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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합조단, 2달동안 엉뚱한 곳 삽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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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합조단, 2달동안 엉뚱한 곳 삽질했다

[현장] 캠프 캐럴 찾은 스티브 하우스씨 현장 증언

33년 만에 캠프 캐럴을 찾은 스티브 하우스씨는 고엽제 매립 위치가 한미합동조사단이 조사한 구역과 다른 헬기장 남쪽 경사면 일대라고 증언했다.

27일 오후 2시 50분 경, 주한미군이 기지 내에 고엽제를 불법 매립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린 스티브 하우스씨가 경북 칠곡 왜관의 캠프 캐럴 미군 기지를 방문했다. 이곳은 그가 1978년 2월부터 1년 동안 공병대 중장비 운전수로 근무하던 곳으로 그는 당시 기지 내 고엽제 매립 작업에 동원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자신이 찍은 사진과 현장을 비교하며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되살렸다. 그에 따르면 매립지는 헬기장 남쪽 경사면과 그 아래 아스팔트로 포장된 구역이다. 한미합동조사단이 2개월여 동안 조사한 곳과는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는 곳이다.

하우스씨는 "당시는 지금보다 경사면이 완만했고 미군은 땅을 파고 드럼통을 굴려서 묻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굴리는 과정에서 통끼리 부딪쳐 액체가 흘러나왔고 그 통에는 분명히 고엽제(Agent Orange)라고 써 있었다고 증언했다. 첫 번째 매몰 때 250통을 묻었고 그 뒤로 여러 차례 매립이 이뤄졌는데 모두 얼마나 묻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캠프 캐럴 기지 내에서 고엽제 매립 위치를 설명하는 스티브 하우스씨 ⓒ프레시안(최형락)
▲ 하우스씨는 버스 아래쪽의 경사면과 그 아래 아스팔트로 덮인 곳이 매립지라고 지목했다. 한미합동조사단이 조사한 곳은 사진 맨 왼쪽에 보이는 자동차의 왼쪽 일대다. ⓒ프레시안(최형락)

미국에서 처음 주한미군의 기지 내 고엽제 매립 사실을 알린 그는 이후 3명의 미군 장교를 만났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그를 찾아온 장교들은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물었고 하우스씨는 자신이 직접 작업한 한 곳과 의심스럽게 여기던 2곳을 알려주었다고 말했다.

당시 그가 알려준 의심구역 2곳 중 한 곳이 한미합동조사단이 그동안 조사해 온 헬기장 서쪽 구역이다. 현장 방문을 마치고 기지 내에서 진행된 주한미군의 브리핑 자리에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시 하우스씨가 직접 묻었다고 증언한 곳을 왜 조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미군 측은 그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은 밝혔다. 김선동 의원은 또 당시 하우스씨가 만난 장교 중 한 명을 데려오라고 요구했지만 미군이 응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 주민 감담회에서 주민들의 얘기들 듣고 있는 하우스씨와 스튜어트씨. ⓒ프레시안(최형락)

현장조사가 끝나고 주한미군의 브리핑을 들은 하우스씨 일행은 예정보다 1시간 30분 늦은 오후 5시 30분 경에야 칠곡군청에서 주민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하우스씨는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아는 것을 다 말했다. 한국에 온 것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다.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다. 고엽제 매립 작업에 동원된 것에 대해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동행한 주한미군 예비역 대위 필 스튜어트씨도 "캠프 캐럴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하고 "당시에는 그렇게 위험한 물질인 줄 몰랐고 알았다면 부하에게 그것을 살포하도록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근무하던 부대에 방문한 어제, 예전에 미군들이 했던 일들을 기억하는 70대의 노인을 만났다"고 말하고 "그녀가 18살 된 아들을 읽었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고엽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며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 주민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는 스티브 하우스씨. 그는 미안함을 전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칠곡 고엽제 민간대책위 이만호 위원장은 주민간담회에서 "주민 설문 결과 50명 중 4명이 백혈병을 앓고 있고 이 중 2명은 19세 미만이며, 자폐아도 1명이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다음 주가 되면 지하수 오염 여부도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주민들은 지금도 지하수를 먹고 있어 조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베트남전 참전 고엽제 피해자인 김영구(60)씨는 "(하우스씨가) 미 정부와 싸우는 중이라고 알고 있는데 진실을 규명해서 꼭 고엽제 판정을 받기 바란다"고 말하고, "파주십시오. 확인해 주십시오. 왜 못하십니까? 대한민국이 그렇게 약합니까?"라며 국회의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이어 "어린 자식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땅은 만들어주고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라며 주민들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장세호 칠곡군수는 이 자리에서 정부관계자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현장에 내려와 보지 않는 것에 대해 지적하고 "한나라당(의원들은)은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따지기도 했다. 그는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국정조사를 해 달라고 요청했고, 정동영 의원도 그 자리에서 국정조사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이날 하우스씨와 동행한 김선동 의원은 "조사단이 조사한 지역과 다른 곳이 매립됐다는 확실한 증언이 나온 이상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물자의 반입과 반출을 기록한 문서와 79년부터 80년 사이 드럼통을 파서 옮겼다는 기록이 있다면 어디로 옮겼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의원단의 입장을 밝혔다.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하우스씨 일행은 예정보다 1시간 늦은 2시 20분 경 왜관역에 도착했다. 하우스씨는 몸 상태가 안좋았지만 점심도 거른 채 기지 방문과 주민 감담회의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 33년만에 칠곡 왜관을 찾은 스티브 하우스씨가 왜관역 앞에 서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하우스씨는 칠곡군청에서 주한미군 캐럴 캠프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부대를 방문했다. 가운데는 장세호 칠곡군수 ⓒ프레시안(최형락)
▲ 경북 칠곡 왜관에 위치한 주한미군 기자 캠프 캐럴. ⓒ프레시안(최형락)
▲ 캠프 캐럴 기지 앞에는 주민과 시민사회 단체들이 붙여 놓은 진상규명 촉구 현수막이 길을 따라 끝도 없이 붙어 있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굳은 표정으로 주민간담회를 지켜보는 주민들. 오랫동안 먹어 온 지하수 오염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극에 달해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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