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택 |
줄줄이 매달려 있는 목장갑들이 비정규직들의 위태로운 목숨 같습니다. 지난 3차 희망버스 때 깜깜한 밤하늘로 날려 보낸 풍등이 떠오릅니다. 비정규직·정규직 할 것 없이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보장되기를,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받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모든 이들의 간절함이 천심에 가닿기를 빌어보았습니다.
그러나 순간 가슴이 철렁합니다. 풍등들이 날아가다 붙잡힌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줄에 매달린 목장갑들과 풍등이 겹쳐 보입니다. 갈수록 피폐해지는 노동자들의 참혹한 일상처럼 자꾸만 목이 아파옵니다. 저 붉은 손들이 손을 맞잡고 필사적으로 저항을 한들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현실은 달라질 것 같지 않아 쓸쓸해집니다.
ⓒ김홍지 |
아무도 없는 새벽 푸른빛 피어오를 때 거대한 영도조선소 바닥에 앉아도 보고 누워도 보았습니다. 바닥에 귀를 대며 지난 수십 년 시간들을 지켜본 조선소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내게 되묻습니다. 너는 여기 왜 왔느냐고, 너는 앞으로 무엇을 할 거냐고 말입니다.
이제 난 대답을 해야 하는데 선뜻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목숨을 건 사랑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진정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차별 없는 세상을 꿈꿀 수 있고, 또 사랑 없이는 삶을 억압하는 고독하고 힘겨운 싸움을 견뎌낼 수 없을 거라고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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