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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정몽준·안철수·박원순, 한 목소리로…

새누리당 "망가진 국정원 방치해선 안 돼"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의 후폭풍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여야 정치권이 앞다퉈 '국정원 개혁'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정원 개혁 주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과의 '커넥션' 의혹까지 제기됐던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흘러나온다. 비박(非朴·비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일부 중진 의원들은 국정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 공개'를 강하게 비판하며 여당 주도의 강도 높은 개혁을 촉구했다.

정몽준 의원은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정원 국정조사를 거론하며 "우리 국회에서 초당적인 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제대로 된 개혁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의원은 "국정원이 공개적으로 정쟁의 대상이 되면서 제대로 기능이 작동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며 "국정원이 다시는 정치적 추문에 휩싸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원) 개혁 작업이 있었지만 그 작업은 국정원 자체에 맡겨져 왔다"며 "국정원을 이렇게 망가진 상태로 방치할 수 없다. 근본적인 개혁 방안을 마련해 제대로 된 정보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이재오 의원 역시 "선거판만 되면 이 당 저 당 기웃거리고, 여야에 줄 대고 이게 무슨 국정원이냐"면서 "집권 여당이 이번 기회에 국정원의 국내 정치 파트는 해체하는 게 맞다. 가만히 있으면 집권 여당이 시대적 책무를 방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대선 직전 박근혜 후보 캠프의 핵심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사전 열람하고 심지어는 이를 선거에 활용할 계획까지 세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며 국정원 사태의 책임론이 박근혜 정부로 번진 상황에서, 비교적 운신의 폭이 자유로운 비박계 의원들이 앞장서서 국정원 개혁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친박계 일색'인 당 지도부는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조사에는 가까스로 합의했지만 국정원의 대화록 무단 공개에 대해서는 비판은 커녕 "남재준 국정원장의 고심 어린 결단"이라며 오히려 옹호하고 있다.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를 '쿠데타적 항명'으로 규정했던 야권에서도 이번 기회에 대대적인 개혁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민주당은 "해체 수준의 개혁을 해야한다"며 그 첫 단계로 대화록 공개를 주도한 남재준 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국정원 사찰이라는 '악연'이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국정원 국내 정보 부서를 해체할 것을 주장했다. 이날 박 시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정원은 국내 정치엔 개입해서 안 되고, 북한의 위협이나 외국이 대한민국의 국익을 침해하는 일을 처리해야 한다"며 "국정원 정치 파트를 없애는 것은 이미 오래 전 온 국민의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당 간에 격화된 '서해북방한계선(NLL) 논란'으로 정국 현안에 비켜가 있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 역시 국정원 개혁을 쟁점화하며 현안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은 오는 8일 국회에서 국정원 제도 개혁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안 의원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민주주의를 30년 전으로 되돌린 국기 문란 행위"라고 규정하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을 주장한 바 있다.

양당의 'NLL 대화록 공방'을 "정쟁"으로 일축하며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던 안 의원이 국정원 개혁 주장으로 현안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은 '강대강'으로 맞붙는 여야의 치열한 대립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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