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그 아이들이 소년원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찍어낸 사진을 고현주씨가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시소(SEESAW)라는 지원센터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구초롱 |
학기가 시작할 때면 언제나 친구들이 좋아할만한
일기장을 사러 문구점에 들린다.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며 일기장을 고르는 시간은
설레고 그만큼 행복하다.
그들과 연관된 모든 일은 마음을 다해서 진심으로 하려 노력한다.
내가 진심으로 마음을 주어야, 친구들이 마음을 내 주기 때문이다.
그들의 마음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상대방의 마음과 눈빛을 너무나 잘 읽는다.
읽고, 탐색한 후에야 조금씩 삐걱거리면서 연다.
그들을 통해 세상 이치를 깨닫는다.
사진일기는 내가 수업을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친구들이 수업 때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다음 수업에 나누어준다.
그들의 감성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사진을 고르는 일은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늘 흥미롭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눈으로 보고 만지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들은 사진일기를 마음으로 꾹꾹 눌러서 정말 열심히 쓴다.
사진일기를 보면 마음이 짠해질 때가 참 많다.
그들의 마음이 진심으로 내 마음에 전해오기 때문이다.
친구들의 사진일기이다.
ⓒ구초롱 |
"세상의 공통점이 있다면 사람은 누구나 불행을 바라기보다 행복을 바란다는 것,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다는 것, 누구나 사랑받기를 원한다는 것....."
이 글을 읽었을 때 난 가슴이 먹먹해 왔다.
열일곱살 여리고 여린 소녀가 사랑에 목말라하는 갈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일은 어쩌면 상처받은 너와 나에게 있어 가장 좋은 치유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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