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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화성갑 보선 출마 고사…불출마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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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화성갑 보선 출마 고사…불출마 이유는?

민주, 孫 불출마에 당혹…'빅 매치' 끝내 무산되나

손학규 민주당 상임 고문이 내달 30일 열릴 경기도 화성 갑 보궐 선거 출마 요청을 거부하면서 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친박계 거물로 꼽히는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를 이 지역 후보로 선정하면서 '손학규 차출론'이 힘을 받고 있지만, 김한길 대표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손 고문이 거듭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

이에 따라 민주당은 7일 오전 손 고문의 출마를 염두에 두고 미뤄왔던 재·보궐 선거 공천심사위원회를 열고 경기 화성 갑, 경북 포항 남·울릉 지역 후보를 최종적으로 결정한 예정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달 27일 공천 심사를 마무리했으나 손 고문의 전략 공천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공천자 선정을 유보한 상태다.

▲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프레시안(최형락)

손학규 고문은 지난 4일 저녁 김한길 대표를 경기 분당의 한 식당에서 만나 출마 요청을 받았으나 이를 고사한 데 이어, 5일엔 다시 측근을 통해 화성 갑 보궐 선거에 출마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혔다.

그는 김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당이 필요로 할 때 몸을 사리지 않았지만 과연 지금이 그 때인지는 의문이 많다"며 "대선 패배에 일말의 책임이 있는데 내가 나가면 유권자가 곱게 볼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대표는 다음 날인 5일에도 손 고문과 가까운 최원식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특사'로 보내 회동을 재차 제안했으나, 손 고문은 "출마 문제에 대한 내 입장은 확고하니 그런 수고를 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거부했다고 손 고문의 비서실장인 김영철 동아시아미래재단 대표 이사가 전했다.

이에 따라 손 고문 전략 공천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던 화성 갑 공천에 제동이 걸리면서 '손학규 차출론'이 무산될 상황이다. 그간 당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으면 손 고문도 출마하겠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던터라 당 지도부의 당혹감도 커지고 있다.

"당 필요할 때 몸 사리지 않았다"던 孫, 불출마 이유는?

"당이 필요로 할 때 몸을 사리지 않았다"던 손학규 고문의 이런 불출마 의지는 일단 차기 대선 주자로서 자신의 정치 구상을 그리는데 이번 보궐 선거 출마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8개월의 독일 연수를 바탕으로 귀국 후 차기 대선을 내다보며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손 고문 입장에선 서청원 전 대표와의 1대1 빅 매치로 흘러가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는 것.

손 고문의 측근으로 꼽히는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재·보선이 7~10곳 정도 됐으면 중요한 의미를 가진 관심있는 선거가 됐을 텐데 (지역이) 두 곳 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 전부 새누리당 텃밭이라 의미가 굉장히 축소됐다"며 "당이 손 고문까지 차출해야 할 만큼 그렇게 급박하고 위태로운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주요 재·보선이 있을 때마다 '구원 등판론'이 나오는 것 역시 대선 후보급의 '체급'을 고려할 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신 의원은 "차기 대선 후보급의 비중이 있는 정치인인데 보선이 있을 때마다 자꾸 출마하라고 하면 되겠느냐"며 "지금보다 더 중요하고 꼭 선택되고 필요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 때 범야권을 이끌고 가는 위치에 나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손 고문 측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재·보선 출마가 야권 거물급 정치인으로서의 '급'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재·보선을 통한 등판은 시기적으로도 너무 이르다. 손 고문이 야권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선 민주당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야권 재편 경쟁에서 '변수'로 역할해야 하는데, 빨라야 내년 지방 선거 이후에나 가시화 될 야권 재편 경쟁을 고려할 때 이번 재·보선에 섣불리 뛰어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손 고문은 귀국 일성으로 독일의 연립 정부를 거론하며 '통합의 정치', '연립 정치'를 강조했다. 당내 '비주류'로서 겪은 두 번의 대선 경선 패배라는 경험을 통해 나온 구상이란 평이다.

이런 구상은 안철수 의원의 공격적 세 확장으로 민주당과의 '야권 쟁탈전'이 본격화될 때 가동될 수밖에 없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재·보선 출마는 손 고문의 '연립 정치' 구상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론 '대선 패배 책임론'을 들었다. "대선 패배에 일말의 책임이 있는데 내가 나가면 유권자가 곱게 보겠느냐"는 손 고문 자신의 언급처럼, 지난해 대선 경선에 나선 유력 정치인으로서 대선이 끝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그것도 대선 직후 떠난 독일 연수에서 돌아오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출마하는 게 '명분' 면에서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당내 최대 계파 그룹인 친노(親盧·친노무현) 세력과 관계가 껄끄러운 편인 손 고문 입장에선 대선을 4년 넘게 남겨두고 등원해 친노의 견제를 받으며 당내 역학 구도에 조기에 휘말리는 것 역시 달갑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선거에서 이긴다면 친노의 견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패배하면 그 정치적 내상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손학규 vs 서청원 '빅 매치' 무산되나…김한길 '삼고초려' 통할까?

하지만 김한길 대표는 손 고문의 출마를 위해 계속 설득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당초 6일 오후로 예정됐던 공천심사위원회가 7일 오전으로 한 차례 연기된 것 역시 이런 '삼고초려'를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기춘 사무총장도 "손 고문이 출마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밝힐 경우 후보자 선정 작업은 다소 지연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손 고문이 불출마를 끝까지 고수할 경우, 이번 화성 갑 보선에서 청와대의 '내리꽂기 공천'을 문제 삼으며 서청원 대표와의 '빅 매치'를 통해 박근혜 정부 심판론을 제기하려던 당의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손 고문은 6일 저녁 측근 의원들이 마련한 환영 만찬에서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힐 것으로 보여, 재보선 공천 심사를 앞두고 '막판 출마'라는 극적 반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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