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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8조 때문에 죽겠다? 재계의 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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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8조 때문에 죽겠다? 재계의 엄살

[정책쟁점 일문일답] <24> 박 대통령 통상임금 발언, 부적절했다

1. 최근 국민들 사이에 통상임금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중에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해법을 찾아보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재계와 노동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통상임금은 어떤 임금을 지칭하는 겁니까?
⇨ 우선 먼저 통상임금의 기능에 대해서 살펴보면 이것은 각종 수당을 결정하는 기준 임금인데요. 통상임금이 오르면 이를 기준으로 각종 수당이 연동해서 인상됩니다. 문제는 통상임금의 개념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인데요. 다만 1982년 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 정도로만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요. 결국 노동부가 1988년에 지침을 만들어 기본급만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상여금·가족수당 등은 다 제외시켰습니다.

2. 노동부가 이렇게 통상임금을 협소하게 규정하면 기업에는 유리하지만 근로자들에게는 불리하지 않나요?
⇨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고 이것을 인상하면 이와 연동하는 수당들이 일률적으로 오르기 때문에 근로자들에게 유리합니다. 반면에 이것을 협소하게 규정하면 기업들은 각종 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은 그대로 두고, 각종 수당을 부분적으로 인상하는 편법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유리합니다. 결국 지난 20여 년간 일부 근로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며 이와 같은 기형적인 임금 구조의 문제점에 대해 꾸준히 지적해 왔는데요. 법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되면서 기업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3. 대법원은 1994년부터 통상임금의 범위를 점차 확대하는 판례를 내놓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시죠.
⇨ 대법원은 1994년에 육아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켰습니다. 육아수당은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며, 초과 근로시간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상임금이라는 것입니다. 또 대법원은 1996년 명절 휴가비와 여름철 휴가비, 그리고 식비·교통보조비와 같은 복리후생비도 통상임금에 포함시켰는데요. 그 이유는 육아수당과 같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켰는데요. 이 이유는 정기상여금이 근속연수의 증가에 따라 미리 정해놓은 각 비율을 적용해주는 상여금으로 그 금액이 확정된 것이므로 고정적 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즉 사법부는 추가 노동에 대한 수당이나 성과급 형태의 임금을 제외한 급여들, 즉 정기적이고 일률적이고 조건 없이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4. 재계에서는 통상임금이 확대될 경우 기업의 추가 부담이 38조 원에 달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실제 부담은 어느 정도 늘게 됩니까?
⇨ 재계에서는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이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38조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38조 원은 1년분 인건비가 아니라 4년분 인건비입니다. 기업들이 4년분 인건비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소송에서 패하게 되면 소멸 시효 기간이 3년인 임금 채권에 대해 변제를 해야 하고 또 판결이 난 해의 추가 임금도 지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재계도 통상임금 확대로 인한 1년 추가 인건비는 8조 원에 그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업들에 8조 원은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과중한 금액도 아닙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법인 총소득(세전 소득)은 298조 원에 달합니다. 따라서 향후 기업들이 매년 8조 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한다 해도 그렇게 과중한 부담은 아닙니다.

5. 앞으로 통상임금이 확대된다 해도 재계 주장처럼 매년 8조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재계는 기본급이나 통상임금을 확대하는 대신 각종 수당을 줄이려 하지 않을까요?
⇨ 최근 노동계 출신의 모 의원이 한 방송사에서 한 인터뷰에 따르면 노동계도 기본급과 통상임금이 인상되면 시간당 수당을 일부 낮추는 협상에 임할 용의도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노사 협상 과정에서 기본급이나 통상임금을 확대하되 각종 수당은 약간씩 줄어들 여지도 있기 때문에 8조 원 자체가 순수한 추가 부담은 아닙니다.

