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4대강 사업을 대운하로 개조한 5개월의 비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4대강 사업을 대운하로 개조한 5개월의 비밀

[정책쟁점 일문일답] <38> 친이계 반발, 근거 없다

1. '2008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설계했다.' 이것이 지난 10일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사업 감사 보고서의 주요 내용입니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변종임을 감사원이 최종 확인한 것인데요. 이 보고서에 대해 친이계 인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요?
⇨ 저도 그 보고서를 읽어 보았는데요. 감사원이 상당히 꼼꼼하게 조사를 많이 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어쨌든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의 진실에 근접한 보고서를 발표하자, 친이계 인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는데요. 양건 감사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하고 청와대를 향해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2. 친이계 인사인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정부가 국민을 속인 게 아니라 감사원이 정치적인 감사를 해서 국민과 대통령을 속였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런 주장,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조 의원 발언은 진실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MB 정부가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 분명히 국민을 속였습니다.

3. MB정부가 국민을 속였다는 근거가 있나요?
⇨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포기를 선언한 것이 2008년 6월 19일입니다. 그 이후 MB 정부가 대운하에 어떤 태도를 보였느냐가 매우 중요한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당시 청와대와 국토부는 2009년 연초부터 그해 6월 8일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이 나오기 전까지, 이 사업이 대운하 사업과 유사한 사업이 되도록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2009년 1월 4대강 마스터플랜 연구 책임자였던 건설기술연구원의 김창원 박사에게 대운하 측 이야기가 무엇인지 들어보라 요구했고, 김 박사는 국토부의 요구에 따라 경부운하 컨소시엄(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경부운하 자료 협조를 요청해 자료를 제공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4. 대통령이 대운하 포기를 선언한 마당에 국토부가 단독으로 그런 결정을 하지는 않았겠지요?
⇨ 물론입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는 2009년 2월 9일 국토부에 '운하 재추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경부운하 컨소시엄 대운하 설계팀 핵심 관계자와 합동으로 그 주 내에 추진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이틀 뒤인 2월 11일 국토부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이 대운하 설계팀과 4대강 마스터플랜에 대운하안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협의하였습니다. 이것은 국토부 진술에 따른 것입니다.

5. 당시 청와대가 국토부에 '운하 재추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성'을 제시했다고 했는데요. 이때 대운하안을 반영하라고 했었나요?
⇨ 당시 청와대는 국토부에 "운하가 재추진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대운하 설계 자료도 검토하여 4대강 사업에 필요한 부분은 활용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6. 당시에 경부운하 컨소시엄이 제시한 대운하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어떤 겁니까?
⇨ 대운하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낙동강 하구에서 상주까지 2500톤급 화물선 운항이 가능하도록 최소 수심 6.1m를 확보하고 높이 20m의 대형 보를 6개 설치하며 수량도 추가로 5억m3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정부에서 보를 설치하고 준설하여 최소 수심 6.1m를 확보하면 갑문·터미널 등만 민자로 추가 설치하여 운하로 활용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7. '최소 수심'은 어떤 수심을 말하는 것입니까?
⇨ 최소 수심은 하천의 일정 구간에서 중심부(하천 횡단면 중 가장 깊은 곳) 중 가장 얕은 곳의 수심을 말하는데요. 이것은 선박 운항을 위해 필요한 수심입니다.

8. 2009년 2월 11일 국토부는 청와대 요청에 따라 경부운하 컨소시엄과 협의를 했고, 그로부터 5일 후인 2월 16일 자신들의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 초안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요. 그 주요 내용은 어떤 겁니까?
⇨ 그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인데요. 첫째 하구에서 구미까지 최소 수심이 2.5m가 되도록 보를 만들고 준설한다는 것, 둘째 높이 8m 내외의 중형 보 5개를 설치한다는 것, 셋째 하구에서 구미까지 1.5억m3를 준설한다는 것입니다.

9. 이 초안을 접했을 때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 당시 이 대통령은 최소 수심을 3~4m 수준으로 수정하라고 지시했습니다.

10. 그로부터 두 달 뒤 국토부는 '중간 보고안'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요. 이 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습니까?
⇨ 4월 8일 국토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중간 보고안은 2월에 보고한 국토부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첫째, 하구에서 구미까지 최소 수심이 2.5m가 되도록 보를 만들고 준설한다는 계획은 최소 수심이 4m가 되도록 변경되었습니다. 둘째, 높이 8m 내외의 중형 보 5개를 설치한다는 계획도 높이 11m 내외의 중형 보 13개를 설치한다는 계획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셋째, 하구에서 구미까지 1.5억m3를 준설한다는 계획은 3.3억m3를 준설한다는 계획으로 수정되었습니다.

