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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사초 폐기" vs 野 "대화록 존재 확인"…180도 다른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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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사초 폐기" vs 野 "대화록 존재 확인"…180도 다른 해석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 다시 정국 '핵'으로

검찰이 2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았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정기국회 정상화로 한 때 해빙 무드였던 정국이 다시 얼어붙을 조짐이다. 새누리당은 '대국민 사기극'이란 표현까지 쓰며 민주당과 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에 맹공을 퍼부은 반면, 민주당은 기초연금 공약 파기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등으로 수세에 몰린 박근혜 정부의 또 다른 '국면 전환용' 수사라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기초연금 공약 후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파문,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 등으로 야권의 공세에 시달렸던 새누리당은 이날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민주당에 반격을 가했다. 검찰 발표 직후 당 대변인과 원내대변인 등이 다섯 차례에 걸처 브리핑을 가진데 이어, 대화록 열람위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총공세를 퍼부었다.

▲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고, 대화록 최종본이 별도의 '봉하 이지원' 시스템에서 발견됐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2일 발표되자 정국이 다시 얼어 붙고 있다. 여야는 이날 검찰 수사 발표에 대해 180도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공방전을 벌였다. ⓒ연합뉴스

이들은 이번 검찰 수사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 '굴욕적 회담'이었다는 게 드러났다고 참여정부를 맹비난하면서 일제히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회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자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었던 문 의원이 국가정보원의 대화록 무단 공개로 정국이 얼어붙었던 지난 7월, 대화록 전문 공개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황진하, 심윤조, 김진태, 조명철 의원 등 새누리당 대화록 열람위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굴욕적 회담 결과가 역사 자료로 보관되는 것이 두려워 (대화록을) 남기지 않은 것이 아니냐"면서 "역사적으로 지탄을 받는 것이 두려워서 삭제한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국가기록원에 분명히 이관됐다고 주장하면서 대화록 공개를 요구했고, 열람 결과 NLL 포기 발언이 나오면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했다"며 "모든 것이 대국민 사기극이 아니었느냐"고 문 의원을 정조준했다.

이어 "사초(史草) 인멸과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인사는 모두 역사적, 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에둘러 문 의원의 정계 은퇴를 압박하기도 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도 "정치 생명을 걸겠다며 사초 폐기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사실을 호도한 문 의원은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정치적, 도의적,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연산군도 하지 않은 사초 폐기의 만행을 저지른 것은 용서하지 못할 국기문란 행위"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도 이런 비판에 가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초 실종은 국기문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있을 수 없는 일로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검찰이) 조사하고 있으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민주 "대화록 존재 확인…검찰 수사 국면 전환용"

반면 민주당은 검찰 발표가 수세에 몰린 박근혜 정부의 '국면 전환용'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수사 결과 대화록 최종본이 봉하 이지원(e知園) 시스템에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초가 폐기되지 않았다"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놨다.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공식 이관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기록원에 보관 중인 봉하 이지원 시스템에 대화록 최종본이 존재하는 만큼 폐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당시 정상회담 대화록 작성 및 보관에 참여한 참여정부 주요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갑작스레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최근 잇따른 국정 난맥상에 대한 국면 전환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사 결과로 분명해진 것은 정상회담 대화록이 현재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돼 있는 봉하 이지원 시스템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라며 "더 이상 '사초 폐기'를 운운하는 것은 사실과 전혀 동떨어진 정치적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대화록 사건의 본질은 바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의 대선 캠프 핵심 인사들에 의해 대화록이 불법 유출,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여론 호도용으로 사용됐다는 것이며, 국정원이 치밀한 계획에 따라 대화록을 불법 공개해 정치에 개입했다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재단 역시 봉하 이지원 시스템에 대화록 최종본이 남아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초 폐기' 주장에 적극 반박했다.

노무현재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검찰 발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정상회담 대화록을 발견했다는 것으로, 정상회담 대화록이 당시 청와대 이지원과 국정원에 모두 남겨졌음이 확인됐다"며 "이번 검찰 발표를 통해 대화록은 명백히 존재한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단은 "검찰 발표에 따르면 초안 상태에서 삭제된 것을 발견해 복구하고 수정된 최종본도 함께 발견됐다고 한다"며 "최종본이 만들어지면 초안은 삭제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의혹의 대상인 것으로 발표하고 일부에서 대단한 의혹이 있는 것으로 몰아가는 정략적인 행태는 유감"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화록이 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이지원에 남아있는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는 왜 존재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지금부터 확인하고 규명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같은 검찰 발표를 두고 새누리당은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 공식 이관되지 않은 점을 부각시키며 "사초 폐기"라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과 노무현재단은 이지원에 대화록 최종본이 남아있다는 점을 들며 이런 주장을 반박하고 있는 셈이다.

대화록 최종본이 발견된 '봉하 이지원'은 청와대 이지원 시스템을 그대로 복사한 것으로, 2008년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자서전 집필 등의 이유로 봉하마을 사저로 가져갔다가 기록물관리법 위반 논란이 일자 국가기록원에 반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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