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겪은 '경제민주화법' 줄줄이 국회 통과, 하지만…

'하도급법', '정년 60세 연장법', '대기업 임원 연봉 공개법' 등 통과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하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경제민주화 1호 법안인 '하도급거래 공정화법'(하도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도급법 개정안은 대기업의 하도급 대금 부당 단가 인하, 발주 취소, 반품 행위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의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을 넓히는 것으로 경제민주화 핵심 법안으로 꼽혀왔다.

또한,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오는 2016년 1월 1일부터 공공기관, 지방공사, 지방공단,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며 이듬해인 2017년 1월 1일부터는 국가 및 지자체, 30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 뒤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다.

이 법안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정년 60세를 의무 조항으로 규정했다. 현행법에는 정년 60세가 권고 조항으로만 돼 있어 강제력이 없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입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임원에게 지출된 보수총액 대신 연봉이 5억 원 이상인 임원 개개인의 보수를 상세하게 사업보고서에 공개토록 하고, 미공개 정보 이용 및 시세 조정 등으로 부당 이득을 취하거나 손실을 회피한 주가조작사범은 금액에 관계없이 이득을 본 만큼 벌금을 내도록 하는 게 주요 골자다.

정부가 발표한 4.1 부동산 대책 법안도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연말까지 '전용면적 85㎡ 이하 또는 6억 원 이하'인 주택을 구입하면 향후 5년간 양도세를 면제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1일부터 연말까지 부부합산소득 연 7000만 원 이하인 가구가 생애 최초로 구입하는 주택이 6억 원 이하면 주택 면적과 상관없이 취득세를 면제하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반면, 유해물질 배출 기업에 대해 매출의 10%를 과징금으로 매기는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측에서 부정적 입장을 개진하면서 의결이 무산됐다. 향후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제2소위에서 다시 논의한 후 오는 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그럼에도 산적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

하지만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은 산적해 있다.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논란이 가장 큰 법안은 대기업의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를 제재하는 법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국내 대기업의 총수 중심 승계 구도와 직결돼 있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국내 굴지 기업의 3, 4세 경영권 승계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

이 법의 주요 쟁점은 크게 네 가지다. 무엇을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로 볼 것이냐, 부당 내부거래 입증을 누가 할 것이냐, 제재·처벌은 누구를 어떻게 할 것이냐, 대기업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가 부당내부거래로 적발될 때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추정해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는 '30% 룰'이다.

현재 정무위 법안심사소위가 논의 중인 내용은 애초 개정안보다 상당히 후퇴했다. 기존 '현저하게 유리한 조건'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증명 책임은 기업에서 공정위로, 30% 규칙은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