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산별 연봉 1위' 교수님들께 감히 묻습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산별 연봉 1위' 교수님들께 감히 묻습니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임금제 개선에 나선 교수님들께 드리는 고언

"어이, 자네 민주노총 산하 10여 개 산별노조 중에 평균 연봉 1위가 어디인 줄 아는가?"
"뭐, 맨날 언론에서 현대차 귀족 노동자 운운하니 금속노조 아니겠수?"
"허허, 뭘 잘 모르는구만. 억대에 육박하는 연봉을 자랑하는 곳이 있어. 바로 교수노조야."
"허걱! 그렇게나 많이 받아요? 그럼 금속노조가 다음 순위겠군요?"
"웃기는 소리! 대학, 화섬, 공공, 사무, 전교조가 더 높아. 금속노조는 7~8위 수준이지."

산별 연봉 1위 업종이 전체 노동자 임금 제도 개선에 나선다?

고귀한 진리의 상아탑에서 후학 양성과 연구에 매진하시는 교수님들 노고를, 한낱 숫자에 불과한 연봉 개념으로 비교하는 철없음을 잠시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몇몇 교수님들이 그놈의 숫자 문제를 다루는 데 선봉에 서지 않았다면 저도 이런 비교를 입 밖에 낼 생각은 없었답니다. 게다가 그 숫자란 것이 임금, 즉 노동자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먹고사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21일, 고용노동부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통상임금' 문제를 포함해 임금 체계와 임금 제도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임금제도개선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발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그 위원회 구성을 보니 12명의 위원 중 무려 9명이 교수님들로 채워져 있더군요.

비단 통상임금 문제만이 아니지요. 해마다 법정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노사 양측의 공방 끝에 결국에는 결정권을 쥐게 되는 '공익위원' 명단을 봐도 현직 대학 교수님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문제를 다루는 핵심 역할을 맡고 계신 분들의 연봉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말입니다. 그러다가 위의 대화를 접하고 나니 심술이 좀 돋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임금 체계 전반을 개선하겠다고 나서신 교수님들께 감히 고견을 듣고자 키보드를 두들기게 되었습니다.

ⓒ오민규

대학 교수 1시간 노동의 가치 vs 대학 청소부 1시간 노동의 가치

저는 옛날부터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왜 대학 교수의 1시간 노동은 대학 청소부의 1시간 노동에 비해 몇 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까? 두 직종 모두 똑같이 대학에서 일하는 업무인데 말입니다.

왜 하필 청소부를 택했냐고요? 그건 두 직종의 평균 연령이 비슷할 것 같아서입니다. 앞에서 예로 든 산별연맹 임금 비교는 교수님들께 조금은 불리하지요. 왜냐면 다른 업종에 비해 교수 직종의 평균 연령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게 나오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청소부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평균 연령이 대략 50~60대이고, 한 직장에서 20~30년 근속을 기록한 노동자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어제 입사한 노동자나 30년 근속한 노동자나 임금이 똑같거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60세 동일 연령의 교수와 청소부 연봉 차이는 거의 10배 가까이 됩니다. 이게 도대체 쉽게 이해되는 일입니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해마다 법정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핵심 권한을 가진 공익위원들의 다수도 교수님들입니다. 대학 청소부 대부분이 법정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아실 겁니다. 배운 게 많고 아는 게 많아 교수님이 되셨을 테니, 왜 노동의 가치가 이토록 차이가 나는지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에게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가르치시는 입장에서, 교수의 한 시간 노동이 청소부의 한 시간 노동에 비해 왜 이토록 값진 것인지 말씀 좀 해주셔요.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갖고 있지 못하다면, 과연 전체 노동자의 임금 체계 전반을 개선하는 논의가 가능하기나 할까요.

ⓒ프레시안(최형락)

노동 시간과 각종 수당

교수님들은 수업하는 시간에만 임금 받는 게 아니죠? 연구하는 시간에도 돈 받습니다. 아니, 심지어 방학 때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지 않아도 월급이 나오죠. 거기에다 방학 기간에 계절수업 뛰면 별도 수당이 나오는 것으로 압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시험 출제하면 출제 수당, 채점하면 채점 수당…. 에휴, 이런 각종 수당들을 보면 제조업 뺨칠 정도죠. 그런데 이번 위원회에서 다루는 임금 제도 개선 과제의 핵심 중 하나가 임금 제도의 단순화, 간소화라지요 아마? 좀 아이러니하네요.

게다가 이런 위원회 활동을 그냥 무료로 봉사하는 것도 아니지요? 고용노동부가 구성한 위원회이니 회의 수당을 비롯해 여러 보상이 따르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이런 개선위 활동을 방과 후에 하시나요? 고용노동부 보도자료를 보니까 21일 오전 7시 40분부터 프레스센터에서 첫 회의를 여셨더군요?

