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공개한 명단은 9개 분과의 간사 9명 및 14명의 인수위원들이다. 이들 중 현직 교수만 해도 12명에 달한다. 대신 현역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을 지난 정부 인수위에 비해 대폭 줄어들어, 실무 중심의 '전문가 인수위'라는 성격을 분명히 했다.
▲ 차기 '박근혜 정부'의 청사진을 그릴 23명의 인수위원 명단이 4일 공개됐다. 주로 오래 전부터 박 당선인을 돕던 외곽 전문가 그룹으로 꾸려져, '박근혜 친정체제'를 공고히했다는 평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면면을 따져보면 선거 전부터 박 당선인에게 정책적 조언을 해온 친박계 정책통들 외에도 '국가미래연구원', '5인 공부모임' 등 외곽의 핵심 브레인들이 대거 포진됐다. 이들 중 대다수는 지난 대선 기간에도 선거대책위원회 행복추진위원회에 참여해 정책 공약을 담당했다.
'국가미래연구원', '5인회'…외곽 전문가 그룹 대거 등용
먼저 인수위 전체 업무를 조율한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에는 박 당선인의 '막후 실세' 중 한 명인 강석훈 의원과 옥동석 인천대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강 의원과 옥 교수 모두 보수 성향의 경제 전문가로, 오래 전부터 박 당선인에게 정책 조언을 해왔다.
강 의원의 경우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아 친박계 최경환·안종범·유승민 의원과 함께 '위스콘신 4인방'으로 불리는 경제통으로, 지난 대선 기간 후보실에 배치돼 직접 박 당선인의 정책을 챙겼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선 일정 부분 선을 그어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물밑 갈등도 격했지만, 선거 당시 '모든 정책은 강 의원에게 통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핵심 역할을 했다.
옥동석 교수 역시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으로, 지난 선거 당시 정부개혁추진단장을 맡았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지난 2010년 말 박 당선인이 직접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대권 도전을 향한 정책 강화에 시동을 건 기구로, 현재 회원이 250명에 달한다.
이번 인수위에서도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은 총 23명 중 7명에 달해, 3분의1에 육박한다. 옥 교수 외에도 외교·국방·통일분과위원인 윤병세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 경제1분과위원인 홍기택 중앙대 교수, 경제2분과위원인 서승환 연세대 교수, 고용·복지분과위원인 안종범 의원과 안상훈 서울대 교수 등이 이 모임 소속이다.
이들 중 오래 전부터 인수위 합류가 점쳐졌던 안종범 의원은 박 당선인의 '대권 수업'을 담당한 '5인 공부모임' 회원이기도 하다.
교육과학분과위원으로 임명된 장순흥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도 구설에 오를 전망이다. KAIST 교학부총장을 지낸 장 교수는 서울대학교 원자력공학과·한국원자력학회장 출신의 원자핵공학자로, "후쿠시마 사고 등으로 전 세계가 핵발전소를 걱정할 때 더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 환경단체로부터 '핵마피아'의 일원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박근혜 친정 체제' 구축? 행추위 인사도 대거 합류
대선 기간 박근혜 캠프에서 정책을 생산했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인사들도 대거 인수위에 재등용됐다. 단장과 부단장을 포함해 13명에 달해 전체 인수위원의 절반을 넘는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장수 전 장관은 선대위에서 국방·안보추진단장을 맡은데 이어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를 맡았고, 경제민주화추진단에서 활동했던 이현재 의원은 경제2분과 간사로 직행했다.
편안한삶추진단장을 맡았던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는 고용·복지분과 간사를, 행복교육추진단장을 지낸 곽병선 전 경인여대 학장은 이번에도 교육·과학분과 간사로 임명됐다. 안종범, 김현숙 의원 역시 각각 실무추진단장과 행복한여성추진단장을 맡은데 이어 이번 인수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5.16은 군사혁명' 박효종, 선대위 이어 인수위에도 임명
뉴라이트 인사의 배치도 눈에 띄었다. 극우 성향 칼럼으로 논란을 빚은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에 이어, 또 다시 '강경 보수 본색'을 드러낸 셈이다.
먼저 선대위 합류 당시부터 문제가 됐던 박효종 서울대 교수가 이번에도 정무분과 간사로 임명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5.16 군사 쿠데타를 '혁명'으로 표현해 역사 왜곡 파문을 일으킨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이 단체가 펴낸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는 유신체제를 찬양하는 것은 물론 5.16 쿠데타를 '군사혁명'으로, 4.19혁명을 '4.19 학생운동'으로 표현해 논란을 빚었다. 이밖에도 박 교수는 종북 척결을 내세운 뉴라이트 시민단체들의 연합 '자유민주국민연합'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선거기간 5.16 쿠데타에 대한 미화 발언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박 당선인이 이 인선으로 또 다시 자신의 역사관을 드러낸 셈이다.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로 임명된 유민봉 성균관대 교수 역시 그간 언론의 하마평에 오르지 않은 '깜짝 인사'에 속하지만, 역시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바른행정본부장을 맡은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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