11. 이 중간 보고안에 대해서 청와대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 청와대는 하구에서 구미까지 최소 수심이 4m가 되도록 보를 만들고 준설한다는 중간 보고안을 수정하여, 구미에서 상주까지의 최소 수심도 4m가 되도록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12.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 최종안은 6월 8일 언론에 공개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중간 보고안과도 많이 다릅니다. 4월 8일과 6월 8일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 4월 17일 청와대는 국토부에 또 다른 요구를 합니다. 그것은 물그릇을 4.8억m3에서 8억m3로 늘리라는 요구였습니다. 이에 따라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 최종안이 중간 보고안과 크게 달라지게 되는데요. 첫째, 하구에서 구미까지 최소 수심이 4m가 되도록 보를 만들고 준설한다는 계획이 최소 수심이 6m가 되도록 하는 계획으로 수정되었습니다. 둘째, 중형 보 13개를 설치한다는 계획은 16개를 설치한다는 계획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셋째, 하구에서 구미까지 3.3억m3를 준설한다는 계획은 하구에서 상주까지 4.4억m3를 준설한다는 계획으로 수정되었습니다.

13.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결과적으로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 최종안이 경부운하 컨소시엄이 내놓은 대운하안과 거의 흡사했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도표까지 제시하며 양자가 흡사했다는 주장을 했는데요. 흡사한 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경부운하 컨소시엄이 낙동강 하구에서 상주까지의 최소 수심이 6.1m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MB 정부가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 최종안에서 이것을 대부분 받아들였습니다. 하구에서 구미까지 최소 수심이 6m가 되도록 하고 구미에서 상주까지는 4m가 되도록 한 겁니다. 그러나 이 대목은 감사원이 오해를 한 것입니다. 후자도 4m가 아니라 6m에 가까웠습니다.

둘째, 경부운하 컨소시엄이 낙동강에서 5억m3의 물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정부는 6.7억m3의 물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보를 설치하고 4.4억m3의 토사를 준설하면 6.7억m3의 물이 추가로 확보된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었습니다. 셋째, 경부운하 컨소시엄이 낙동강에서 6개의 대형 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정부는 8개의 대형 보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넷째, 경부운하 컨소시엄이 낙동강 사업비로 13.1조 원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정부는 10.3조 원을 책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환경부의 수질 개선 사업비 3.9조 원 대부분이 낙동강에 투입되었기 때문에 양자의 사업비 또한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14. 앞에서 정부가 구미에서 상주까지의 최소 수심을 4m가 되도록 했다는 감사원 주장이 오해라고 했는데요.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있나요?
⇨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2009년 6월 8일 언론에 공개한 69쪽 분량의 마스터플랜 요약본이고, 다른 하나는 그해 8월에 발간한 300여 쪽 분량의 마스터플랜 원본인데, 후자를 보면 구미에서 상주까지의 최소 수심이 6m에 가까웠을 것이라는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마스터플랜 원본에 따르면 구미보의 평균 수심은 7.5m였으며, 낙단보는 7.7m, 상주보는 7.4m였습니다. 이들 보들의 저수로 평균 수심이 7.4m 이상이라면 최소 수심은 4m가 아니라 6m에 가까웠다고 보아야 합니다.

ⓒ홍헌호

그동안 국토부는 69쪽 분량의 마스터플랜 요약본을 대대적으로 유포하며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300여 쪽 분량의 마스터플랜 원본은 철저히 은폐했는데요. 그 이유는 4대강 사업의 실체가 이 원본에 많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황당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도서 자료가 가장 많은 국회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도서를 검색해도 이 원본은 검색되지 않습니다.

