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KOBACO)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독점 체제로 되어 있는 방송광고판매 시장의 재편을 놓고 여야 간 논란이 일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르는 방송광고시장 개방압력에 대한 공사의 미진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코바코 민영화 논란…"공공성 악화" VS "반시장·반민주적"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군사독재시절에 만들어진 독점 체제가 공익성을 이유로 유지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FTA 등 국제적 협상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 손봉숙 의원과 함께 복수의 민영 미디어렙의 신설과 공사와의 역할 분담을 골자로 한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제출 한 바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 이광철 의원은 "현재는 지상파방송 공익성의 물적 토대를 코바코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민영 미디어랩(방송광고판매 대행사)을 도입한다는 것은 방송의 공공서비스 체계를 시장경제 체계로 전환시킴을 의미하며 따라서 현행 제도의 유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당 전병헌 의원은 "새로운 방송-통신융합 미디어의 성장은 방송광고에 재정적 기반을 둔 지상파방송사의 경영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결국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바코 안이해…한미 FTA 대책 있나"
한편 이날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르는 방송광고시장의 개방압력에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은 "지난 16일 제네바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일정에 맞춰 열린 정부조달분과 4차 협상에서 미국 측은 코바코와 교육방송 등 5대 공기업에 대한 강력한 개방을 요구했다"며 "방송광고시장을 개방하면 교육방송, 지역방송, 라디오방송 등은 물론 신문 등 매체 전반에 엄청난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이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코바코는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한미 FTA 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정순균 사장은 (사태를) 정말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은 "한미 FTA 협상은 한 사안에 대해 유보를 명시하지 않으면 개방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문광부나 코바코가 방송광고시장에 대해 분명하게 못을 박지 않았다"며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코바코 해체는 기정사실화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순균 사장이 "외통부, 문광부와 수시로 협조체제를 가동해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비껴가자 박 의원은 "그냥 넘어가려다가 순식간에 모두 받아주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미국이 그냥 넘어갈 것이라는 생각은 안이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장윤석 의원은 "코바코가 지난 3년 동안 발행했거나 진행 중인 100여 건의 보고서 가운데 한미 FTA와 관련한 것은 단 한 건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이 보고서 발간은 12월8일로 예정돼 있다"며 "결국 코바코는 이 중대한 FTA 문제에 자체 보고서 한 건도 없이 임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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