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회담에 배석했던 참여정부 인사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며 회담 준비 과정 등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 등 참여정부 인사들은 1일 민주당 유인태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회담 그 진실은?' 좌담회에서 노 전 대통령이 사실상 NLL을 포기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동어로구역, NLL 중심으로 등면적안 제시…NLL 훼손 안 해"
10.4 선언의 주역들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재정 전 장관은 "서해 평화협력지대의 핵심인 공동어로구역 설정엔 NLL을 중심으로 등거리안과 등면적안이 있었다"며 "모든 것이 NLL이 중심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참여정부는 NLL과 북측 주장 해상경계선 사이의 수역을 공동어로 구역으로 하자는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의 제안을 거부, NLL을 손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NLL을 기점으로 남북 등면적의 수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설정할 것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백종천 전 실장 역시 "참여정부의 정책은 NLL을 전혀 손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공동수역 문제는 장관급 회담에서 논의됐는데,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장수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회담 대표로 'NLL을 기점으로 한 등면적안'을 대통령께 보고했었다"고 말했다.
"NLL 문제, 정상회담 주요 의제 아니었다"
아울러 이들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NLL 문제는 회담의 주요 의제가 아니었다며 "NLL 변경에 관한 문제가 정상회담은 물론 사전회의 등에서도 단 한 번도 안건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백종천 전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처음부터 NLL문제는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의해 논의하자는 기본 입장을 줄곧 견지하고 있었다"라며 "따라서 정상회담은 물론 각종 회의에서도 NLL 변경에 관한 문제는 의제로서 다루지 않았고, 단 한 번도 회의 안건으로 올라온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선원 전 비서관 역시 "NLL은 남북기본합의서의 합의대로 장관급 회담에서 어떤 식으로 관리할지 논의하기로 하고, 정상회담에선 경제 협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라며 "(정상회담에서) NLL을 의제로 다룰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정상회담 대화록을 살펴봐도 노 전 대통령이 "NLL을 가지고 이걸 바꾼다 어쩐다가 아니고…그건 옛날 기본합의에 연장선상에서 앞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하고…"라고 밝힌 대목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기본합의서의 부속합의서 제3장 10조는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 불가침 구역은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盧, 서해 군사 충돌 막으려 평화협력지대 제안…이게 NLL 포기?"
회담 참가자들은 새누리당이 사실상의 'NLL 포기'라고 규정한 노 전 대통령의 서해평화협력지대 제안의 취지에 대해서도 "경제 협력을 통해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정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은 '이 문제(NLL)는 성격이 무엇이든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게 중요하고, (정상회담) 의제로 넣으면 한 발도 못 나간다'고 했다"면서 "(NLL이라는) 근본 문제는 뒤로 미루고 실용적인 문제를 먼저 풀자는 것, 어떻게 이 지역에 빈번한 우발적 충돌을 막을 것인지가 대통령의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NLL이 국제법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 국민이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손댈 수 없고, 그렇다면 서해상에 군사적 충돌을 막을 방법으로 서해 평화협력지대 구상이 나온 것"이라며 "'안보군사 지도 위에 평화경제 지도 덮어서 해결하자'는 구상이었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이 이 문제로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굉장히 긴 시간 했고, 김 위원장 역시 공감하고 결국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굴욕적 회담' 주장 적극 반박…대화록 '원문 공개'엔 참가자 이견
이들은 논란이 되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백 전 실장은 '북측의 변호인 노릇을 했다'는 노 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이 남측이 '자주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굉장히 여러 차례 했고, 이에 노 대통령이 '그렇지 않다'며 김 위원장을 설득하기 위해 한 얘기"라며 "회담을 성공시키려는 분위기에서 나온 얘기일 뿐인데, 그 부분만 강조하니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시종일관 굴욕적인 회담이었다"는 새누리당의 비판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이재정 전 장관은 "7년만에 열리는 정상회담이었고, 정상회담에 임하는 노 대통령의 각오와 준비는 대단했다"며 "회담을 이끌어가는 전술적, 전략적 입장도 있는데 대통령이 굉장히 숙고하며 한 발언을 그렇게 폄훼하고 심지어 반역으로 몰아가는 것을 보고 참담한 생각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자주'를 강조하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너무 '자주'만 강조하면 고립될 수 있다, 미국·일본과 협력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는데 그게 과연 굴종이냐"라고 반문했다.
다만 참가자들은 정치권이 국가기록원에 소장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 열람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백 전 실장은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이를 확인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다"며 "국회가 열람을 추진하는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한 반면, 이재정 전 장관은 "대화록 열람과 공개는 남북 간 이견이 발생했을 때 기록을 살펴보는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 아무리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더라도 정쟁을 이유로 열람해선 안 된다"고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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