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아이들을 이토록 거칠고 힘들게 만드는 것일까?
그들은 늘 불안해한다.
그들의 마음이 이리저리 헤맨다.
마음이 불안하니 눈동자도 흔들린다.
공부도 해야 되고, 알바해서 용돈도 벌어야 되고, 모범생이어야 되고, 어른들 말도 잘 들어야 되고...
어리광 피울 시간이 없다.
받아주는 부모도 없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귀 기울여 들어주는 어른이 없다.
그들은 외롭다.
그래서 또래 친구들에게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나눈다.
끼리끼리 만나므로 얘기해봐야 별 대책이 없다.
홧김에 호기심으로 술이나 담배를 하기 시작한다.
어둡고 으슥한데 모여 술과 담배를 피우고 오토바이를 타면서 그들은 잠시나마 억압에서 풀려나온다.
집에 가기가 싫다.
가봐야 술 먹고 엄마 패는 아빠, 술 먹고 아이들 때리는 엄마를 보는 게 괴롭다.
그들에겐 집이 지옥이다.
다행히 환경이 좋은 데 태어난 친구들은 참 행복한거다.
늘 주변에 좋은 어른들의 배려와 친절이 넘쳐난다.
자애로운 아빠, 우아한 엄마를 둔 그들은 정말 로또 맞은 인생이다.
또 한편에서는 좋지 않은 어른들의 횡포와 억압과, 폭력으로 매일매일 상처로 곪아가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이 받은 상처와 폭력과 억압은 고스란히 그들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새겨진다.
또 다른 상처와 폭력을 낳는다.
출발점이 다른 인생길이다.
어떻게 보면 대단히 불공평하다.
억울하기도 하겠지. 부모 탓도 하겠지. 세상을 갈아 엎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하겠지.
그들의 마음 속에는 분노와 원망이 가득하다.
한 번 폭발하면 용광로처럼 끓어오른다.
▲ '밝음과 환희'. 학교부적응 학생들에게 사진을 교육할 때 '나의 이미지'를 테마로 한 학생이 찍은 사진이다. ⓒ재형 |
그들의 마음을 다독여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주위에 좋은 어른들이 시와 음악과 그림과 사진으로 이 아이들에게.
분노가 끓어오르는 마음을 열정의 에너지로,
원망이 가득한 눈은 환희의 눈빛으로,
두려움이 솟는 음지의 마음을 당당한 양지의 기운으로 로 바뀌게 해 줄 수 있다면 그런 좋은 어른들의 마음 길을 따라 가다 보면 그들도 좋은 길로 가는 방법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좋은 어른들의 마음을 모아서 친구들에게 또 다른 길을 만들어주고 싶다.
그게 사진이든, 음악이든, 문학이든, 영화든지 간에 그들이 예술이란 그릇 안에 들어와 그들의 영혼이 서서히 아름다움으로 물들일 수 있다면 그들이 그 아득한 곳을 나와서 이 사회 공동체 안에서 자신이 더욱 당당하게 서는 법을 매울 수 있을텐데...
먹고사는 자격증을 따게 해 주는 것보다
영혼의 먹이를 주는 게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사진가 고현주 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그 아이들이 소년원에서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번 회는 학교 부적응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생의 사진을 싣습니다. 그는 청소년예술지원센터 '(사)꿈꾸는 카메라'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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