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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4명 중 1명, 결혼 안 하거나 못 하거나…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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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20대 4명 중 1명, 결혼 안 하거나 못 하거나…대안은?

[정책쟁점 일문일답] <50> 청년층 미혼율과 양극화

1.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우울한 보고서를 하나 내놓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결혼 거부 혹은 결혼 포기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지금의 20세 남녀 5명 중 1명이 평생 미혼으로 남을 것이라는 보고서인데요. 보고서 내용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 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혼인 동향 분석과 정책 과제'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는데요. 이들은 지금과 같은 미혼율이 계속 이어진다면 지금의 20세 남자 중 23.8%가 45세가 될 때까지 미혼 상태로 남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20세 여자 중 18.9%도 45세에 이르도록 결혼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인구학자들은 45세가 되기까지 결혼을 하지 않으면 사실상 '평생 미혼' 인구로 분류합니다.

2. 초혼 연령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요?
⇨ 우리나라 남성의 초혼 연령은 15년 전에는 28.8세였으나 지난해에는 32.1세로 높아졌습니다. 3.3세나 높아진 겁니다. 같은 기간 여성의 초혼 연령도 26세에서 29.4세로 3.4세 높아졌습니다.

3. 과거에 비해 청년층 미혼율이 어느 정도로 높아졌나요?
⇨ 통계청의 인구 총조사 자료를 분석해 보면 10년 전과 비교해 보아도 청년층 미혼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00년과 2010년 자료를 비교해 보면 30대 초반 미혼율은 19%에서 39.8%로 2배 이상으로 높아졌고, 30대 후반 미혼율도 7.2%에서 19.7%로 2.7배가 됐습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지금의 20대가 40대가 되는 20년 후에는 45세 인구의 1/5 혹은 1/4이 미혼 상태에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1/5로 추정했으나, 저는 1/4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4. 이렇게 청년층 미혼율이 높아지는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 보건사회연구원은 그 원인에 대해 정밀한 분석을 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첫째,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소득의 양극화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과 2010년 사이 10년간 소득 5분위배율(소득 최상위 20% 계층과 최하위 20% 계층 사이의 배율)은 4.05배에서 4.82배로 나빠졌습니다. 그나마 이 배율도 노무현 정부가 일정 정도 복지 지출을 늘려놓아 더 심각한 양극화를 막은 결과입니다. 노무현 정부의 복지 정책이 없었다면 소득배율은 6배로 더 나빠졌을 겁니다.

ⓒ홍헌호

ⓒ홍헌호


5. 1990년대에는 소득 양극화가 심하지 않았는데 2000년대 들어 심해진 원인이 무엇입니까?
⇨ 상대적으로 1990년대에는 소득 양극화가 심하지 않았는데요. 거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었습니다. 첫째, 1987년을 전후한 민주화 운동과 노동자들의 임금 현실화 운동이 1990년대 소득 양극화 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아파트 대중화 시대가 열리고 자가용 자동차 대중화 시대가 열린 것이 이 시기인데요. 1987년을 전후한 임금 현실화 운동이 소득 양극화를 완화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들 수 있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지만 1990년대에는 가계 소득이 2배 오를 때 서울 아파트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을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어 있었습니다. 셋째는 거품 경제의 영향입니다. 1990년대 김영삼 정부는 레이거노믹스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아 규제 완화를 지상과제로 여겼는데요. 이것이 종국에는 외환위기를 불러들였지만 어쨌든 외환위기 직전 경제가 흥청망청할 때 소득 양극화는 잠복 상태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6. 결국 1997년 외환위기가 터졌고 소득 양극화는 극도로 심해졌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소득 양극화 심화 원인에 대해서도 짚어 주시죠.
⇨ 첫 번째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잘못된 처방이 양극화에 큰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시 IMF는 살인적인 고금리 정책을 추진했는데요. 그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살인적인 고금리를 통해 해외 달러를 유인하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시일 내에 끝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정책은 당시 미국의 석학들로부터도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요. 하버드대의 제프리 삭스 교수와 콜롬비아대의 조지프 스티글리프 교수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이들은 IMF가 잘못된 처방으로 한국 경제의 생살을 도려내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을 했는데요. 결국 IMF는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에게 우리나라의 멀쩡한 우량 기업들까지 도산시킴으로써 한국 경제의 허리를 붕괴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나중에 IMF도 스스로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7. 외환위기 이후 소득 양극화가 심화된 또 다른 원인은 무엇입니까?
⇨ 두 번째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원인인데요. 그것은 중국과 교역 확대입니다. 중국과 교역 확대는 수출 대기업엔 큰 기회입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대기업들의 수출 상품을 사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양국의 교역 규모가 커지면 수출 규모만 커지는 것이 아닙니다. 수입 규모도 커집니다. 유감스럽게도 중국의 저가 수입품은 영세 중소기업의 줄도산을 낳았고, 저가 중간재 수입품들은 중견 중소기업들에 치명타를 안겼습니다.