15. 지난 4~5년간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학자들은 이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변종이라는 주장을 꾸준히 해 왔었지요?
⇨ 대표적인 학자가 관동대 박창근 교수인데요. 그는 2008년 12월 15일 MB 정부가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발표한 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4대강 사업의 내용 대부분이 운하의 필수 구성 요소인 수로, 운하 용수, 갑문 설치와 관련돼 있다"고 지적하고, "MB 정부가 4대강 사업비 중 하나로 새로 책정한 낙동강사업비 6조6903억 원 중 5조8022억 원(약 87%)이 모두 운하 건설 예산으로 간주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당시 필자의 <프레시안> 기고문, "4대강 사업의 실체…10문 10답"(2008.12.27) 참조]

16. MB 정부가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요약본)을 공개한 것이 2009년 6월 8일인데요. 그로부터 몇 개월 후 홍 소장은 <프레시안> 칼럼을 통해 4대강 사업 계획에 포함된 '수심(水深)'을 근거로 이것이 대운하의 변종이라고 주장했었지요?
⇨ 정부가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직후 '낙동강 유역종합치수계획'과 '낙동강 수계 하천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요. 당시 제가 주목한 것은 후자에 포함된 '최심하상고(最深河床高)'였습니다. 최심하상고란 하천의 수심이 가장 깊은 곳의 강바닥 해발 고도를 말하는데요. 보의 관리 수위(水位)와 최심하상고를 알게 되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목표로 하는 보의 수심을 계산해 낼 수 있습니다. 그 계산 결과는 당시 제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 "4대강 사업, 대운하 사업 포석 맞다"(2009.12.28)에 그대로 실렸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 다시 읽어 보니 당시에 제가 계산 과정을 친절하게 담지 않아 글이 상당히 난삽해 보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7. 지금이라도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 줄 수 없나요?
⇨ 최심하상고와 수심에 대해서는 그래표를 보고 이해하는 게 쉽습니다. 아래 [그림-1]은 대구광역시 인근에 있는 달성보의 관리 수위와 평탄화 작업 후 최심하상고 해발 고도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그림-1] 대구 인근 달성보의 관리 수위와 최심하상고 해발 고도(단위 : m)

(주) 세로축은 해발 고도(단위 : m), 가로축은 하구로부터 거리(단위 : km) (출처) 국토해양부의 <낙동강 수계 하천기본계획> 원자료를 토대로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작성.

이 그림을 보면 가장 수심이 낮은 지역의 최심하상고 해발 고도가 7.87m로 보의 관리 수위 14m보다 6.13m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사람들이 달성보 수심을 최소 6.13m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평탄화 작업을 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보들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평탄화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18. 2010년 8월 MBC <PD수첩>도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방영했는데요. 이 프로그램에서 PD들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의심케 하는 대형 보 중심 사업으로 바뀌는 과정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보도해 큰 반향을 일으켰지요?
⇨ 당시 <PD수첩> 4대강 편은 국토해양부의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 김재철 MBC 사장의 방송 보류 결정 등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거친 후에 겨우 방송될 수 있었는데요. 방송 이후 최승호 PD를 비롯한 6명의 PD가 <PD수첩>에서 떠나야만 했습니다. 엽기적인 대한민국 방송 잔혹사의 일면인데요. 어쨌든 이번 감사원 보고서는 최승호 PD 등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보고서이기도 했습니다.

19. 그런데 친이계인 조해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낙동강을 비롯해서 4대강 유역의 평균 수심이 3~4m이고, 특히 상류는 2m, 2.5m 정도밖에 안 되며, 제일 깊은 곳 수심이 5~6m 정도"라는 주장을 했는데요. 조 의원의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인가요?
⇨ 전혀 근거 없는 주장입니다. 앞에서 소개한 달성보 수심 추정 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사람들이 목표로 했던 낙동강 상류의 수심을 계산해 보면 [그림-2]와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을 보면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사람들이 낙동강 상류의 수심도 6m 이상 유지하려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2] 낙동강 상류 5개 보의 관리 수위와 최심하상고 해발 고도(단위 : m)

(주) 세로축은 해발 고도(단위 : m), 가로축은 대구 인근 금호강 합류부로부터 거리(단위 : km) (주) 낙동강 상류 5개 보 : 강정보, 칠곡보, 구미보, 낙단보, 상주보 (출처) 국토해양부의 <낙동강 수계 하천기본계획> 원자료를 토대로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작성.

20. 낙동강 하류에 있는 보들의 수심은 어떤가요?
⇨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사람들이 낙동강 상류와 중류에서도 수심을 6m 이상 유지하려 노력했는데, 하류에서는 오죽했겠습니까?