업무 시간과 겹치지 않게 아침 일찍 회의를 한 것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합니다만, 그렇다고 제시간에 대학에 출근하지는 못하셨겠는데요? 아무리 회의를 빨리 끝낸다 하더라도 1시간 이상은 하셨을 테고, 학교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을 테니까요. 만약에 오전 9시 강의가 있었다면 휴강이 불가피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지각한 시간만큼 월급에서 깎겠지요? 아니라고요? 아니, 대학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근무 시간 중에 하시는데 왜 그 시간에 대해 대학도 임금 주고 정부도 위원회 수당을 줍니까? 위원회 회의를 하면서는 교수님들께서 "정확히 근무한 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실 게 확실해 보이는데 말입니다.

이를테면 노동자들은 타임오프 제도로 인해 노조 활동 시간이 엄격히 제한됩니다. 허용된 범위를 넘어서면 가차 없이 노조 활동 시간에 무급이 적용됩니다. 그런데 교수님들은 각자 대학에 고용된 노동자들 아닙니까? 그럼 과외로 하는 활동과 근무 시간이 겹치면 무급 적용이 당연한 것 같은데요.

아차, 타임오프 한도를 결정하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약칭 '근면위') 역시 현직 대학 교수님께서 위원장을 맡고 계시더군요? 그럼 근면위 활동을 하는 시간에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게 옳지 않습니까? "내가 하면 ○○○, 남이 하면 ○○" 이런 이중 잣대야말로 진리의 상아탑이 배척해야 할 것이니까요!

교수님들, 6~7년에 한 번씩은 1년간 안식 휴가를 가시죠? 안식년에도 당연히 임금이 나오고요. 안식년 때 받으시는 임금은 통상임금인가요, 평균임금인가요, 기본급인가요? 안식년 제도 같은 것을 전체 노동자 임금 제도에 반영하실 의향은 없으신가요? 교수님들만의 특권이어선 곤란하잖아요.

이를테면 프랑스에서는 노동자들이 여름에 5주 연속 유급 휴가를 보장받고, 겨울에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2~3주씩 유급 휴가를 가잖아요. 말 그대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있는 것인데, 한국도 프랑스처럼 임금 제도 선진화 한번 해보자고요!

아차, 대기업이나 정부가 발주한 프로젝트 맡으시면 임금과 별도로 한 해 수천만 원가량 '용돈(?)'벌이도 별도로 하시잖아요? 상아탑과는 담쌓고 지내는 저 같은 사람조차 낯익은 교수님 이름들이 위원회 명단에서 많이 보입니다. 정부 발주 프로젝트와 각종 위원회에 자주 이름을 올리시는 분들이니까요. 각종 수당과 용돈 빼고 기본급은 대체 얼마나 됩니까? 정말 궁금합니다.

직무급·성과급제? 비정규 교수 임금부터 교수와 동등하게 적용하는 게 우선!

듣자하니 현재의 연공급 중심 임금 체계를 직무급·성과급 중심의 체계로 바꾸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의중이라 하더군요. 뭐 은밀히 다뤄지는 비밀도 아닙니다. 민주노총만 쏙 빼놓고 지난 5월 30일에 있었던 이른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합의' 내용에 다 들어가 있는 내용이니까요.

말 길게 할 생각 없습니다. 하나만 따져 묻지요. 직무급! 이건 소속 기업이 다르더라도 동일한 직무에 대해서는 동일하거나 비슷한 임금 기준을 적용하자는 제도 아닙니까? 그렇다면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동일한 직무에 동일 임금을 적용하는 것부터 출발하셔야지요. 이를테면 제조업 현장에서 정규직과 사내 하청이 대부분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런 임금 차별을 내버려 두고서는 직무급 설계가 애당초 불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김영곤
그렇다면 거창하게 전체 노동자 임금 제도 개선하겠다고 나서신 교수님들이 대학 사회에서 먼저 시작하는 게 옳지 않을까요? 당장 비정규 교수 임금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시간강사들의 경우 그들이 행하는 수업 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이 지급됩니다. 이거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시간강사들도 수업을 위해서나 논문을 쓰기 위해 연구하는 시간이 필수적인데, 왜 정규직 교수들만 그 시간에 임금을 지급받습니까? 방학 기간에 임금 못 받는 비정규 교수들도 부지기수지요. 안식년 휴가는 언감생심이고 말입니다.

만약에 교수님들이 속해 계신 대학 사회에서조차 이런 것을 구현하지 못하면서 전체 노동자 임금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것은 글자 그대로 '어불성설(語不成說)' 아닙니까? 정말로 진정성 있게 임금 제도 개선에 나서시려면, 먼저 교수님들 연봉과 임금 체계부터 공개하심이 마땅하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그게 아니라면 노동자들도 에너지 충전하는 시간에 대해 임금 줘야 한다고, 노동자들에게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유급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6~7년 근속할 때마다 1년씩 유급 안식년 휴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그러고도 하루 8시간 노동으로 교수님들처럼 억대 연봉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시든지요. 그렇게 하신다면 교수님들의 위원회 활동을 찬양하는 글을 쓰겠노라 약속드리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