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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한국…어떻게 빈곤과 싸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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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한국…어떻게 빈곤과 싸울 것인가?

[김윤태 칼럼]<16>"사회적 약자를 위한 긍정적 차별 필요"

영국의 아담 스미스는 <도덕감정론>(1759)에서 "자비심이 없어도 사회가 존속할 수 있지만, 정의가 없으면 사회는 붕괴한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한 후 빈곤과 불평등이 증가하면서 사회정의가 뜨거운 주제로 부각되었다. 지난 15년 동안 한국의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은 급속하게 증가했다.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 멕시코와 함께 한국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기술의 변화, 서비스 경제의 성장, 유연노동의 증가로 인해 '경제의 이중화(dualization)'가 이루어지면서 경제적 불평등이 빠르게 증가했다. 서비스경제의 일자리에서 시간제, 기간제 노동자가 증가하면서 고용의 안정감이 사라지고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말한 대로 "대한민국 국민의 꿈은 정규직 전환"이 되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제 빈곤층의 절반 수준은 실업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노동시장에 참여해도 빈곤층에 머무르는 '근로빈곤(워킹푸어)'이 급증하고 있다. 이제 노동시장에서 '새로운 빈곤'이 등장하여 정규직으로 보호받는 '내부자'와 비정규직으로 배제된 '외부자'의 분열이 발생하였다. 경제와 사회가 분열되면서 대한민국은 '두 개의 한국'으로 쪼개지고 있다.

ⓒ연합뉴스

왜 다시 국가인가?

빠르게 증가하는 빈곤과 싸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빈곤의 해결을 위해서는 개인의 자립심, 기업의 고용 창출과 사회적 책임 등 모든 요소가 필요하다. 그러나 빈곤 위험을 예방하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제도를 만들고 구체적 정책을 추진하는 주체는 바로 국가이다. 빈곤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이나 나태한 개인들이 초래한 불운이 아니다. 빈곤은 바로 우리가 만든 사회제도의 결과이다. 그래서 사회의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복지예산을 지출하는 한국 정부는 빈곤층으로 추락할 수 있는 사회적 약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

빈곤 위험의 방치는 사회 갈등의 비용을 증가시킨다. 2009년 쌍용자동차의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나면서 벌어진 파업 현장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수많은 가족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이 참혹한 과정에서 무려 23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거나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이들의 고통은 그저 개인의 불행이 아니다. 또한 무자비한 기업과 경찰의 책임만도 아니다. 기실 우리 모두를 포함한 국민이 함께 느껴야 할 공동의 책임이다. 우리가 좋은 국가를 만들었다면 그들의 불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국가가 만든 복지제도는 산업평화와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다.

보편적, 예방적 복지의 중요성

정부가 효과적으로 빈곤에 맞서 싸우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빈곤과 효과적으로 싸우기 위해서는 빈곤을 사전에 예방하는 복지정책이 중요하다. 구직 청년에게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실업자의 재취업을 돕는 것이 예방적 복지정책이다. 중소기업의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들도 빈곤 위험을 빠지지 않도록 정부가 고용보험과 구직지원을 제공하는 것도 예방적 복지정책이다. 이에 비해 사후적 복지정책은 빈곤이 발생한 이후에 빈곤으로 고통 받는 사람을 선별하여 현금으로 지원하는 복지정책이다. 한국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공공부조가 대표적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예방적 복지정책은 보편적인 특징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에 비해 사후적 복지정책은 선별적 특징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발전한 복지국가에서 보편적 복지정책을 확대하는 이유는 예방적 성격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 가능한 한 최대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 보편적 복지의 목표는 아니다. 가장 효과적인 보편적 복지는 예방적 복지이다. 누구나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도 보편적이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이나 노약자나 모두 언젠가 질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예방주사를 맞는 것은 같은 이유이다. 하지만 질병에 걸린 사람만 골라 치료하는 것이 선별적 복지이다. 당연하게도 예방적 복지정책을 잘 갖춘 복지국가에서 빈곤층이 적으며, 경제적 성과도 더 좋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긍정적 차별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 리처드 티트머스는 복지제도는 보편주의의 원칙에 따라 설계하되, 사회적 약자를 위해 선별적 지원을 추가하는 '긍정적 차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가는 실업, 질병, 노령으로 인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것을 예방하는 동시에 이미 빈곤층이 된 사람들이 일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다만 노동 능력을 갖지 못한 어린이와 노인에게 근로활동을 의무로 요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긍정적 차별'을 통해 더 관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무상보육과 기초노령연금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 수준을 정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가가 선거에서 국민의 합의를 모아 발표한 약속을 스스로 뒤집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 아니다. 18세기 아담 스미스가 말한 대로 정의가 무너지면 나라도 무너질 것이다.

*이 글은 김윤태·서재욱의 <빈곤: 어떻게 싸울 것인가>(한울, 2013년 7월 출간)의 일부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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