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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박근혜'가 아닌 '미래의 박근혜'를 얘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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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박근혜'가 아닌 '미래의 박근혜'를 얘기하라

[민교협의 정치시평]<11>18대 대선, 유감과 희망

18대 대선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곧 19일이 되면 누구인가 한 명은 이 나라를 5년간 다스릴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이다. 국민의 축제이니, 국민의 한 사람인 필자 또한 즐거워야 할 터인데, 별로 흥이 나지 않는다. 이번 대선에 유감이 많은 탓이다.

이번 대선은 '재현의 위기(the crisis of representation)'를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재현의 위기란 현실과 재현 사이의 괴리와 폭력, 특히 디지털 사회에서 가상의 재현이 현실을 대체하고 실제 현실과 이를 미디어로 재현한 것 사이의 왜곡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중의 이념성향은 대략 '보수3: 중도3: 진보3'의 비율인데, 대선은 보수 후보 대 중도 후보의 양자 대결구도다. 진보는 분열되고 부정선거로 대중적 정당성도 현저하게 상실하였다. 민교협이 주도하여 진보 단체 및 정당, 민노총 등과 연대하여 진보를 단일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그런 상황에서 진보진영에서만 네 명이나 대선후보로 출마하였다. 한 후보는 일찌감치 야권연대를 선언하고 사퇴하였다. 한 후보는 민주주의 질서를 위반한 자로 자격이 없다. 한 후보는 그가 소속된 당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하자 독자 출마하였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대표하여 출마한 김소연 후보가 가장 정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분명하게 진보 의제를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지지율이 1%도 되지 않는다.

그동안 한국 사회의 위기의 핵심요인은 정치적 재현의 위기였다. 국회의원의 1/3이 진보 정당의 의원이었다면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문제 같은 것은 일어나지도 않았다. 대선 국면을 지나 진보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 선거제도도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대통령후보 결선투표제를 실시하여야 하며, 더 나아가 국회를 양원제로 하고 하원은 직능대표제로 선출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면 현장 노동자를 중심으로 진보가 단일화하고 제1야당으로 올라서고 그 언제인가 집권하는 것도 꿈만은 아니다.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가 이슈화하지 못한 것도 안타깝다. 다른 지면에서 말했지만, 우리 몸의 중심은 뇌나 배꼽이 아니라 아픈 곳이다. 백혈구, 영양과 복원세포가 아픈 곳에 집중하여 치유하고 몸을 건강하게 한다. 한국 사회의 가장 아픈 곳은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다. 대선후보들이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주변으로 밀렸다. 비정규직 860만 명을 죽음 내지 생존의 위기로 몰아놓고서 이를 외면한 채 국민통합을 운운하는 것은 사기다. 기업이 올린 당기순이익의 1.5%만 투자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은 '극단의 이익'과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를 외면하고 있다. 당연히 대선 후보가 협의하여 쌍용자동차에 대해선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현대자동차에 대해선 법의 집행을 강제해야 한다. 나아가 야권은 비정규직의 전원 정규직 전환, 정리해고 철폐 정책으로 분명하게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야권이 대선의 구도를 신자유주의 대 반신자유주의, 과거 대 미래의 프레임으로 끌고 가지 못한 것 또한 유감이다.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에 머무는 바람에 지난 총선에서 압승의 조건임에도 패배하는 '기적'을 연출하였다. 그럼에도 초박빙인 대선에서도 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과거와 네거티브에 몰두한 채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지 못한 선거에서 진보가 승리한 예가 있는가. 굳이 박 후보를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연결시키려면, 이명박 정권에 협조해 온 지난 5년 간의 박근혜를 언급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박근혜'와 관련시켜야 한다. 곧, 박근혜의 정책과 공약으로는 향후 5년도 신자유주의 독재, 이명박 정권의 연장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야권 후보는 그것과 구분되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미래의 비전을 활짝 펼친다. 16대 대선 때처럼 한 사람이 수백 통의 문자를 보내도록 진보의 열정을 결집하고, 서울시장 선거 때 무상급식으로 전선을 형성하여 승리한 것처럼 중도의 아주머니들도 달려갈 혁신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면, 역전도 가능하다.

혁신적이면서도 국민들의 가슴을 출렁이게 하는 정책이 무엇이냐고? 대학네트워크와 교양대학을 결합하면 입시철폐와 대학평준화가 가능하다. 국공립대는 반의 반값 등록금, 사립대는 반값 등록금을 실행한다. 10년 동안 주택부금을 성실하게 납부한 이에게는 그에 부합하는 규모의 공공주택을 주어 누구든 일정 기간을 성실하게 살면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는 희망을 준다. 의료비 상한제와 함께 6살 이하의 아동과 장애인은 100% 무상의료를 실시한다.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를 철폐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일자리를 나눈다. 재벌은 점진적으로 해체하고 중소기업과 IT, NT, BT 등의 한국 국민의 특질에 맞는 산업을 지원하여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도 늘린다. 남북경제협력을 강화하고 남북교류를 확대하여 경제도 살리고 통일의 초석도 놓는다. 검사장은 국민직선제로 선출하며, 의원의 공천권 또한 국민에게 준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경제민주화를 달성한다. 토건카르텔을 해체하고 생태복지국가로 이행하며, 대결구도와 대미 종속을 종식시키고 남북과 동북아의 자주적 평화질서를 구축한다.

북한과 정권의 선거 개입, 도를 넘어선 언론의 노골적 편들기와 조작이 자행되는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본다. 신자유주의 모순에 희생된 99%에게서 분노와 저항의 불꽃이 일렁이고, 군사독재정권에 맞섰던 40대와 50대의 가슴 속에서 당시의 꿈이 다시 싹트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어두울수록 별은 맑게 반짝이고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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