21. <한겨레신문>(7.11)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연초에 4대강 사업 관계자 20여 명을 불러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이 돼서 운하를 내 손으로 이렇게 시작할 수 있을 줄 몰랐다. 이제 거의 다 해놨으니 나중에 현명한 후임 대통령이 나와서 갑문만 달면 완성이 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 보도 내용이 사실일까요?
⇨ 사실일 겁니다. 2008년 12월 그와 같은 이 전 대통령 의중을 너무 쉽게 공개했다가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이 있는데, 그가 바로 박병원 전 경제수석입니다. 그는 2008년 12월 3일 관훈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4대강 사업 내용을 들여다봤다. 결국 이것이 운하가 되느냐 아니냐는, 경북 북부에서 소백산맥 넘어가는 게 되면 운하가 되고, 그게 안 되면 운하가 안 되는 것이다. (…) 4대강 사업을 다 해놓고 대다수 사람들이 돈 얼마 안 들이고 연결하자고 하면, (우리가) 하지 말자고 할 수는 없지 않나."

박 전 수석이 비교적 솔직하게 4대강 사업과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관련성에 대해 언급한 것인데, 이 전 대통령 의중을 너무 쉽게 공개한 죄로 발언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교체되었습니다.

22.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변종이라는 것은 감사원에 의해 최종 확인된 셈인데요. 문제는 이 사업으로 만들어진 시설들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수질을 악화시키는 보를 유지하느니 차라리 해체하는 게 낫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이런 주장,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시설의 연간 유지보수비가 1조~2조 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보는 해체하는 게 좋습니다. 설령 보의 유지관리비가 1년에 1000억~2000억 원에 그친다 하더라도 편익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해체하는 게 좋습니다.

23. 4대강 사업에 투입된 22조 원이 아깝기 때문에 보와 같은 시설을 해체하는 것보다는 유지하는 게 낫다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경제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면 '매몰 비용'(sunk cost, 지출되었기 때문에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은 무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보수 언론들도 예외가 아닌데요. <동아일보>는 2007년 1월 31일 기사에서 "매몰 비용은 어떤 일을 결정해야 할 때 고려할 필요가 없"으며 "그 대신 앞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추가로 들어가야 할 비용만을 비교하면 된다"고 썼습니다. <조선일보>도 2010년 2월 20일 기사에서 "매몰 비용의 포기를 자원의 낭비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워런 버핏(Buffet)의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를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당신이 구덩이에 빠져 있음을 깨달았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삽질을 그만 멈추는 것이다." <매일경제>도 2010년 4월 14일 기사에서 "매몰 비용은 엎질러진 물"이라며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매몰 비용에 대한 철저한 무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4. 선진국들에서도 환경을 살리기 위해 댐이나 보를 철거한 사례가 있나요?
⇨ 허재영 대전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1912년부터 최근까지 650개의 보와 댐을, 2007년에만 54개의 댐을 철거했습니다. 처음에는 보나 소형 댐을 철거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대형 댐을 없애고 있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300여 개의 댐을 철거했고 대형 댐 건설 공사도 속속 중단하고 있습니다.

25. 정부가 지자체에 전가한 4대강 시설 유지보수비도 상당할 것이라 하는데요. 지자체가 이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 정부의 기본 입장은 4대강 사업이 낳은 주요 시설 유지보수비를 정부와 지자체가 반반씩 부담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요 시설 유지보수비입니다. 따라서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각종 수변 시설의 유지보수비는 지자체 몫입니다. 향후 지자체가 이런 시설들을 무용지물로 방치하거나 철거하면 모를까 스스로 유지관리비를 부담한다면 그 비용도 엄청날 것입니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 매우 좋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또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복지 재원 분담금도 크게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자체에는 4대강 사업이 낳은 시설 유지보수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습니다.

26. 지자체들은 4대강 사업을 정부가 주도했기 때문에 유지관리비도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 주장이 정부나 국회에서 받아들여질까요?
⇨ 그런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네 가지인데요. 첫째, 지금 중앙정부는 복지 재원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자체의 4대강 시설 유지관리비를 대신 부담할 여력이 없습니다. 둘째, 중앙정부에 여력이 있다 해도 4대강 시설 유지관리비를 기초노령연금 등의 복지 재원보다 더 우선시할 수는 없습니다. 셋째, 4대강 사업이 시행된 지역의 지자체와 주민들 대다수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앙정부더러 유지관리비 지자체 분담금을 대신 부담하라고 요구할 명분이 없습니다. 넷째, 중앙정부가 4대강 사업 시설 유지비까지 부담하게 되면 4대강 사업이 시행되지 못한 지역은 이중으로 피해를 봅니다. 즉 이들 소외 지역은 대규모 하천 정비 사업에서 소외되고, 덤으로 하천 시설 유지관리비 지원에서도 소외되기 때문에 심각한 '재원 지원 형평성'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