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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쓰고 찍은 "인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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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쓰고 찍은 "인생은…"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24> 구단비, 김예송, 윤희망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그 아이들이 소년원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시소(SEESAW)라는 지원센터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쓰기. 그리고 찍기

사진수업에 참여하는 친구들은 10명 정도이다.
한 사람 한 사람과 개별적으로 만나기는 많은 숫자이지만
그 친구들이 관찰한 대상에 대해
촬영한 사진에 대해 주고받으면서 수업할만한 인원수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 18명이 지원한 적이 있었다.
수업을 받고 싶어서 들어온 친구들인데 인원이 많다고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카메라였다.
촬영을 해야 하는데 카메라가 부족했다.
처음 시작하면서 니콘에서 똑딱이 카메라 10대를 협찬 받았는데
작업하다 보니 그중에 5대가 고장 나있는 상태였다.

난감했다. 까만 눈동자들의 기대어린 눈빛을 바라보며
고민하다가 팀별 수업을 하기로 했다.
네 팀으로 나눴다.
A4 용지를 나누어주고 각 팀끼리 주제를 정한 후
릴레이 글쓰기를 시켰다.
팀마다 작업 방법도 다르고, 작업 성과도 달랐다.
이어쓰기가 잘되는 팀도 있고,
전혀 손도 못 되는 팀도 있었다.
그런 팀들은 생각나는 단어를 적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글을 쓰기보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그들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한결 수월했다.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는 모습도 보였다.

이제 완성된 글을 가지고 문장에 맞게, 단어에 맞게 사진을 찍어본다.
스토리텔링에 이미지를 씌우는 과정이다.
글쓰기는 일단 사물에 대해 객관성을 담보로
자신의 관점을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하므로 세밀한 표현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또 사진 촬영은 시각적으로 보이는 그대로 찍기도 하지만
자신의 관점에 따라 매우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성향이 강한 작업이다.
이 둘의 장점을 잘 엮으면 매우 흥미로운 작업을 만들 수 있겠다는 계산이 있었다.

▲ 단비네 팀 아이들은 소년원 안에 있는 나무들을 찍어 '인생'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김예송

작업이 재미있게 진행된다.
글은 짧지만 구성이 잘 짜인 팀이 있고,
글은 헐겁지만 이미지를 잘 찾아낸 팀이 있다.
서로 의논하면서 열심히 찍는다.

친구들이 찍은 사진과 글을 보면서 순서를 정하고 편집을 한다.
음악을 입힌다.
한 작품, 한 작품이 완성된다.
짜릿하다.
내 작업도 아닌데 마음이 벅차오르고 설렌다.

구단비 팀은 <인생>을 제목으로 붙였다.

원내에 있는 눈에 보이는 나무는 다 찍었다.
어린 나무가 자라 잎이 풍서해지고, 단단한 나무가 되어간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마른 잎사귀에 쓰러져 있는 나무를 보여주고 있다.
이 친구들이 인생을 이미지로 만든 작업이다.
사진으로 만들어본 또 다른 인생.
그들은 사진을 통해 정말 인생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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