8. 소득 양극화가 심화된 원인으로 기술 진보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기술 진보, 그리고 이에 따른 자본 장비율 상승, 또 이에 따른 고용 없는 성장이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기술 진보는 그 많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일자리 양극화는 고소득층 일자리와 저소득층 일자리만 창출되고 중간층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이런 현상은 선진국에서 일반적으로 목격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심화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일자리 양극화는 소득 양극화에 비해서도 더 절망적인 양극화인데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기술 진보가 최정예 근로자만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9. 지금까지 청년층 미혼율이 높아지는 원인으로 소득 양극화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다른 원인은 없나요?
⇨ 청년층 미혼율이 높아지는 원인 중 비중이 두 번째로 큰 것은 앞에서 말한 일자리 양극화입니다. 과거에도 대졸자들이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어렵진 않았습니다. 또 과거에는 지금처럼 대기업 종사자와 중소기업 종사자 사이에 대우 격차가 크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 과거에는 지금처럼 사회 이동(사회적 신분 이동)이 어렵지도 않았습니다. 대기업 종사자와 중소기업 종사자 사이의 대우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사회, 갈수록 사회 이동이 어려워지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청년층들이 깊은 절망에 빠지는 것은 유감스럽지만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10. 바람직한 사회란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풍요롭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희망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부모 세대는 자녀들 뒷바라지하느라 노후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달랑 남아 있는 것이 집 한 채인데 그것으로 노후 대비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자녀 세대는 더 절망적입니다. 그들에게는 부모가 마련했던 집 한 채를 마련할 희망도 없습니다. 집 한 채도 마련할 희망이 없는 세대, 이들 세대 중 상당수가 결혼과 자녀 출산·양육을 거부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입니다.

11.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대안은 없나요?
⇨ 유일한 희망, 유일한 대안이 하나 있기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희망은 우리 국민들이 동물의 영역에서 신의 영역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야 가능한 대안입니다.

12. 그 대안이 무엇입니까?
⇨ 우리 국민들이 미국·일본식의 사회 체제에서 벗어나 북유럽 체제로 나아가겠다는 사회적 합의를 하면 희망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회적 합의가 결코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의 영역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야 가능하다고 말한 겁니다. 10년 전 세계은행은 가장 바람직한 사회 체제로 북유럽 국가들을 지목했습니다. 세계은행의 평가를 거꾸로 해석하면 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 가장 북유럽 체제와 동떨어져 있는 미국, 일본, 한국 체제가 이들 중에서는 가장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3. OECD 회원국 중에서 북유럽 국가들 체제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근거가 있나요?
⇨ 근거는 충분히 많습니다. 미국, 일본의 경제 수준, 즉 1인당 GDP 수준은 북유럽 국가들과 유사합니다. 그럼 경제 수준이 유사한 이들 체제들 중 어느 것이 더 우수한지 따져보아야 합니다. 먼저 북유럽 국가들을 보면 지난 수십 년간 성장과 복지, 그리고 인간다운 삶에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미국과 일본은 성장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복지와 인간다운 삶에서는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이것이 북유럽 체제가 더 바람직하다는 근거입니다.

14. 우리 사회가 북유럽 체제로 접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계층 간의 불신을 제거하고 함께 북유럽 체제로 나아갈 방안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첫째, 북유럽과 우리나라의 각 계층별 소득(재산 가치 환산액 포함) 대비 조세 부담액(사회보험료 등 포함)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북유럽과 우리나라의 각 계층별 소득 대비 복지 수혜액(공교육비 수혜액 등 포함)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도 명확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북유럽과 우리나라의 각 지표들이 접근하도록 각종 조세 정책과 복지 정책 등을 적절하게 배합해야 합니다.

15. 그런데 우리나라의 각종 조세 정책과 복지 정책들은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고 있지 않나요?
⇨ 우리나라의 정책들 대다수는 주먹구구식으로 힘겨루기 결과에 따라 추진되고 있습니다. 명분과 논리와 근거에 기반을 둔 정책이 아니라 힘겨루기 결과에 따라 추진되는 정책이 대다수입니다. 이런 정책들은 애초부터 상호 간 신뢰가 아니라 불신을 기반으로 한 정책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와 무관하고, 따라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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