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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사초 증발'…'盧 대화록 실종' 거센 후폭풍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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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사초 증발'…'盧 대화록 실종' 거센 후폭풍 예고

국회 운영위, 대책 논의 시작…민주 "없는 게 아니라 못 찾은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공방의 진실을 밝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정국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국회 운영위원회가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기술적인 문제로 아직 대화록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도 여전해 '신중론'도 제기되지만, 벌써부터 '폐기 공방'이 시작되는 등 여야 상호간의 교차 의심도 커지고 있다. 원본을 찾지 못한다면 NLL 논란이 '영구 미제' 사건으로 접어들 뿐만 아니라 이 '실종 사태'의 책임론 역시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운영위, '대화록 증발' 대책 논의 시작

여야 열람위원들은 지난 15일과 17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NLL·남북정상회담 등 여러 검색어로 기록물 검색을 실시했지만 대화록 원본은 물론 관련 녹음파일조차 찾지 못했다. 이에 여야 열람위원들은 1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중이다.

▲ 정국이 예상 밖의 '사초 증발' 사태로 다시 한 번 격랑 속에 휩싸였다. 무수한 논란 끝에 국회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을 결정했지만, 현재까지도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 원본을 찾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화록을 '못 찾은' 것인지, 아니면 기록원에 '없는 것'인지를 두고서도 각종 추측이 쏟아져 나온다. ⓒ연합뉴스

숱한 논란 끝에 국회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 의결을 얻어 원본 열람을 결정한 만큼, 여야 모두 현재까지는 최대한 원본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열람위원인 황진하 의원은 비공개 회의 전환 전 경과 보고를 통해 "여야 열람위원은 끝까지 해당 문건을 찾는다는데 동의하고, 오늘 운영위원회에서 이 상황을 보고할 수 있도록 운영위 개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벌써부터 여야의 묘한 '기류 차'가 엿보인다. 황 의원은 "국가기록원으로부터 (대화록 원본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곧바로 "(국가기록원이) 원본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게 아니라 현재까지 '찾지 못한 것'이 옳은 대답"이라고 정정했다.

노무현 정부가 국가기록원에 기록물을 이관할 때,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의 자료를 컴퓨터 파일 형태로 통째로 넘겼기 때문에 일부만 누락될 가능성은 전혀 없고, 다만 국가기록원의 문서 시스템이 '이지원'과 달라 검색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참여정부 인사들과 민주당의 주장이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기록관리비서관이었던 김정호 전 비서관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824만 건에 달하는 모든 기록물을 넘기고 혹시나 싶어 외장하드에 담아 기록물만 별도로 보냈다"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만 빠졌을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김 전 비서관은 "정치적으로 이게(대화록) 진위가 가려지게 되면 불리한 측에서 고의로 회피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고의 회피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역시 노무현 정부가 통째로 기록물을 이관한 만큼 누락 가능성은 거의 없고, 전직 대통령 기록물을 열람하는 사례가 처음이어서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며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여야, 벌써부터 '교차 의심'…대화록 못 찾으면 '책임 공방' 후폭풍

그러나 벌써부터 여야 간의 '교차 의심' 분위기가 감지된다. 표면적으로는 양쪽 모두 "더 찾아보자"는 입장이지만,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대화록 '폐기 의혹'이 슬슬 고개를 들고 있다. 끝내 국회가 대화록 원본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대화록이 언제, 왜, 어디로 사라졌는지를 두고 'NLL 논란'을 뛰어넘는 더 큰 공방이 예고된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일부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임기가 거의 끝나갈 때인 2007~2008년 초 대화록의 폐기를 지시했고 이에 따라 청와대에 보관되던 대화록은 폐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청와대가 대화록을 폐기하는 대신 봉하마을로 가져갔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등 사실 여부가 확인 안 된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폐기설을 간접적으로 소개했다. 여타 새누리당 관계자들 역시 익명 보도를 통해 언론에 노 전 대통령의 폐기 가능성을 적극 제기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열람위원들이 "국가기록원으로부터 (대화록 원본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확인했다"며 '기록물 부재'를 단정한 것 역시 이런 의혹 제기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이를 전면 부인하며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폐기 의혹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자처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누구보다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실천했던 분"이라며 "후임 대통령이 참고할 수 있게 하라며 국정원에게도 자료를 넘겨줬던 노 전 대통령이 왜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을 이관하지 않았겠나.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추가로 찾아서라도 이 기록물이 없는 게 확인되면 이는 민간인 사찰을 은폐해온 점이나 국정원 댓글의 폐기와 조작의 경험에 비춰서 삭제와 은폐 전과가 있는 전임 이명박 정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원본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폐기했을 경우, '사초(史草)'를 없앤 것과 다름없어서 법적인 처벌은 물론 책임 소재를 놓고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대통령기록물의 무단 파기 및 손상·은닉·멸실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한편, 국가기록원은 대화록 원본 외에 여야가 요청했던 남북정상회담 관련 자료 사본을 이날 오후 국회로 이송했다. '원본 실종' 사태가 없었다면 당초 이날부터 열람을 시작키로 한 문건들이다. 민주당은 원본을 찾는 것과 별개로 이 자료들도 당장 열람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원본을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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