻게 사진을 엮어낼 건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소녀들의 사진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그네들이 사진을 이야기 형식에 맞게 엮어주었을 뿐이다. 어쩌면 소녀들과 나와의 공동 작업인 셈이다. 이 보자기를 푼 순간 많은 아픔과 상처들이 펼쳐질 것이며 그 시간들을 통해 그들은 성장할 것이다. 타인을 위로하는 순간 내 자신도 위로가 된다. 그래서 상처는 서로 안아 줄 때 진정한 치유가 된다. 드러내놓고 서로가 서로의 가슴을 여는 순간 함께 갈 수 있는 거다. 재희가 찍은 '아련함'시리즈이다. 재희에게 '아련함'은 무엇일까?

소녀들의 삶에 대해 한 번쯤 가슴으로 읽어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소녀들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더 이상 방황하지 않으리라. 예쁜 소녀들아. 활짝 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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