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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기고]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필요

1, 자영업 지옥의 현실

마포구 소재 커피전문점 '카페 투웰브피엠'의 사장 권 씨는 현재 이중의 어려움에 처해있다. 지난해 9월 전 재산과 대출을 받아 마련한 1억6000만 원을 들여 카페를 개장한지 한 달 만에 대형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인 엔젤리너스가 옆 건물에 들어서면서 임대료를 내지 못할 정도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1년이 되는 2012년 9월에는 카페를 정리하고 임대료가 싼 외곽으로 나갈 생각을 하면서 카페 양도를 알아보는 중에 건물 재건축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했다.

권 씨는 권리금·인테리어 비용(1억3000만 원) 및 시설비를 포함해 투자한 1억6000만 원에서 손실을 좀 보더라도 카페 양도 시 주변 시세인 8000만 원을 받고 카페를 처분하려고 했지만 느닷없는 재건축 소식에 현재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날 상황에 처했다.

권 씨는 변두리로 나가서 테이크아웃 카페라도 열수 있도록 보상을 해달라는 사정을 담은 편지를 건물주인 K 교수 앞으로 보내기도 하고 K 교수가 운영하는 건축사무소 앞에 가서 일인시위를 하기도 했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오히려 건물주인 K 교수 측은 1인시위를 하는 권 씨에게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출구가 없는 권 씨는 최악의 경우 점거농성까지 생각 중이다.

권 씨가 건물주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이다.

'재건축을 하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희는 너무나 놀랐습니다. 사실 충격으로 지금까지도 잠을 못 이룹니다. 만약 재건축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인테리어비가 많이 필요한 카페 사업의 특성상, 저희는 이곳에서 카페를 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임대차 계약서에서도 재건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

재건축을 할 계획이 있으셨다면, 인테리어 비용 등 초기사업비가 많이 소요되는 카페를 왜 받으셨는지, 저희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교수님께는 이 건물이 재산의 일부분일 수 있지만, 지금 저희가 운영하는 카페는 저희의 전 재산이 녹아 있습니다.
()

1억 5천만 원 이상의 저희의 전 재산이 녹아든 이 카페를 비우고, 500만원을 받고 저희더러 나가라고 하시면, 도저히 갈 곳이 없습니다. 뜻하지 않은 재건축이 없었다면, 저희는 양도를 통해 시세대로 8000만 원 정도를 받고 나갈 수 있습니다.

재건축을 이유로 이렇게 비참한 상태로 나가라고 하시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저희는 법적으로는 불리하지만 키워야 할 두 어린 아들이 있는 아빠, 엄마로서 저희 가족이 살기 위해서는 몸부림을 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카페 투웰브피엠 내부 모습. ⓒ유채림

2.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필요

권 씨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골목상권의 주체인 자영업자들의 두 가지 큰 어려움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들과의 경쟁과 임차인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6명의 인명을 앗아간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4년이 다되어 가지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불합리함으로 인해 권 씨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현재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상가세입자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건물주의 자선 외에는 기댈 곳이 없다. 권 씨의 사례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권 씨는 지난해 9월 상가를 임차하면서 건물주에게 재건축이 있을 거라는, 혹은 재건축 계획이 진행 중이라는 일언반구의 얘기도 듣지 못했다. 만약 재건축 계획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권 씨는 그의 전 재산과 빚을 합친 1억60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곧 철거될 건물에서 카페를 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는 건물주가 재건축 계획이 있더라도 건물에 들어오는 임차인에게 재건축 계획을 고지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건물주가 권 씨에게 재건축계획을 고지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재건축이 진행되면 하루아침에 일가족이 거리로 나앉아야 하는 권 씨의 마음만 타들어갈 뿐이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는 상가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허용해줌으로써 최대 5년까지는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 하지만 건물주는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하겠다고 하면 임차인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이때 건물주가 계약갱신을 거절했을 때 임차인에게 보상을 해줄 법적 의무는 없다.

권 씨의 경우 재건축이 없었다면 카페 영업을 최소 5년은 할 수 있지만 재건축으로 인해 계약갱신 청구가 어려운 상황이다. 권 씨는 재건축으로 인해 건물을 비워주더라도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 1억3000만 원에 대한 비용은 전혀 보상받지 못한다.

3.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방향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상가임차인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한다는 것은 안철수,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 포함되어 있으며 서기호, 박영선, 강창일, 이완영 의원의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의 발의안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범위를 유흥주점 등을 제외한 모든 상가로 확대하며, 건물주가 철거 또는 재건축을 위해 상가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기 위해서는 상가임차인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또한 현재 5년인 계약갱신 상한기간을 10년으로 늘리며 임대료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4. 아직 용산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권 씨의 경우 현재는 변두리에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차릴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을 건물주의 자선에 기대어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만약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위와 같은 방향으로 개정된다면 갑작스런 재건축 통보로 인해 권 씨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권리금, 인테리어비용 등 매몰비용에 대해 일정정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하에서는 권 씨는 건물주의 자선에 기대지 않고서는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야 하는 상황이다. 카페를 연지 불과 한 달 반 만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들어오는 바람에 매출이 급감해 임대료를 연체한 권 씨는 계약기간인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재건축만 없었더라면 카페를 양도하고 투자금액의 절반인 8000만 원이라도 가지고 나갈 수 있었지만 갑작스런 재건축 통보는 무일푼으로 쫓겨날 상황으로 몰아갔다. 두 아들을 둔 권 씨 부부는 자식들을 생각해서라도 아무 보상없이 쫓겨날 수 없다고 한다. 용산 남일당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시간이다. 임차인에게 과도하게 불리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평범한 시민들을 망루로 오르게 만든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인기 웹툰 '미생'의 한 구절이다. 매년 60만 개의 자영업체가 생기고 58만 개의 자영업체가 문을 닫는 자영업생태계를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 모두 골목상권을 반드시 살리겠다고 공언하지만 국회에 계류되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법들을 볼 때 사안의 심각성이 아직 정치권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직 용산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여기저기에서 삶의 막다른 곳에 몰려 망루로, 철탑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민주화'는 사람들이 망루로, 철탑으로 오르지 않아도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지만,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아직도 흘려야 할 피가 더 남아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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