6. 기본급 비중 확대나 통상임금 확대가 근로시간 단축이나 청년 고용에는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봅니까?
⇨ 근로시간 단축이나 청년 고용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겁니다. 연장 노동과 휴일 노동이 많은 자동차 업계와 조선 업계를 보면 보통 시간당 통상임금의 1.5~2배를 시간당 연장 노동 수당이나 휴일 노동 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는데요. 이런 기형적인 임금 구조가 오히려 연장 노동과 휴일 노동을 유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앞으로 통상임금과 기본급의 비중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시간당 통상임금과 시간당 연장 노동 임금의 격차가 줄어들고, 그렇게 되면 연장 노동과 휴일 노동에 대한 유인도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연장 노동과 휴일 노동에 대한 유인이 줄어들면 근로시간도 지금보다 많이 줄어들 것이고, 그 영향으로 청년 고용이 많이 늘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 방미 당시 박근혜 대통령. ⓒ로이터=뉴시스

7. 박 대통령의 방미 경제 성과 중 눈에 띄는 것이 미국 GM사로부터 80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재확인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GM 회장이 투자 조건으로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내걸었고, 박 대통령이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해서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박 대통령의 이런 태도,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지난 8일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은 박 대통령과 면담 과정에서 엔저와 통상임금 문제만 풀리면 한국에 80억 달러를 투자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이것들이 "한국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라며 "합리적 해법을 찾아보겠다"는 말을 했는데요. 대통령이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지나치게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은 좋지 못합니다. 국가원수나 외교관들은 자국이나 자신에게 부담을 주는 발언은 최대한 삼가는 게 좋습니다. 통상임금의 경우 대통령은 많은 전제를 깔았어야 합니다. 예컨대 이 경우 대통령은 대법원으로부터 많은 판결이 나오고 있으므로 자신은 사법부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거나, 또는 노사 문제나 임금 문제는 노사의 자율적인 협상이 최우선적으로 중요하므로 그것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는 식의 발언을 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날 대통령은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여 사법부나 노사 양측에 부담과 불쾌감을 주었습니다.

8. 박 대통령이 통상임금 확대 논란을 "한국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라고 규정한 것도 경솔한 것 아닌가요?
⇨ 박 대통령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했다면 통상임금 확대 논란을 "한국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라는 식으로 규정하지 않았겠지요. 대통령이 이렇게 통상임금 확대 논란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은 사법부와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서 별로 호의적이지 않은 청와대 참모들의 영향 때문일 겁니다.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청와대 참모들 대다수는 보수 본색이 강한 사람들로 채워졌는데요. 박 대통령이 이렇게 참모들을 보수적 성향이 강한 인사들로만 채우다 보니 여기저기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빈번하게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9. 공장 철수, 투자 철회 운운하며 정부와 근로자를 압박하는 것이 GM이 자주 활용하는 경영 전략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GM의 요구에 지나치게 호의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세계 각국에서 GM이 투자를 미끼로 각국의 정부와 노조를 길들인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이들에 대해 강단 있게 대처해야 할 겁니다. 실제로 GM은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유럽 각국에 공장을 철수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흘려서 각국 정부를 궁지로 몰아넣고 많은 지원금을 얻어낸 바 있습니다.

10. 통상임금 해법에 대해서는 재계와 노동계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지요?.
⇨ 재계는 조기에 노사정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한 법규 개정에 나서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노사정 회의보다는 고용노동부의 고시 개정이 먼저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재계가 노사정 회의를 선호하는 것은 대법원이 노동계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인데요. 재계 입장에서는 노사 양측의 양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통상임금 관련 법 조항을 만들어 노동계의 집단 소송으로 인한 통상임금 추가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반면 노동계는 대법원이 자신들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기 때문에 노사정 회의에 참여하여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한데요. 이들 입장에서는 노사정 회의를 진행하며 지루한 공방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있는 노동부의 행위를 집중적으로 공격해서 고시를 개정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11. 앞으로 양측의 여론전이 치열할 듯한데요. 양측은 주로 어떤 것을 자신들의 주요 무기로 활용할까요?
⇨ 재계는 38조 원이라는 추가 인건비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겁니다. 노동계의 요구가 과도하며 이들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투자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공세를 펼 겁니다. 반면 노동계는 노동부가 대법원의 판단을 무시하고 통상임금 관련 고시 개정을 미루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겁니다. 또 노동부가 고시 개정을 하더라도 기업들의 1년 추가 부담은 8조 원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강조할 겁니다. 즉 법인 기업들의 1년 소득(세전 소득) 300조 원에 비하면 8조 원이 결코 큰 금액이 아니라며 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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