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주당 근로시간이 30시간 미만인 일자리를 시간제 일자리라 합니다. 2011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13.5%로 OECD 국가들 평균 16.1%보다 2.6%포인트 낮은 수준입니다. 여성들의 시간제 일자리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18.5%로 OECD 국가들 평균 25.2%보다 6.7%포인트 낮습니다.
2.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서는 거물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지요?
⇨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과 역시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안철수 의원, 그리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최근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몇 마디씩 했는데요. 그 의견들이 각기 달라서 이 이슈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었습니다.
3. 3명의 거물급 정치인들 중 정부가 발표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 이 정책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사람은 문재인 의원입니다. 그는 지난달 말 자신의 개인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질타했습니다. 서유럽에서는 자발적인 시간제 일자리가 많고 시간당 임금도 정규직보다 높은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정반대라는 겁니다.
4.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요?
⇨ 김한길 대표는 최근 '조건부 시행론'을 제시했습니다. 시간제 일자리는 차별 없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 관건이기 때문에 이 기회에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공유하고 타협을 이뤘던 네덜란드와 같이 '한국판 바세나르협약'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안철수 의원은 '선시행 후보완론'을 폈습니다. 시간제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제동을 걸려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대안이 없으면 우선 시행해 볼 필요도 있다는 겁니다. 다만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도입하면 된다는 것이 안 의원의 주장입니다.
5.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는 어떤 명분을 내걸고 있나요?
⇨ 정부는 일하고 싶어도 시간적 제약 때문에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즉 자녀 양육 등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데 우선순위를 둔 부모들은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정부도 이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프레시안(최형락) |
6.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도 '지역별 고용 구조 조사'에 따르면 전체 취업 희망자 중에서 남성의 16.4%, 여성의 40.7%가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했습니다. 학력별로는 중졸 이하 구직자의 43.1%, 고졸 구직자의 28.6%, 대졸 구직자의 17.8%가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했습니다. 연령별로는 30대 구직자의 22.4%, 40대 구직자의 32.1%, 50대 구직자의 39.5%가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했습니다. 이 통계 자료에 비추어 보면 상대적으로 여성과 저학력층, 그리고 고연령층의 시간제 일자리 선호도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7. 최근 노동부는 국민의 63.5%, 여성의 69.4%가 시간제 일자리로 일할 의사가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노동부와 통계청 조사 결과 사이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노동부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이 '2013년도 남녀 고용 평등 전 국민 의식 조사'를 한 결과 이런 결과나 나왔다고 주장했는데요. 아직 노동부가 그 조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노동부의 이런 홍보 행태는 비난을 받아 마땅합니다. 정부가 자신들이 직접 수행했거나 타 기관에 의뢰한 연구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는 반드시 연구 보고서 원본도 동시에 공개해서 국민들에게 정확한 내용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연구 조사 결과만 발표하고 연구 보고서 원본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들의 검증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8.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에 거부감을 표출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이 이 정책을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들은 시간제 일자리가 고용의 질이 낮은 주변적 일자리라고 규정하고, 이것을 확대하려는 정부 정책이 질이 낮은 일자리를 확대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2011년 3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체 시간제 근로자 중 상용직 근로자는 6.8%에 불과했고, 나머지 93.2%는 임시직이거나 일용직 근로자였습니다. 이런 현실이 이 정책에 대한 반대론의 주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9. 상용직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는 개념상 어떻게 다른가요?
⇨ 상용직 근로자는 임금을 받기로 한 고용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근로자를 말합니다. 반면 정규직 근로자는 고용주에 의해 직접 고용되고, 계약 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으며, 전일제 노동을 하는 근로자를 지칭합니다. 따라서 노동계에서는 고용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직 근로자라 하더라도 이 중에서 기간제 근로자나 파견 근로 근로자, 용역 근로 근로자, 그리고 시간제 근로자 등은 비정규직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10. 정부가 창출하고자 하는 시간제 일자리는 어떤 유형의 시간제 일자리를 지칭하는 겁니까?
⇨ 정부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이 창출하고자 하는 시간제 일자리를 '상용직 위주 일자리'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대목은 앞으로 상당 기간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가 국민들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면 '상용직 위주의 시간제 일자리'라는 지향점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위주'라는 문구 속에는 상용직 시간제 일자리 외에 임시직과 일용직 시간제 일자리도 일부 창출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국민들의 불안감을 줄이려면 자신들이 지향하는 일자리가 '정규직이되 시간제인 일자리'라고 분명히 못을 박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 정책이 비정규직 양산 정책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11. 정부가 '상용직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서만 지원을 하겠다고 못을 박으면 어떻게 됩니까?
