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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앵글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 2]<49> 보라, 금이

누군가의 눈이 되어 그들의 시선으로 자연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 보는 것.
매우 중요하다.
타인의 입장이 되어 바라보게 되면 자신이 바라보던 것과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오늘은 친구들에게 제안을 했다.

'오늘 우리, 개미가 되어볼래?'
다들 갸우뚱거린다.

'무슨 말이예요?'

'응, 개미의 눈이 되어 찍어보기!'

'와! 재미있겠다!'

오늘 수업은 다들 엎드리고 심지어는 카메라를 최대한 땅바닥에 붙이고 찍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사물을 혹은 사람을 그렇게 바라보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들이 한 장 찍고 나에게 쪼르르 와서 보여주고, 또 한 장 찍고 오종종 모여와서 보여주고 수다스러운 수업시간이었다.

▲ 무당벌레 ⓒ보라

'샘! 이것 보세요! 완전 대박!'
'샘! 풀이 이렇게 보여요!'
'샘! 공이 이렇게 보여요!'
'샘! 아주 작은 곤충들의 움직임도 보여요!'

▲ 풀 ⓒ금이
개미의 눈이 되어 사물을 바라다보면 빨리 찍을 수가 없다. 찍고자 하는 대상에 다가가 최대한 엎드린 후에 렌즈를 통해 그들을 들여다보고 마음에 안 들면 자세를 조금 이동하면서 자신들이 맘에 들 때까지 천천히, 느리게 사물에 접근해야 찍기가 가능하다.
천천히, 느리게 봐야지만 보인다는 걸 온 몸으로 체화하게 되는 수업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재미있는 이미지들이 나왔다.

친구들에게 수업 끝나고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오늘 수업 시간에 뭘 깨우쳤니?'

'네, 샘! 오늘은 나의 눈이 아니라 개미의 눈이 되어 사물을 바라보니 그동안 안 보이던
것들을 볼 수 있었어요.'

'신기해요, 샘!'

미림이가 오늘 수업의 결론을 내렸다.

'샘!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바라보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사진을 통해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스스로 무언가를 배워가고, 스스로 깨닫는 과정.
교육은 선생님이 주체가 아니라 학생들이 주체가 될 때 가장 아름다운 학습이 된다.

이 가을이 곱게 익어가는 것처럼 친구들 가슴 속에도 가을이 자신들의 마음에 곱게 다가와 사진을 통해 무언가를 깨우칠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소년원 아이들이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청소년예술지원센터 '꿈꾸는 카메라'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 <이미지프레시안>에서 사진 크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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