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2박3일. 친구들과의 특별한 사진여행기 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2박3일. 친구들과의 특별한 사진여행기 1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21> 김햇님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그 아이들이 소년원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시소(SEESAW)라는 지원센터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친구들과 함께 했던 2박3일의 아주 특별했던 사진여행.
여행 중에 그들이 나에게 선물해준 감동으로 일주일을 살고 있다.
감동이란 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인생에서 감동의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은
나 정도의 시간을 살아보면 누구든지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알면서도 잘 할 수 없는 일.
감동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 일이다.

내가 여행 중에 친구들에게 주었던 미션.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포토에세이를 만들 것.
큰 주제는 '자연과 하나 된 나'
작은 주제는 친구들에게 정하라고 했다.
예를 들면 자연 안에서 '용서하는 나' '화해하는 나' '사랑하는 나' .....
놀라운 것은 친구들이 2박3일 동안 한 순간도 사진기를 놓지 않고
열심히 찍고 또 찍었다는 것.
갇힌 공간에서만 찍다가 넓은 자연의 품 안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혁명이였다.

친구들이 찍은 사진을 보며 순간, 순간의 감정을 예민한 촉수를 세우고 더듬으려 한다.

제주에 도착한 그들의 마음은 이미 쏟아져 내려서
찬란한 봄날,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벛꽃 잎들이 낙화하는 아름다움을 닮아있었다.
2박3일간 친구들은 놀라운 시각을 보여주었다.
공간의 확장이 그들에게는 시각의 확장으로 시각의 확장은 그들에게 생각의 확장으로
무한대로 뻗어나감을 보았다.

▲ ⓒ김햇님

드넓은 초원을 보니 같이 동행했던 작가들이 갑자기 펄썩 누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진기를 들고 있는 풍경을 햇님이는 놓치지 않고
놀라운 시각으로 보여 주었다.
그들의 사진은 거칠면 거친 대로, 미끈하면 미끈한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어느 사진 한 장 버릴 것이 없었다.

▲ ⓒ김햇님

4년 동안 친구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아무 거리낌 없이
쏟아내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아마 자연 안에서 그들은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들을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스스로 풀어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발랄하고 선명하고 유쾌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10대.
그 뒷면에 그들이 겪었던, 혹은 겪고 있는 마음속 고통은 그 누구도 함부로
말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슬픔이나 기쁨이라는 감정은 시간 속에 자연스럽게 풍화되어버리는 감정들이지만
깊게 베인 고통이나 상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결코 풍화되어지지 않는다.
이번 여행이 음지 속에 묻어두었던 그들의 상처나 고통들을 양지로 끌어내서 발효를 잘
시켜 그들의 삶에 있어 오히려 푸르게, 푸르게 빛났으면 좋겠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