⇨ 기업들이 그것을 악용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여전히 기업들은 상용직이면서 동시에 파견 근로나 용역 근로, 기간제 근로 등 비정규직 근로를 남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일부 국민들의 '시간제 일자리' 요구에 부응한다 하더라도 자신들이 추구하고 지원하는 시간제 일자리는 '정규직이되 시간제인 일자리'뿐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아 두어야 합니다.
12.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라 하더라도 시간당 임금이 전일제 근로자와 크게 차이가 난다면 질이 나쁜 일자리 아닌가요?
⇨ 물론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 정책에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원칙을 명확하게 세우고 이를 실천해야 합니다. 하나는 앞에서 말했듯이 정부가 추구하고 지원하는 시간제 일자리는 모두 정규직이되 시간제인 일자리여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다른 하나는 시간제 근로자가 임금, 사회보험, 교육 훈련, 수당, 휴가 등을 부여받는 데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정부가 이 두 가지 원칙에 충실한 시간제 일자리를 추구하지 않으면 이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13. 정부는 또 지난 3일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64.2%(정부 추정치)였던 고용률을 2017년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것인데요. 우선 먼저 고용률의 개념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고용률이란 15세 이상의 생산 가능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고용률이 70%라고 하면 15세 이상 인구 100명 중 70명이 취업자라는 것을 뜻합니다.
14. OECD와 ILO의 고용률 산출 방식이 다르다고 하던데 어떻게 다른가요?
⇨ ILO는 15세 이상의 인구 중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산출해서 이를 고용률이라 발표하고, OECD는 15~64세의 인구 중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산출해서 이를 고용률이라 발표합니다. 따라서 양자가 발표하는 고용률 수치는 서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15. OECD와 ILO의 산출 방식에 따른 우리나라 고용률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 OECD 산출 방식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용률은 62.2%(2011)로 OECD 회원국 평균 65.2%보다 3%포인트 낮은 수준입니다. 반면 ILO 산출 방식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용률은 57.5%(2010)로 OECD 회원국 평균 54.7%보다 오히려 2.8%포인트 높은 수준입니다.
16. OECD 산출 방식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용률은 OECD 평균보다 낮고 ILO 산출 방식에 따르면 OECD 평균보다 높은데요. 양자 간에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은 어디에 있나요?
⇨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69세 고령층의 고용률은 41%(2011)로 OECD 평균 18.5%의 2.2배에 달했습니다. 즉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고령층 복지가 취약하고 그 영향으로 고령층의 생계형 취업이 늘어 고령층 고용률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평균 고용률도 OECD 평균 수준으로 높게 나타난 것입니다.
17. 정부는 1인당 GDP 3만 달러 이상 국가의 평균 고용률이 72%라고 주장하는데요. 사실인가요?
⇨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OECD 산출 방식에 따르면 1인당 GDP 3만 달러 이상 국가의 평균 고용률은 68.2%입니다. 또 ILO 산출 방식에 따르면 이들 국가의 평균 고용률은 56.6%에 불과합니다.
ⓒ홍헌호 |
18. 우리나라와 1인당 GDP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의 고용률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 우리나라와 1인당 GDP 수준이 비슷한 7개국 고용률 평균과 우리나라를 비교해 보면 서로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OECD 산출 방식에 따르면 이들 국가들의 평균 고용률은 62.5%(2011)입니다. 62.2%인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또 ILO의 산출 방식에 따르면 이들 국가들의 평균 고용률은 52.7%로 57.5%인 우리나라보다 낮습니다. 이상의 여러 가지 고용률 통계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고용률이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 우리나라 고용률이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 아니라면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정책도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정부가 두 가지 원칙을 준수하면서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정책을 추진한다면 무턱대고 반대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원칙을 준수하지 않고 무리하게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정책을 추진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20. 정부의 '고용률 70% 로드맵'대로 하면 해마다 어느 정도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나요?
⇨ 정부의 '고용률 70% 로드맵'에 따르면 지난해 64.2%인 고용률을 내년에는 65.6%로, 2015년에는 66.9%로, 2017년에는 70%로 올린다는 것인데요. 이것을 계획대로 달성하려면 내년에는 45만 개, 2015년에는 56만 개, 2017년에는 58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겠다는 뜻은 가상합니다. 그러나 이 계획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격'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고용률이라는 것은 다른 경제 사회 정책을 제대로 하다 보면 저절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현 정부가 무리수를 두어 가며 이것을 억지로 끌어올리려 할 경우, MB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4대강 사업과 같은 운명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홍헌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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