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대선주자를 지낸 문재인·안철수 의원이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에 나란히 목소리를 내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안철수-민주당, '사회적 경제'로 정책 공조 스타트?
안철수 의원 측 송호창 의원은 13일 민주당 이학영·정호준 의원과 함께 사회적 경제에 관한 토론회를 주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엔 안 의원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이 공동으로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정책 공조의 첫 출발점이 '사회적 경제'가 된 셈이다. '사회 혁신 패러다임의 새로운 상상력'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선 시장만능주의의 대안 모델로 협동조합 및 사회적 기업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지난해 대선에서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던 안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은 위기 상황"이라며 "새로운 상상력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철수-문재인-손학규-박원순의 공통점은?
최근 들어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는 문재인 의원도 부쩍 사회적 경제를 자주 입에 올리고 있다. 문 의원은 지난 10일 지지자들과 영화 <춤추는 숲>을 함께 관람한 뒤 "경제가 경쟁과 개발, 이윤 등의 가치로부터 나누고 연대하고 상생하는 가치로 전환돼야 한다"며 "구체적으로는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와 마을 공동체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최근 부산에 둥지를 튼 '바보주막'의 조합원이기도 하다.
문 의원이 단체 관람한 영화 <춤추는 숲>은 마을 공동체로 유명한 서울 마포의 성미산 마을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문 의원 외에도 박원순 서울시장과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각각 측근들과 단체 관람을 했고, 지난달엔 무소속 송호창,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국회에서 상영회를 열기도 했다.
문 의원의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대선부터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문 의원이 지난해 대선 패배 후 칩거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연 토론회의 주제도 협동조합이었고, 대선 당시에도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사회적 경제를 육성시켜 일자리와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고 공약했었다.
▲ (왼쪽부터) 안철수 무소속 의원, 문재인 민주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프레시안(최형락) |
특히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의원이 '호혜와 협동의 사회적 경제'를, 문재인 의원이 '사람 중심 협동경제, 사회적 경제'를 비전으로 각각 내걸었던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당시 안 의원은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과 사회적 경제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유럽의 4~7% 수준으로 끌어올기겠다는 중장기적 목표를 내놓았고, 문 의원 역시 대통령 직속으로 사회적경제위원회를 설치해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사회적 경제 관련 정책을 통합 추진하겠다는 안을 내놓았었다.
안철수, 문재인 의원과 함께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대표적인 '사회적 경제론자'다. 박 시장은 지난 2월 협동조합을 '착한 조직'으로 명명하면서 향후 10년 안에 서울시내 협동조합을 8000개까지 늘리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동조합 활성화 기본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정치권의 이런 '협동조합 열풍'의 '씨앗'을 제공한 이가 지난해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라는 점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손 고문이 협동조합 설립 요건을 대폭 완화한 협동조합 기본법을 발의했고, 이후 지난 2011년 여야 만장일치로 이 법안이 통과돼 지난해 12월부터 법이 발효됐다.
손 고문은 민주당 경선주자로 뛰던 지난해 8월 "경제민주화 흐름의 시작이 협동조합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협동조합에 남다른 애착을 보여왔다.
공교롭게도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사 모두가 협동조합을 주축으로 한 사회적 경제에 경쟁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은 지금 '협동조합 공부 중'
경제민주화 바람과 함께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협동조합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거나 조합을 직접 설립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정치소비자 협동조합인 '울림'을 이달 내 발족시킬 계획이다. 윤 전 장관은 지난 2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정치를 시장으로 보면 정치인이 생산자이고, 국민이 소비자인데 (이제까지) 생산자가 소비자의 요구와 취향을 존중하지 않았다"며 "소비자인 국민도 욕하고 마는 식으로 감정적으로 정치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정치를 바꿔야 생산자들도 더 이상 정치 소비자를 무시하지 않는다"고 협동조합 설립의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장을 맡았던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참여한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역시 18일 창립총회를 갖고 활동을 시작한다.
국회 차원에선 신계륜 의원 등 민주당 의원 22명이 참여한 연구모임 '사회적 경제 연구 포럼'이 발족해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했다. 모임 소속 의원들은 오는 14일 서울 지역 사회적 기업 및 마을 공동체를 찾는 등 현장 탐방 역시 실시할 계획이다. 김기준·이학영 의원 등 10여 명의 민주당 의원도 '협동조합 활성화 포럼'을 발족해 협동조합 활성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맞불' 움직임도 있다. 남경필 의원은 독일 식 사회적 경제를 연구하는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을 만들어 60여 명의 전현직 의원과 함께 매주 독일의 사회적 경제 모델과 경제민주화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있다. 김재원·이이재·유승우 의원도 지난달 잇따라 협동조합과 관련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새누리, 때 아닌 '협동조합 경계령'도
그러나 새누리당 일각에선 야권을 주축으로 한 '협동조합 열풍'에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1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재선을 염두에 둬서인지는 몰라도 차기 시장 임기 만료 시한인 2019년까지 8000개 협동조합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며 "협동조합이 다른 (정치적) 목적으로 결성돼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지역적 버팀목이 될 수 있는 협동조합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방편일 뿐만 아니라 생활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협동조합 육성에 적극적이지만, 새누리당에선 협동조합이 야권의 '정치적 우군'이 될 가능성에 의구심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협동조합은 공직선거를 비롯해 정치 활동을 할 수 없게 돼 있어 이런 관측을 일축하는 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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